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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메르스’ 악재 만난 프로야구, KBO의 대처는?

 

 

 

 

 

글/이태권

 

 

 지난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기아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단체 구매했던 모 외국인 학교 직원 이모씨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예약을 전격 취소했다. 일부 여직원들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야구장에 가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는 되도록 가기 꺼리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야구장의 경우 평일에도 수 천명의 사람이 몰리고, 응원석의 경우 많은 사람이 밀접해서 함께 응원을 하기 때문에, 관중들이 메르스에 전염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과정에서 튀는 침(비말)을 통해 전염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람들은 메르스를 의식해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장을 보고, 악수대신 눈인사를 하는 등의 풍속도를 만들며, 전염에 각별히 유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자칫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도 야구팬들의 발길이 계속 야구장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막내구단 KT위즈는 비상이 걸렸다. 올 시즌부터 프로야구 1군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KT는 아직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메르스라는 악재를 만나 관중동원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나 KT위즈의 연고지인 수원은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로 꼽히는 평택과 인접해 있어 메르스에 민감하다.

 

텅 빈 KT의 수원구장 (출처 스포츠경향)

 

 

 이에 KT위즈는 선수단 내부적으로 외출하면 손을 늘 깨끗이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를 삼가라는 등의 메르스 예방 교육을 실시해, 선수들의 전력손실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KT는홈경기에 방문하는 관객들에게 무료로 위생마스크를 제공하고 전광판을 통해 메르스 예방수칙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르스의 확산에 대비해 6. 10일 열릴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 청소년국가대표 축구대회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가 잇달아 연기되는 가운데, KBO는 아직 리그중단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KBO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특별한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어 어떤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5일 야구장을 찾는 관중의 평균은 5265명으로 올 시즌 평균관중인 11,256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6월 5일 잠실구장의 경우, 7640명으로 시즌 최저 관중 수를 기록했다. 5.22일과 2.9일 금요일의 관중수가 12645명과 19408명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관중수가 줄어 든 것이다. 리그를 속행하자니 메르스의 확산과 관중 수 감소가 우려되고, 사상 초유의 리그중단을 결정하자니 겨울야구를 각오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KBO도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일단, KBO는 리그 자체적으로 각 구단과 협의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전광판이나 홍보물을 통해 메르스 관련 안전수칙을 알리고, 메르스 감염의심 선수가 파악되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야구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렸을 때도, 손 소독제 비치와 마스크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당시 역대 최다관중기록을 세운 전례가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 (출처: 스포츠투데이)

 

  메르스의 공포속에서, KBO의 기민한 대처가 요구되는 이유에는 프로야구의 흥행도 있지만, 한달 뒤 광주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문이다. 이번 광주 U대회에는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중동에서도 4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인데, 광주 U대회 조직위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조직위는 질병관리본부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등과 협조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족한 격리시설과 확립되지 않은 방역체계로 효과적인 대처는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야구가 메르스에 동요되지 않고, 무난하게 위기를 넘긴다면, 광주 U대회를 준비하는 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0구단체제와 함께 800만 관중돌파를 노리고 있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메르스 바이러스의 여파로 차질을 빚게 되었다. 과연 KBO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국내 제일의 프로스포츠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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