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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세레나 윌리엄스가 빌리 진 킹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하는 이유

 

 

 

 

 

 

글/최고은

 

 

               (2015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 Alix Ramsay)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USA)가 과거 테니스 영웅들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년 33세인 세레나는 현 여자 테니스(WTA) 랭킹 1위임과 동시에 TOP 10 안에 있는 유일한 30대 선수이다.

 그녀는 2015년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마리아 샤라포바(Maria Sharapova)에게 압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세레나는 통산 19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3개의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더 들어 올린다면 오픈시대 이후 최다 그랜드슬램 단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슈테피 그라프(Stefanie Graf)의 기록인 22회 우승과 타이기록을 이루게 된다. 여자 테니스 TOP 10 안에 유일한 30대 선수이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세레나는 프로로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노장이다. 그녀와 라이벌이었던 저스틴 에넹, 킴 클리스터스 등은 모두 은퇴하였다. 그러나 패기 넘치는 20대 선수들도 그녀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처럼 우후죽순 떨어져 나간다. 선수로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 그녀는 과연 후대 존경받는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세레나 윌리엄스는 198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빈민촌에서 태어났다. 세레나는 언니와 함께 아버지로부터 4살 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스팔트로 된 코트에서 연습할 만큼 테니스를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1995년 프로로 데뷔한 이후 첫 해에 40위권으로 진입하면서 놀라운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후   프로 데뷔 4년만인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본인의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기록했다. 2002년에는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을 연달아 우승하였고 바로 다음 해 호주오픈까지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램드 슬램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 세레나는 WTA로부터 2002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년의 선수생활동안 그녀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녀의 첫 번째 슬럼프는 2004~2007년 동안 이어졌다. 2004년 세레나는 복부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했고 결국 그 해에 단 하나의 그랜드 슬램도 우승하지 못 했다. 2005년에는 발목부상으로 프랑스 오픈에 결장하게 되었고 마지막 대회인 WTA Tour Championship 출전에 발탁되지 못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우울증에 시달려 6개월간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고 이 때 랭킹이 139위 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08년 세레나는 부상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녀는 그 해 윔블던 단식과 복식을 모두 우승하고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다시 랭킹 2위까지 올라 슬럼프를 극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2009년에는 윔블던과 호주오픈에 우승하고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겪어야 할 슬럼프는 더 있었다. 2011년 세레나는 폐에 피가 고이는 폐색전증에 시달려 그 해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못 했다. 이후 윔블던에 출전하였지만 16강에서 패하여 169위까지 랭킹이 내려갔다. 이 때 모두가 세레나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안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세레나는 차츰 자신의 기량을 회복하여 2013년에는 다시 1위를 탈환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세레나의 1위자리를 위협할 선수는 없어 보인다.    2위인 마리아 샤라포바조차 세레나와의 랭킹 포인트 차이가 1,600점이 넘기 때문이다.

 

(2009년 US오픈, 세레나가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토너먼트 디렉터에게 보고하는 선심. 출처 - justjared)

굴곡진 테니스 인생을 살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 그녀는 분명히 현역 최고의 여자 테니스 선수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종종 경기장 안 밖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슈의 한 가운데 서곤 한다. 바로 그녀의 경기 매너에 대한 논란이다. 세레나는 프로 남자선수 수준의 서브와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화려하고 터프한 경기스타일 만큼 경기장에서의 그녀의 언행 또한 거침이 없다. 지나친 감정표현, 욕설, 부적절한 행동 등은 그녀가 존경받는 선수인지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심판교육 때 참고자료로 애용되는 그녀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9년 US오픈 준결승 당시 세레나는 킴 클리스터스와의 대결에서 4-6, 5-6(15-30)의 상황으로 세레나의 2번째 서브경기 중이었다. 이 때, 세레나가 서브를 넣자 선심이 풋폴트를 외쳤다. 세레나의 마지막 서브기회였기 때문에 점수는 상대방에게 넘어갔고 이로써 클리스터스의 결승행 매치포인트가 되었다(15-40). 세레나는 풋폴트를 부른 선심에게 다가가 욕설을 하였고 이전에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상태에서 또 다시 경고를 받아 추가로 점수를 내주게 되어 준결승 경기에서 패하게 되었다  (4-6,5-7). 패배이후 자신은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나중에서야 모든 것을 시인했다.

 

  이후에도 2011년 US오픈에서 세레나가 상대방에게 고의적인 방해를 했다고 판단한 주심이 세레나에게 패널티를 가하자 주심에게 욕설을 한 사례도 있다. 그 외에 그녀가 라켓을 부수거나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빌리 진 킹. 출처 - wikipidea)


세레나가 전설이 되고자 한다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있다. 바로 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이다. 킹은 1960~1970년대에 활약한 여자 테니스 선수이다. 그녀 또한 세레나 만큼이나 테니스선수로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단식과 복식을 합하여 총 39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966~1975년간 랭킹1위를 6번 2위 3번, 3위를 1번을 하였을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그녀가 세레나의 롤모델이 되는 이유는 단순한 경기력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의 모습이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킹은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1973년 바비 릭스(Bobby Riggs)라는 1930-40년대 활동한 남자 프로 테니스 선수가 “여자들의 게임은 너무나 열등하기 때문에 55살인 나도 현재 top 선수들을 이길 수 있다.” 라고 말하면서 킹에게 경기를 제안하였다. 킹은 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상금 1억 달러가 걸린 대결이 성사되었다. 결과는 킹의 완승이었다.(6-4,6-3,6-3) 이 경기를 두고 “Battle of the Sexe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킹이 여자 테니스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회자되고 있다.

 

                                              (킹과 릭스의 대결. 출처 - michiganradio)

 

 

 그 외에도 킹은 1972년 US오픈 여자 선수의 우승상금이 남자선수 보다 작은 것을 두고 “내년에도 상금이 같지 않으면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 라고 항의하였고 US오픈은 1973년 남자와 여자 선수의 상금을 같게 하였다. 킹은 테니스에서의 여권신장을 위해서 세계 여자 테니스협회(WTA)를 창설하였고 전 종목의 여자 선수들의 권익 단체인 Women's Sports Federation을 창설하기도 했다. 또한 2006년에는 현재 US오픈이 개최되는 테니스 센터의 이름을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라고 개명하였다. 2009년에는 여성 운동선수로는 최초로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의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킹은 현재까지 WTA의 협회장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레나 윌리엄스가 단순히 운동만 잘한 인물로 기억되기 보다는 운동선수로서나 인간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전설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성숙한 감정표현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경력 21년째는 맞고 있는 세레나 윌리엄스, 경력이 쌓인 만큼 연륜과 지혜로움이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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