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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어머니가 즐긴 탁구의 의미

 

 

 

 

 

 

 

 

글/이원주

 

 

 

 

 

 지난 5월 22일 정읍에서 열린 전북 도민체육대회때 일이다. 전주시 배구대표로 선발된 나는 진안군 탁구대표로 참가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 김미숙씨(51)는 벌써 도민체육대회에 8년째 참가하는 베터랑선수다. 탁구는 생활체육으로 15년째 즐기고 있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을 훨씬 지나친 세월 동안 작은 탁구공은 ‘어머니’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인생의 2막 강력한 스매시처럼!
 서울에서 전주로 이사를 오게 된 1998년 어머니에게 가족 빼곤 모든 게 새로웠다. 낯선 사람, 환경, 직장. 자신과 지역사회가 물과 기름과 같이 섞일 수 없는 존재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연히 탁구를 접하게 되고 동호회에 가입한 순간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가정, 직장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탁구공 랠리처럼 서로 주고받으며 지역사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갔다. 종종 같은 직업군인 보험관련 종사자들과 만나게 되는데 많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친구’를 만났다는 점이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30, 40대 시기 직장에서 공적으로 만난 사람들이 아닌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얻었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경감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단순히 탁구를 치며 땀을 흘린 활동이 스트레스를 해소 해준 것은 아니다. 신체활동을 통해 다져진 친밀한 관계는 탁구장 밖에서의 다른 활동으로 이어졌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다니는 것과 같은 형태로 발전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어머니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 사회와 단절돼 우울하거나, 직장생활의 엄청난 스트레스로 사회에 환멸을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에게 생활체육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생활체육은 개인과 개인이, 혹은 개인과 사회가 쉽게 융합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들, 나 챔피언 먹었어!
 우승 5회, 기타 입상 10여회. 그간 어머니가 생활체육을 즐기며 쌓은 금자탑이다. 이러한 결과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땀을 흘렸다. 어머니는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결과는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에서 성공을 위해서 각종 편법과 반칙을 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트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이들은 평등해진다. 땀 흘린 만큼의 기량을 뽐내고 보상받게 된다.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가 아닌 등산이나 마라톤과 같은 활동도 목표하는 것에 도달했을 때 큰 성취감을 얻게 된다. 성공과 성취의 단편적인 경험들이 장기간 생활체육을 통해서 축적이 된다면 일상생활 혹은 직장생활에서 자신감으로 전이될 수 있다.  있다. 더 나아가 대중들의 성공과 성취의 DNA는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4년 전북도민체육대회 진안군 탁구대표팀 ( 왼쪽 첫번째 김미숙)

 

 

 어머니에게 탁구와 함께했던 지난 15년 중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첫 번째로 우승을 했던 순간? 상금을 가장 많이 받았던 대회? 아니다. 가족과 함께 탁구를 치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가족 간의 대화가 점차 없어지던 시기, 함께 탁구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명절이 되면 음주보다는 건전하게 탁구를 선택하며 가족 모두가 팀을 나누어 탁구 경기를 했다.  최근 부부동반 혹은 자녀와 함께 가족 단위로 탁구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요즘 같이 가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시기 탁구를 비롯해 다른 스포츠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이는 가족 화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어머니의 인생에서 탁구는 단순히 스포츠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작은 탁구공은 친구를 선물했고 성공과 성취의 기쁨을 알게 했다. 이처럼 스포츠를 향유한다는 것은 개인에 삶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 스포츠를 즐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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