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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 ‘볼보이(Ball boy)’ 말고 ‘볼퍼슨(Ball person)’이라 불러주세요”

 

 

 

 

글/최고은

 

 

 

(2014 프랑스 오픈에서의 노박조코비치와 담소를 나누는 볼보이 소년. 출처-NDTV SPORTS)

 

 스포츠에는 양성평등 노력의 결과들이 많다. 그 중 테니스에서도 양성평등의 역사를 보여주는 변화가 있다. 바로 ‘볼보이(Ball boy)’제도이다.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코트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고, 땀을 닦는 타월을 건네주거나 물을 가져다주는 등 선수들이 게임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게끔 보조자 역할을 한다. 볼보이들은 대체로 10대 어린이들로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대부분 주니어 테니스 선수들이다.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큰 대회의 볼보이로 참여하려고 한다. 실제로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남자 테니스 1위인 노박 조코비치 선수가 우천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 볼보이에게 자신의 음료와 라켓을 내주었고 주니어 선수였던 볼보이와 10분간 이야기를 나눈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볼보이는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많은 여자 주니어 선수들은 볼보이가 하고 싶어도 그 기회를 박탈당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볼보이의 역사는 남성주위에서 양성평등으로 발전하는 시대변화를 보여준다.

 

(출처 - Wikipedia)

 

 볼보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때 이다. 이후 1930년까지 볼보이는 Shaftesbury Homes라는 영국의 집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복지관에서 선발하였다. 이후 1946년까지 학교나 기관의 지원자들로 볼보이를 선발하였다. 이때 까지 볼보이는 모두 남자들만을 선발하였다. 그러나 1920년대 여성참정권운동을 계기로 시작된 여권신장 운동의 발달과 함께 볼보이의 역사도 변화하였다. 여권신장운동은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전개되어 정치, 사회,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양성평등의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대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성장하던 시기이다. 이때, 스포츠에서도 여권신장의 모습들이 많이 나타났다. 최초로 여성기수가 생겨났으며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창설되었다. 1970년에 창설된 세계여자테니스협회는 기존의 남자 테니스 상금의 절반 수준이던 여자 테니스 상금을 남자와 동등하게 끌어올리는데 많은 공헌을 하였다. 테니스에서의 양성평등 운동에 힘입어 1977년 윔블던에서 최초로 여자 ‘볼걸(Ball girl)’이 탄생하였다. 이후 1980년에는 볼보이와 볼걸이 같은 코트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1985년에는 볼걸이 처음으로 센터코트에서 일 하게 되었다. 볼보이가 처음 등장한 이래 57년만에 여자도 볼걸이 될 수 있었고 이후 8년만에 볼걸을 센터코트에서 볼 수 있었다. 오랜 여권신장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대부분의 테니스 코트에서 볼보이와 볼걸이 함께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볼보이와 볼걸을 통합하여 일컫는 ‘볼퍼슨(Ball Person)’이라는 용어를 시용하기를 지향하고 있다.

 

 테니스에서 볼퍼슨은 눈에 띄지는 않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숨은 보석같은 존재이다. 주심(chair Umpire)과 선심(Line Umpire) 그리고 볼퍼슨이 한 팀을 이루어 경기를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볼퍼슨이야말고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게임을 도와주는 존재이다. 한 게임당 평균 6명의 볼퍼슨이 배정된다. 볼퍼슨의 임무는 단순히 선수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가 요구할 시에 타월을 주기도 하고 물이나 음료를 주기도 한다. 또한 언제 공을 바꿀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테니스 경기에 대한 규칙과 흐름을 읽어야 하며 항상 뛰어다니기 때문에 강한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경기에서는 볼퍼슨을 다양한 방법으로 모집한다. 윔블던의 경우 일정한 시험을 거쳐 볼펴슨을 선발하며, 호주오픈과 US오픈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교육시킨다. 2014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104명의 볼퍼슨이 활동하였는데 센터코트에서 열리는 경기는 현역 대학교 선수들이 볼퍼슨으로 참가하였다. 2012년 US오픈에서는 한 쪽다리에 의족을 한 장애인 육상 선수인 라이언 매킨토시(26)가 볼퍼슨으로 참가하는 일도 있었다.

 

(의족 볼퍼슨 라이언 매킨토시. 출처 - AP=연합뉴스)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큰 대회에서의 볼퍼슨을 하는 것을 꿈 꿔봤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주니어 선수들이 볼퍼슨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보며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 비록 40여년 전까지 볼퍼슨은 볼보이라는 이름아래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테니스에 애정이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도전 할 수 있게 되었다.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싶다면 볼퍼슨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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