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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화려함 속의 감춰진 불편한 진실- 선수보증광고의 문제점

 

 

 

글/원준연

 

 

 

 

 ‘Impossible is nothing’ 이라는 문구와 함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현란한 드리블을 하며 축구화를 선전한다. 곧바로 야구선수 류현진이 맛있게 라면을 먹는 광고가 이어지며, 피겨여왕 김연아가 출연하는 은행광고를 끝으로 본격적인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 류현진선수가 출현하는 라면광고 / Google >

 

 이렇게 운동선수들이 광고에 출현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선수보증광고’라고 하는데, 이는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증광고(endorsement)는 원래 유명인(celebrity)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유명인에는 유명선수뿐만 아니라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지명도 높은 전문가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그 중에서 유명선수는 다른 분야의 유명인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구분하여 ‘선수보증광고’ 라고 부른다.

 

 최근 TV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운동선수들이 출현하는 다수의 광고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현재 급속도로 운동선수들이 TV광고에 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심지어 몇몇 슈퍼스타선수들의 영향력은 톱스타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이다. 실제로 류현진이 출현한 진라면은 매출이 30%이상 증가했고, 매일우유는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뒤 하루판매량이 9배나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서 차지하는 운동선수들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향상되었고, 그들의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선수보증광고는 나날이 증가하는 스포츠의 인기를 대변해 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의 위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듯이 화려함 속에 감춰진 선수보증광고의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운동선수들의 패스트푸드(Fastfood) 광고
운동선수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특히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스포츠를 관람하면서 선수들을 우상이자, 영웅으로 여기기도 한다.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공인으로써 자신들 스스로 어린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 파파존스피자광고에 출현하는 미식축구스타 매닝스(오른쪽)과 맥도날드광고에 출현하는

 르브론 제임스(왼쪽) / 출처: Google>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비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이 햄버거, 콜라, 피자 등 패스트푸드광고에 출현하면서 아이들에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사먹도록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미식축구스타 매닝스는 파파존스피자와 1000만달러(약 100억원)짜리 대형계약을 맺었고, NBA 최고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다수의 패스트푸드 광고에 출연중이다.


 물론 광고 출연제의를 받아들이느냐, 거절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건강함’을 상징하는 운동선수가 몸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운동선수와의 이미지는 상반되며,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를 ‘몸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음식’이라고 인식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이 패스트푸드를 보증광고 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고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2) 잦은 광고출현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한 미식축구팀의 기적적인 우승을 그린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에서 무명이었던 샤크팀의 선수 윌리(Wille)는 엄청난 퍼포먼스로 팀을 연승으로 이끌고 미식축구(NFL)의 슈퍼스타가 된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여 돈방석에 앉게 된다. 쥐꼬리만 한 연봉으로 연명하던 윌리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고 마약, 섹스로 가득한 삶에 익숙해지게 된다. 나날이 늘어가는 자신의 명성과 부에 힘입어 윌리는 점차 오만해지고 자신이 팀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그는 같은 팀 동료들을 무시하고 이로 인해 동료들과 갈등을 빚으며 팀워크를 저해한다. 한때 열정적인 미식축구선수였던 그에게 미식축구는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결국 윌리는 스타성에 젖어 훈련시간에 나태해지고 결국 예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 애니기븐선데이의 윌리(왼쪽) 와 영화에서 윌리가 출현하는 음료수 광고 (오른쪽)  / Google>

 

 

 이는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롯데자이언츠의 강민호가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의 실망감을 안겼다.  2008년 리그에서 타율 0.292, 19개의 홈런, 82타점으로 맹활약한 강민호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조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2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던 강민호는 2013년, 2014년 2년 연속 타율이 0.230 대에 그치고 있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액 연봉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성적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강민호가 여러 개의 선수보증광고에 출연한 것이 경기력 저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윌리’와 강민호의 경우와 같이 자신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선수보증광고가 선수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자신들의 본업인 운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면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운동선수들은 팀과 팬을 위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여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잦은 광고출연에, 고액의 연봉을 받더라도 자신의 본업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3) 외모지상주의

 

 < 세레나 윌리엄스(왼쪽), 안나 쿠르니코바(오른쪽) / Google>

 

 

 

 여자 테니스에는 이해하기 힘든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세계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그랜드슬램 6회를 포함해 23회나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랭킹 146위에 머물러 있는 안나 쿠르니코바에 비해 광고수입은 3분에 1도 안되게 올리고 있다. 이는 쿠르니코바의 아름다운 외모덕분에 상품가치의 측면서 쿠르니코바가 세레나보다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로 볼 때, 선수보증광고는 운동선수들의 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선수보증광고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선수들을 모델로 세우게 되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기업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외모를 통해 자신들을 어필하는 연예인과 달리 운동선수들의 실력이 선수들의 가치를 판단 기준이 되어야한다. 뛰어난 운동실력을 바탕으로 수려한 용모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뛰어난 용모가 운동선수들에게 필수요소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뛰어난 용모는 갖추지 못하였지만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뛰어난 운동수행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팬들의 성원이 필요하며, 기업들도 선수들의 외모보다는 그들의 진정한 가치를 들여다보고 선수보증광고 모델의 판단기준이 될 필요가 있다.


 선수보증광고가 비록 선수들의 패스트푸드광고, 경기력 저하, 외모지상주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할 지라도, 많은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또한, 선수보증광고가 운동선수들의 위상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스포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점차 개선해 나간다면 선수보증광고는 스포츠가 한층 더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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