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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장애인 대회서 빛나는 비장애인

 

글/정해륜

 

 

 

Paralympic을 빛내는 파트너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기억하는가. 그는 여자 친구 살인혐의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한때 인간승리의 모범이었다. 육상에서 장애인 최초로 비장애인 올림픽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장애인올림픽 현장에는 비장애인이 있다.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추순영 텐덤싸이클 선수는 말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경기결과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그들과의 호흡이다.” 그들은 비록 인간승리와 같은 영웅은 아니지만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영웅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파트너다

 

 

 의족을 신고 트랙을 달리는 선수, 두 바퀴를 돌리며 공을 던지는 선수, 어둠 속에서 소리만을 의존해 움직이는 선수, 한쪽 다리만을 이용해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선수 까지 정말 다양한 선수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열정의 현장이다. 이러한 현장에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비장애인들이 선수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어울림이나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스포츠들이 많이 펼쳐진다. 휠체어와 스텐딩으로 함께 팀을 이루어 테니스를 하던지, 통합축구라고 해서 지적장애인들과 팀을 이루어 경기하는 등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휠체어와 스탠딩이 함께 하는 댄스스포츠가 진행되기도 했다. 통합스포츠들은 아직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패럴림픽 정식 종목에서도 비장애인을 볼 수 있다. 바로 장애로 제한된 환경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파트너와의 호흡
 스포츠 활동에 있어 가장 힘든 장애가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뿐더러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각을 이용한 도구를 사용하여 위치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해 졌으나 트랙에 대한 거리감을 판단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따라서 가이드가 생기게 되었고 선수와 함께 한 팀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이드는 육상, 싸이클에서 볼 수 있다.

 

 

 육상 같은 경우 가이드러너와 주자가 가이드 줄을 잡고 한 팀이 되어 경기가 진행된다. 레이스 도중 가이드러너는 0.5m 이상을 떨어져서는 안 된다. 싸이클 경기는 텐덤싸이클을 이용해 뒷 좌석은 시각장애 선수가, 앞 좌석은 약시나 비장애인이 파일럿이라는 명칭으로 방향을 조절하며 함께 페달을 돌린다.
 
  두 종목 모두 파트너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육상의 경우 선수의 움직임에 줄이 걸리지 않고 최고 능력이 나올 수 있도록 팔 치기에서 다리 보폭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조금만 틀어지면 넘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싸이클의 경우 더 민감하다. 조금만 움직임이 맞지 않아도 자전거는 흔들리게 되고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일럿 말에 따르면 “쉽게 말해 앞사람이 뒷사람을 엎고 싸이클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파트너의 역할은 경기결과와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2012년부터는 그들에게도 메달이 수여되고 있다.​

 


 시각장애스포츠 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스포츠에서도 파트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스포츠 보치아다. 뇌성마비는 등급분류에 따라 C1~C3으로 나누게 된다. 그중 공을 쥐거나 던지기 어려운 수준의 몸 상태를 가진 선수들이 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홈통을 이용해 공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홈통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보조자가 생겨났고 선수의 휠체어 이동과 홈통의 조작, 그리고 던지기 동작의 수행 등을 보조할 수 있다. 단, 보조자는 경기 진행 중 경기장을 바라볼 수 없으며 경기상황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교류할 수 없다. 오직 선수와 의사소통만으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장애가 있을 경우 의사소통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보치아 국가대표 김한수의 경우 어머니가 보조자로 출전하여 호흡을 맞춘다. 김한수선수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나 의사소통 판을 이용해 몸짓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오직 선수만을 보고 있는 보조자를 생각해 보니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얼마나 궁금할지, 정말 고문일 것 같다.

 

 

 마지막 5인제 축구는 보조자의 개념이기 보다 키퍼라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다. 시각장애 축구의 경우 소리 나는 공을 이용해 경기를 진행하는데 공이 뜨게 되면 속에 방울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공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에게 떠 있는 공을 인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각장애스포츠 네트종목인 배구나 탁구에서 일반 네트종목과 다르게 공이 네트 밑으로 진행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장애 축구에서 골키퍼는 비장애인이 하게 된다. 그들은 공을 막는 역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위치를 조율하고 상황을 알려주는 막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스포츠 현장에는 다양한 형태로 비장애인이 참여 하고 있다.
그들의 선택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이 있기에 장애인 스포츠가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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