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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차가운 아이스하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뜨겁게 살리자

 

 글/엄윤진

 

 

                                               경기시작 10분 전 목동아이스링크장 매표소

 

“어두운 불빛, 고요한 적막, 인적 없는 거리” 아이스하키 경기장 앞의 모습으로 적절한 말이다.
 지난 11월 30일 목동 아이스링크장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대명 상무와 안양 한라의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이스하키를 직접 보는 게 처음이었던 필자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앞에 서는 순간 설렘과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아시아리그’ 대회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경기장 주변은 너무나도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와 동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지금까지의 동계올림픽과 다른 점이 하나있다. 바로 한국 아이스하키의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티켓을 힘겹게 얻어내기는 했지만 현재 아이스하키는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으로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 흥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아이스하키는 전체 수입의 46%를 차지했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50%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흥행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국 아이스하키의 문제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대명 상무vs안양 한라 경기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아직까지 세계무대에 나가기에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로 시스템 부재의 문제가 있다. 아이스하키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선수들을 2년씩 묶어 리그제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대회는 대부분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선수들을 한데 묶어 출전을 하고 있다. 날로 성장하는 중·고등학교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또한, 아이스하키는 한 팀 당 20명의 선수가 있어야 경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지만, 대학 및 실업팀에서는 선수층이 얇아 그렇지 못한 팀이 많다.

 

 

                                ▲경기 도중 안개가 낀 목동아이스링크장<사진출처-하키뉴스>

 

 

 두 번째는 국제규모의 링크시설 부족이다. 전국에 아이스링크는 약 50개가 있다. 그리고 국내 최대 링크인 목동 링크는 5천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건립된 목동 링크는 현재 많이 낡아있는 상태로 국제연맹(IIHF)이 요구하는 제습시설이나 라커룸 등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제 9회 한·일 아이스하키 교류전 도중 안개가 끼어 경기가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또 다른 링크로는 고양어울림누리 링크가 있지만 고양 링크의 좌석은 2천5백석으로 국제대회를 치르기에는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
 
 세 번째는 대중과의 소통이 없다는 점이다. 평상시 우리는 TV에서 아이스하키 경기의 중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심지어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은 방송3사서 중계를 하지 않았다. 마케팅 측면에서 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의 중계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이스하키가 자연스럽게 대중들로부터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고,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모습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처사가 아닌가 싶다.
 
 또, 대중들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으기 위한 홍보나 마케팅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서도 전혀 볼 수 없었다. 대회 진행이 관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대회일정에 맞춰 경기만 진행하면 된다는 식의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다.


 

아이스하키 선진국의 모습

 

             ▲2014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WINTER CLASSIC 경기관중의 모습 <사진출처-하키뉴스>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전국에 무려 7,600여 개의 아이스하키 링크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내 링크장 2,631, 실외 링크장 5,000개다. 미국에는 2,000개의 실내 링크장, 러시아에도 2,000여개의 실외 링크장이 있다. 이밖에도 핀란드, 스위스, 체코 등의 아이스하키 강국들도 100~400여개의 링크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선수층도 캐나다는 약 58만 명이 선수로 등록되어 있으며, 전 국민의 1.76%가 아이스하키 선수이다. 현재 한국의 아이스하키팀은 실업 5개팀(상무포함), 대학 5개 팀, 고등부 9개 팀, 중학부 27개 팀, 초등부 92개 팀으로 약 2,200여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

아이스하키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별 실·내외 링크장 수 <자료제공=국제아이스하키연맹 2013년 기준>

 

북미와 유럽 아이스하키가 강한 까닭은 인기 스포츠 라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이며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국기(國技)이다. 미국에서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와 함께 아이스하키가 4대 스포츠로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신생아 때부터 스케이트를 배운다고 하니 이들의 아이스하키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인기는 캐나다 경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스하키 팀의 로고가 새겨진 기념품은 금세 품절이 되고, 방송사에서는 정규시즌 경기와 플레이오프 경기 중계권 구입 경쟁이 치열하며, 이에 따라 막대한 광고료의 수입도 발생한다. 또, 경기가 있는 날이면 레스토랑, 피자집 등 외식업체의 매출은 40~60%가 인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이스하키를 시청한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내 모습 (좌-캐나다 로저스아레나 우-목동 아이스링크)

 

 

 ▲실업팀 창단 ▲대학팀 불균형 해소 ▲ 유소년팀 저변 확대 ▲링크장 증설 ▲언론의 무관심 ▲동호회의 활성화와 하키인구 확산 등 아직까지 한국의 아이스하키가 당면해있는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최근 캐나다 귀화선수의 국가대표 발탁, 병역문제 해결을 위한 상무 창단, 경기장 건설 등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으로 한국 아이스하키는 점차적으로 발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첫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힘을 받아 앞으로 아이스하키에서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같은 열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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