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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주인공에 맞춰 잘 비춰진 조명 -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글/정해륜

 

 

 

 

 아시안게임이 인천의 9월을 환하게 빛내 주었다. 선수들의 멋진 경기력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대회 기간인 2주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마치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하듯 인천아시안게임을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숙소부터 셔틀버스문제, 자원봉사들의 태도, 한류 콘서트를 방불케 했던 개막식까지 거론되며 ‘역대최악이다, 동네 운동회다’ 등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필자는 많은 글들을 보며 동의를 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비판받아야 할 일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한 부분만 보고 너무 일반화 시키는 것은 아니었냐는 생각이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안게임은 막을 내리고 일주일 후 장애인아시안게임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과 반대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물론 장애인이라는 특별한 성격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두 대회는 개막식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선수들이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 조명을 비추었다면 아시안게임은 한류스타들, 특히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 이영애에게 조명을 비추었다. 그야말로 고장 난 조명이 엉뚱한 곳을 향했음을 보여주었다.

 

어깨가 들썩 들썩

 

 

 장애인아시안게임의 조명은 정확한 곳을 향했다. 아시안게임에 비해 규모도 작았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조금은

 초라할 수도 있었지만 효율적으로 의미를 잘 표현했다.
 개막식의 1장은 ‘Be 인류, 존재한다’이라는 주제로 인간은 국가, 민족, 종교, 문화, 생활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감을 표현했다. 또한 다른 대회의 개막식과 다르게 선수들이 먼저 입장했다. 개막식 총감독 박칼린은 “내가 선수라면 개막식을 보고 싶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위한 개막식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박칼린의 의도대로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선수단 입장은 DJ구준엽과 비트박서과 신나는 음악으로 선수들의 흥을 돋구었다. 선수들은 즐겁게 입장했고 관객들도 가슴을 울리는 음악에 어깨가 들썩 들썩 했다. 선수들의 입장이 끝나고 2장 ‘Impossible 불가능, 그 높은 벽’ 이라는 주제로 인간은 여러 가지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불가능이라는 벽을 만나고 그것을 해결할 때 한층 성장한다는 것을 미로로 형상화하여 표현했다.

 

숨은 조력자

 

 

 

 휠체어농구 결승전서 한국대표팀 조성현 선수가 금메달 세레머니로 골대의 망을 자르고 포효하고 있다. 조성현  선수는 대표팀 코치의 도움을 받아 올라갔다.

3장은 ‘Creativity, 창의성이라는 열쇠라는 주제로 선수들만 아니라 그들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람들 모두를 위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2장의 불가능의 벽을 깨뜨리는 열쇠는 창의성. , 그들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연구하는 사람들의 창의성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조공학자, 의사, IT기술자, 지도자, 그리고 마지막 가족까지 숨은 조력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웅장하고 화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개막식 공연을 통해 즐겁게 웃고, 공감하며 감동했다. 폐막식 입장도 일주일간의 열정의 물결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로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한 번에 입장했다. 홍보효과를 위해 엉뚱한 곳을 비추는 다른 대회보단 대회의

목적을 뚜렷하게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한 그저 장애인아시안게임만을 환하게 비춘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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