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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감으로 하는 어둠 속 '스트라이크'

 

                                                                                                           글/정해륜

 

 

 

 

  어둠 속에서 공을 굴린다. 맹인부부이지만 볼링을 즐긴다. 운동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소리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경기를 한다. 수원 핀 시각 장애인 볼링클럽 박승철(74), 김정순(71) 부부가 주인공이다.

 

 레인의 끝 가장자리에는 흰머리의 부부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여느 시골에서도 볼 수 있는 보통 할머니들처럼 흰 머리에 허리가 조금 휘어져 있었고 할아버지는 검은색 안경을 끼고 있었지만 70대의 나이에 맞지 않게 건강해 보였다.  부부 다 웃음이 많으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무엇보다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볼링레인에는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었다. 난간처럼 생긴 레일이 핀 방향으로 세워져 있었다.

 

 

 

할머니는 마치 스케이트를 처음 타는 사람이 빙판에 들어갔을 때처럼 한손에는 볼링공을 쥐고 한손은 레일을

꼭 잡은 채 종종걸음으로 한발 한발 끝부분까지 나아가 멈추고 공에 반동을 주며 힘껏 굴렸다. 핀까지 가는 공은

 드물었지만 핀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릴 때는 활짝 웃으며 할아버지와 함께 무척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운동신경이 좋다. 신중하게 첫 출발점에 서서 한손에는 볼링공을 쥐고 한손은 레일을 통해 한 걸음씩 내딛으며 마지막에는 걸어오던 스피드를 더해 온몸을 던지며 쓰러지듯이 공을 굴린다.

 

 

 

 

 어둠 속 볼링?
 특수체육,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체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장애에 맞게 변형이 필요하다. 변형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원형의 본질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 농구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고 골대의 높이를 낮추거나 코트를 변형 하지는 않는다. 공을 던져 골대에 넣는 농구의 매력, 농구의 기본 틀을 남기기 위해서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이내믹한 볼링의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가이드레일’을 설치했다. 가이드레일이란 투구보조기구로 투구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로 제한된 환경을 극복하게 하는 보조기구이다. 이 보조기구 하나로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 또한 볼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답답함을 날려준 볼링 공


  더운 날씨에도 수원의 시각장애볼링 생활체육인들은 팔목 아대가 땀으로 흥건해질 때까지 2시간동안 쉬지 않고 공을 굴렸다. 대부분이 서툰 자세로 공을 굴리며 몇 개만 쓰러져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쾅쾅 스트라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선수 못지않은 실력이다. 그의 이름은 정영호(45)이며 어렸을 때 볼링선수를 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쯤 시신경계 이상으로 시력 손상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한쪽 눈은 하나도 보이지 않으며 한쪽 눈은 지름 1cm 정도의 조금한 구멍만 보인다고 했다.

 그는 말했다. “보이다가 안보이니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이겨내게 해준 것은 어렸을 때 즐기던 볼링뿐이다.” 이제는 볼링 핀이 쓰러지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 소리를 들을 때면 온몸에 전율이 생긴다며 미소를 보였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운동은 볼링이다. 가장 안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볼링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