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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희망의 소프트볼 응원기-제26회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대회

 

                                                                                                                                    글/이원희

 

  지난 7월 21일 충북 청원 외천꿈돌이야구장에서 열린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이하 충대부고)와

 명진고등학교의 고등부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 대회 결승전. 2회부터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명진고가 5-0으로 일찌감치 앞서나가고 있었다.

 

“더 두고 봐야죠. 충대부고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팀이 아니거든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충대부고 유니폼을 입은 한 학생이 있었다. 그 순간 충대부고의 안타가 터지고 무사 1루와 2루. 좋은 득점 기회를 가진다.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 팀 타선이 만만치 않거든요. 이번 이닝에 점수를 낼수 있어요. 오늘 경기 흥미진진할 거예요.”

 

하지만 충대부고는 번번이 찬스를 놓치며 이날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합계 스코어 0-7. 충대부고는 경기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모교 충대부고를 응원하는 학생의 이름은 서유리(18). 주전선수 겸 1루수를 맡고있던 그녀였지만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최종 엔트리 탈락이라는 실망도 있었지만 경기 내내 그녀의 눈빛은 반짝였다.

동료에게 열띤 함성과 응원을 보내는 그녀. 서유리의 진솔한 감정과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부상

 

“악!!!”


충대부고 1루수 서유리는 연습 도중 볼에 손목을 맞고 비명을 질렀다. 대회까지는 고작 일주일 정도 남았다. 이내 서유리는 오른 손목에 기브스를 두르고 만다. 부상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하얀 기브스를 보며 아쉬운 얼굴을 내비친다. 대회 준비 하느라 구슬땀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안타까운 부상을 당했지만 그녀는 자신보다 팀을 더 걱정했다.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주전 선수를 교체해야 하잖아요. 저희 팀에게 많이 미안했죠.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를 대신해 경기를 뛰는 친구들이 잘 해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라며 믿음을 보였다.

 

  (충대부고 소속 1루수 서유리 )

 

결국 서유리는 대회 내내 벤치에서 경기를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알고 보니 대회 내내 그녀에게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팀의 경기 녹화였다. “나중에 팀의 전력 분석도 하고 이번 대회에 영상을 남겨 오랫동안 추억을 남기려고 해요” 카메라 앵글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은 사뭇 영화감독을 연상시킨다.

 

소프트볼을 시작하다

 서유리와 소프트볼의 첫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3학년부터 소프트볼을 접한 서유리는 줄곧 2번 타자와 6번 타자를 맡고 있다. 처음 운동을 시작 했을 때는 집에서 반대도 많이 했다고 한다. "걱정 많이 하셨죠. 무슨 여자애가 소프트볼이냐고.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어요. 근데 진짜 이것보다 재밌는 게 없어요. 매일 부모님에게 말도 안하고 운동하러 갔어요. 소프트볼이 신기하게 하면 할수록 계속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녀의 입가엔 웃음이 번져 있다.

 

공수교대를 할 때마다 서유리에게 다가와 파이팅 하는 선수가 있었다. 충대부고 포수 지연이(18)였다. 서유리의 단짝친구로서 고등학교 내내 소프트볼을 함께 했다. “연이는 같은 반이었고 운동도 함께 하다 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훈련이 없는 주말이면 그들은 여느 고등학생이 된다.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옷 구경도 하러 돌아다녀요. 노래방 가는 게 제일 재밌어요”

 

불꽃 튀는 결승전

  한마디로 치열했다. 주자들은 베이스를 향해 여지없이 몸을 날렸고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의 눈빛은 매서웠다. 투수와 타자 간에 벌어지는 기 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팀을 응원하고 끊임없이 감독의 작전을 전달하는 서유리도 분주해졌다. “경기에 뛰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나도 열심히 한다’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친구들이 승패와 상관없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소프트볼 고등부 결승전)

 

“빠빠빠빠빠빠빠빠 홈런을~ 쳐!”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소프트볼 경기장에는 다양한 선수들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는데 그 모습이 참 재미있다. 각 응원가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 현대 가요를 개사한 것이다. 특히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나올 때면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은 저절로 어깨가 들썩 거린다. 서유리의 응원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안 만들었다’였다. 대회 출전을 못 하다 보니 ‘응원가가 필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음에는 부상 없이 몸조리 잘해서 멋진 응원가를 만들 거예요”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지켜봐주세요!

 경기는 충대부고의 0-7 패배로 끝이 났다. 승패가 확정 되자 서유리의 얼굴은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친구들이 벤치에 다가오자 환하게 웃으며 ‘잘했다’라고 격려한다. 참으로 기특하다. “다음 대회에도 취재 오셔야 하요.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어요. 지켜봐주세요. 그 때는 저도 경기에 뛸 거고 제 응원가도 들을 수 있으니 꼭 오세요”라고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그녀가 참으로 맑게 보였다.

 

 

                                                    (서유리 학생에게 행운이 깃들길 기원한다)

 

벌써부터 다음 소프트볼 대회일정을 찾아봐야 할 거 같다. 한 소녀와 함께 한 약속을 지키려면 말이다. 부디 서유리가 잘됐으면 좋겠다. 파이팅 서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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