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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한 여름 무더위를 녹인다-제26회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대회

 

글/엄윤진

 

 

 7월 무더운 여름,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날씨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투혼과 열정을 보여주는 여자 소프트볼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남자들의 야구경기 못지않게 박진감 넘쳤던 제 26회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대회에서였다.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충북 청원 외천꿈돌이야구장에서 진행된 제26회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대회는 중등부 5팀, 고등부 9팀, 대학부 3팀, 일반부 5팀이 출전하여 자웅을 겨루었다. 이번 대회는 대한소프트볼협회가 금년도에 마지막으로 주관하는 국내대회로써,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대한민국 소프트볼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이기도 했다.

 

 야구와 닮았지만 또 다른 매력의 소프트볼
 소프트볼과 야구는 거의 흡사한 형태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야구와 많이 다르다. 야구는 9회까지 진행이 되고, 투수의 투구 폼이 자유로운 반면에 소프트볼은 7회까지만 경기를 하고, 투수는 언더핸드로 공을 던져야 한다.
 소프트볼구장은 야구장보다 훨씬 작다. 이번 대회가 열린 외천꿈돌이야구장도 작았다. 구장이 작기 때문에 장타가 나오거나 잠깐의 수비실책이 나오기만 하더라도 그라운드 홈런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주자에게도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에 투수가 투구하기 전까지는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있다가 투수가 공을 던진 이후에 도루가 가능하다.

 

▲투수가 투구할 때까지 주자가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있다. [사진출처-대한소프트볼협회]

 


   소프트볼 경기의 가장 큰 매력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이다. 베이스까지의 거리가 짧고, 땅볼로도 얼마든지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점수가 많이 나 야구에 비해

 훨씬 활발하고, 관중들이 경기를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화끈한 공격력을 볼 수 있었던 건 20일에 진행된 단국대와 호서대의 경기였다. 이 경기는 3회까지 16대 0으로

 단국대가 크게 앞서 콜드게임으로 끝났다.

 

단국대 박수진 선수의 타격 장면

 

  뛰어난 경기력, 끊임없는 소통
  전국대회답게 선수들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안타를 쳐서 점수를 내고, 조직적인 수비로 이닝을 끝내는 것은 기본이었고, 안타를 맞고도 침착하게 서로 사인을 통해 중계플레이를 하는 모습과 자동반사적으로 커버 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소프트볼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번트공격에 대처하는 동작은 프로야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번트공격에 대처하는 수비

 

 

▲장타로 인해 주자가 순식간에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또, 각 팀들의 팀워크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코치들은 한 순간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경기장 밖으로 나와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작전을 지시하였고, 이를 전해들은 선수는 다른 선수에게 전달해주며 끊임없이 소통을 했다. 또한, 선수들은 단 한 순간도 코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 선수가 타자에게 코치의 “초구는 무조건 참고 기다려라”, “공을 끝까지 봐야한다” 등의 작전과 진심어린 응원의 말을 전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들은 선수들이 얼마나 팀워크가 좋은지 보여주었고, 지금까지 얼마나 훈련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타자에게 코치의 말을 전달하는 대기선수

 

 

‘나이~스 히트!’, ‘날~려라! 날려~!’
 소프트볼 대회를 보고 있으면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가 있다. 공격하는 팀의 선수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을 하고 있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었다. 단순한 파이팅을 외치는 것을 넘어서서 계속해서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우리가 보통 예상하는 응원단이나 관중들의 응원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응원은 그 누구의 응원보다도 가장 힘이 되고,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 신정여상의 응원은 아직도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 공격이닝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종료되는 순간까지 선수들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상대선수들의 기를 누르는 동시에 자신들을 스스로 응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응원은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고, 이번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타격 이후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

 

▲시상식 후 단체사진 [사진출처-대한소프트볼협회 홈페이지]

 

 제 26회 전국종별여자소프트볼대회의 우승은 중학부-봉산중학교, 고등부-명진고등학교, 대학부-상지대학교, 일반부는 인천시체육회가 차지하였다. 봉산중학교와 상지대학교는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전국대회 2연패 팀들과 결승에서 맞붙어 우승을 차지했다.


 봉산중학교는 전국대회 2연패 팀인 충북사대부중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지난 제14회 평화통일배 전국여자소프트볼대회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상지대학교는 2014 회장기 전국여자소프트볼대회 결승전에서 단국대학교에 패한 것을 설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명진고등학교는 소프트볼 강호의 자존심을 지켰고, 인천시체육회의 우승은 다가올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소프트볼 메달획득에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대한민국 소프트볼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비인기종목이라는 점과 소프트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소프트볼이 ‘그녀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리그’가 되어서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이 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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