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해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새삼 큰 관심을 끌었다. 조별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총 64경기에서 승부차기와 페널티킥이 나온 경기는 16경기로 전체 25%나 차지한다. 페널티킥이 승패의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했다는 증거였다.
승부차기란 축구경기에서 120분 접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양 팀에서 각각 5명의 선수가 나와 한 번씩 번갈아 페널티킥을 차는 것을 말하며 페널티킥이란 경기 중 페널티 박스 내에서 반칙할 경우 골대중앙에서 11미터 떨어진 지정된 지점에 공을 두고 차는 축구에서 가장 결정적인 규칙이다.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패널티킥에서는 키커가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키커가 공을 찼을 때 공이 들어가는 시간은 0.4초 이고 골키퍼가 공을 보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0.6초라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공을 구석으로 보낸다면 공이 들어갈 확률은 100%이다. 그러나 실제 월드컵에서는 70%대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를 심리적인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예선부터 많은 득점이 나며 월드컵의 열기를 끌어 올렸는데 그 이유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루주카를 들고 있다.
승부차기 성공률 또한 공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승부차기 기록을 직접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승부차기 성공률은 72%로 공의 영향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승부차기는 사람의
심리가 가장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셈이다.
그러면 승부차기에는 어떠한 심리적 영향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서강석(2008)의 승부차기 심리적 요인분석 연구에 따르면 첫째, 승부차기 시 가장 키커가 기피하는 순번은 1번과 5번으로 나타났다. 둘째, 승부차기 시 갖는 습관요인은 방향설정, 징크스행동, 골키퍼 견제, 호흡, 발걸음 수 공식화, 기도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방향설정은 “차는 쪽 반대편을 쳐다본다” 가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골키퍼에게 킥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승부차기 시 경험하는 방해 요인은 실패 및 실수에 대한 걱정, 방향 설정에 대한 갈등, 자신감 부족, 외부 요인의 작용, 기술부족, 집중력 감소, 긴장 및 불안감 증대와 같은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승부차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생각하며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을 막는 골키퍼가 있고, 수많은 관중들은 키커에게 큰 부담을 준다. 특히 첫 번째 키커 나 마지막 키커는 압박이 더 크다. 빅 이벤트인 월드컵의 경우 심리적인 압박은 더욱 늘어나 성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경기 중 패널티킥 성공률(91%)보다 팀의 승패를 한 순간에 가를 수 있는 승부차기의 성공률(72%)이 훨씬 낮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승부차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방해요인을 줄이면 된다. 그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루틴(Routine)이다. 쉽게 말해 반복행동이다. 미리 정해 놓은 동작을 행함으로써 다른 요인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환이 경기시작 전 헤드폰을 듣는 행동, 크리스탈 호날두가 프리킥 차기 전 다섯 걸음을 뒤로 가고 호흡을 크게 한 뒤 차는 행동을 말한다.
실제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페널티킥을 분석하면서 많은 선수들의 루틴 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표로 두 명의 선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은 12번이 있었는데 딱 한번만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 대표팀에 아트사커를 부활시킨 주인공 카림 벤제마 선수이다.
카림 벤제마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이며 골 결정력과 피지컬 상황판단이 좋은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을 실패했다. 6월16일 온두라스 전과 21일 스위스 전까지 페널티킥만 두 번의 기회를 얻었지만 두 번째인 스위스 전에서는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카림 벤제마의 페널티킥 루틴은 공을 세워두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위치인 세 발자국 뒤로 가 호흡을 조절하고 슛을 한다.
스위스 프랑스, 벤제마 페널티킥 <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재미난 사실은 이번 월드컵에서 카림 벤제마의 페널티킥은 모두 왼쪽으로 향했다. 소속팀에서 페널티킥 또한 왼쪽으로 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스위스 전의 페널티킥 영상을 보면 스위스 키퍼가 먼저 움직이며 공을 막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경기분석 팀에서 벤제마의 페널티킥 기록을 분석했을 확률이 크다.
두 번째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아웃되어 가장 안타까움을 안겼던 네이마르 선수이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수이며 안정적이고 현란한 드리블 그리고 골 결정력이 뛰어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마르는 6월29일 칠레 전과 6월13일 크로아티아 전 두 번의 페널티킥을 찼으며 모두 성공 시켰다. 네이마르 또한 페널티킥 루틴이 있었는데 조금은 특이했다. 네이마르는 공을 찍고 뒤로 걸어가 가운데 서서 기다렸다가 왼쪽으로 사이드스텝 세 번 후 잔발 구르다가 다가가 슛을 한다.
브라질 칠레 승부차기, 네이마르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왼쪽으로 사이드스텝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왼쪽으로 사이드스텝 3번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잔발 구르기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왼쪽으로 슛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네이마르의 슛은 두 번 모두 왼쪽으로 향했다. 더 재미난 사실은 네이마르의 페널티킥 영상을 찾아보면 예전에는 루틴 없이 그냥 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경우 거의 실패했다. 그러나 루틴을 만든 후는 성공률이 높아 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에서도 특유의 페널티킥 루틴으로 두 번 모두 같은 방향으로 찼지만 모두 성공했다.
승부차기가 적용된 1982년 대회부터 2014년까지 승부차기는 매번 이루어 졌으며 총26번의 승부차기가 있었다. 그 중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이루어진 경기가 2경기나 된다.
승부차기는 매우 잔인하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사람에게는 가슴 졸이며 스릴과 짜릿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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