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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패럴림픽 종목 보치아 선수에게 꿈과 희망을 심는 "행복 전도사"

 

글/이원희

 

 

패럴림픽 종목 보치아 선수에게 꿈과 희망을 심는 ‘행복 전도사’


  여름비가 굳은 땅을 촉촉이 적셨던 지난 7월 17일 오후. 패럴림픽 종목 보치아를 지도하는 허무열(60) 코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수업 시간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고 선수들 역시 화기애애했다. 수업 분위기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늦은 오후에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보치아에 빠지다

 가르침의 뿌듯함을 느꼈다는 허무열씨. 4년 전만 해도 그는 보치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어느 날 ‘남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우연한 마음가짐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장애인 활동보조를 시작하게 되면서 보치아를 알게 됐어요. 당시 제가 맡은 분이 보치아 선수였거든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운동인가 싶어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해서 이렇게 장애인 선수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고 회상했다.

 

  

     (보치아 강사-허무열)

 

 

 

 이후 그는 보치아에 빠져들었다. 유도와 축구를 배웠던 그였기에 보치아는 색다른 운동으로 느껴졌다. 온 종일 보치아만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 매일 고민했다. “침대에 누우면 보치아 공이 보였고 꿈에서는 제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나타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보치아의 매력에 넘어간 거죠.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운동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들과 함께 웃다보면 어느 새 하루가 금방 집니다” 보치아 공을 들며 차근차근 설명 해주는 그의 입가엔 밝은 미소가 환하게 번져 있었다.

 

그가 바라 본 특수체육의 과제

 보치아는 특수체육이다.  뇌성마비 등급분류 1·2등급만 출전할 수 있는 보치아는 간단히 말해 표적 공에 자기 편의 공을 가장 가까이 붙여 놓으면 승리하는 경기다. 경기 규칙은 간단한 듯 하지만 전략은 무궁무진하다. 표적 공이나 초구의 위치 등으로 경기를 완전히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심리 문제는 허코치가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장애를 가진 것에 대해 마음의 짐이 된 선수들이 있습니다. 간혹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운동에 전념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며 안타까워 한 그는 “그들에게 언제나 조언을 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것이 나의 과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올바른 자세 잡기’다. 보치아는 뇌성마비를 가진 선수들의 운동이기 때문에 각자 개인만의 공 던지기 자세를 가지고 있다. “팔을 접어서 던지고, 흔들어서 던지고, 위로 던지고, 때로는 발로 차는 선수도 있어요”라며 “각기 다른 자세를 가진 선수들에게 각자 알맞은 폼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중에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치아 수업)

 

‘한 점차로 지고 한 점차로 이겨라’

 허 코치가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저는 다시 한 번 이 말을 선수들에게 전합니다. 무슨 경기든지 끈기 있고 욕심 부리지 말라는 뜻이죠”라며 “제가 생각하는 선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함입니다. 상대가 강자이든 약자이든 신중한 마음을 가지고 공을 던진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 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코치의 역할은 무엇일까. “코치는 선수들의 잘못된 자세를 올바르게 잡아주고 경기에 나서기 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라며 다시 한 번 선수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자면 타이거우즈는 세계 최고 골프 선수입니다. 우즈가 골프를 잘 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의 옆에는 항상 코치가 있잖아요. 선수를 보좌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 이것이 바로 코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밝혔다.

 

그의 교육철학은..

 “선수들과의 교류”라고 대답한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상시 가족과 같아요. 사소한 근심부터 행복했던 일까지. 모두 털어놓고 웃으면서 지내요. 보치아가 없는 날에는 함께 야구도 보고 밥도 먹고 합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 되어야 선수도 나도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죠”라고 이야기 했다.

 

 보치아를 지도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고개를 흔든다. “힘든 점이라..정말 그런 거 생각해 본적 없어요. ‘피곤하다’,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면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힘들죠” 라며 “저는 언제나 ‘보치아를 함께 한다’고 생각 합니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 할 때는 같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선수들이 경기에 이기면 저도 행복해지고 안아주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의 꿈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약속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가르치겠다고. 허 코치와 보치아 선수들. 그들이 만들어가는 감동의 드라마가 멋진 피날레로 장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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