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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축구매력에 빠진 그녀들, 여자축구 동아리 INHA-WICS

 

 

글 / 엄윤진

 

 

무더운 여름 인하대학교 운동장,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와~잘한다!”, “우리보다 훨씬 잘

차는데?” 바로 인하대학교 여자축구 동아리 INHA-WICS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는 남자들만의 스포츠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엘리트 스포츠를 제외한 생활체육에 있어서는 더욱더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다. 필자 역시 그녀들을 만나기전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자들이 갖고 있는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 것은 INHA-WICS팀이었다.

 

                                         <인하대학교 여자축구 동아리 INHA-WICS>

 

교내 최초 여자동아리 탄생
 INHA-WICS는 교내에서 최초로 여학생들로만 이루어져 만들어진 동아리로 2013년 4월 8일에 처음 창단을 하게 되었다. 체육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이 동아리에서는 매니저 역할만을 맡아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이 안타까웠던 여학생들 여럿이 힘을 합쳐 노력한 끝에 팀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체육전공 학생들만으로 팀을 꾸리기에는 인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체육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학생들도 모집하여 팀원을 충원하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했던 사람, 축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있던 사람, 운동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 등 이렇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여학생 12명이 모였다.

 

 

열악한 조건
 열정만으로 시작하기에는 많은 것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여자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중앙동아리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고, 운동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기안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다 축구용품도 지도해줄 코치진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현재 팀을 지도해주는 코치도 전해림 주장이 생활체육 동호회를 하다가 친분이 생겨 무상으로 가르쳐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회를 나간다 하더라도 숙식비용, 교통비 등 재정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교 이름을 내걸고 동아리 활동과 대회를 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스트레칭 

드리블 훈련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녀들은 밝게 웃으며 훈련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 나간 대회에서 입상은 하지 못하였지만 좋은 실력, 팀워크, 분위기로 평가를 받았고, 계속해서 도전한 끝에 며칠 전에 막을 내린 ‘제 6회 포포투 전국대학동아리축구대회’에서 3위로 첫 입상을 하였다. 비록 출전 팀이 적었지만 열악한 팀 환경, 선수 부족,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얻은 값진 성적이었다.

 

 

                                        <사진-포포투 전국대학동아리축구대회 3위>

 

그녀들을 매료시킨 축구
 축구를 흔히 남성들의 스포츠로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여성은 축구를 보는 데에만 그치고, 실제로 참여하는 여성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축구를 즐기고 있는 여성들이 말하는 축구는 매력덩어리 그 자체이다.
 팀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 여자들끼리 소통을 하며 느끼는 유대감, 팀워크를 맞추면서 느끼는 단결력,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서로를 모두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매력 등을 축구의 매력으로 꼽았다.

 

 

<친선경기>

 

 현재 국가적으로도 남자축구에 대한 열기는 뜨겁고,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그에 비해 여자축구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자축구의 현주소와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과제들이 남아있을까?
 현재 여자축구가 이전에 비해 생활체육으로 많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이 주부들로 구성된 축구단이며, 20대 여성들이 뛸 자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동호회 역시 20대들이 뛸 수 있는 자리는 1~2명이라 기회가 적다고 한다.
 올해부터 대학클럽리그가 생기면서 점점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기는 하나, 운동 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부족하고, 코치진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 제도적으로 나아진 부분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여자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여자축구의 발전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INHA-WICS 주장 전해림 양은 “조금만이라도 학교나 체육단체에서 대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준다면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INHA-WICS 팀원들은 많은 여학생들이 축구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고, 여자축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인하대학교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 여자축구 동아리가 있다. 이들은 각각 학교와 팀은 다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모두 똑같다.
 여학생들의 축구하는 모습을 단순하게 신기하게 쳐다만 볼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열정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고, 많은 여성들이 축구라는 스포츠에 두려움 없이 도전해보는 것이 여자 축구 활성화의 첫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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