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원희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로서 현재 많은 영연방 국가들이 크리켓을 즐겨 이용하고 있다. 야구와 경기규정, 인원 등 비슷한 것이 많은 종목으로 팀당 인원은 11명이다. 공을 던지는 것이 임무인 볼러는 팔을 쭉 피고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하기 어렵도록 바운드 되게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배트맨은 공을 쳐서 점수를 뽑아내기 시작하면 아웃을 당할 때까지 경기를 계속 할 수 있기에 한꺼번에 엄청난 점수를 낼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크리켓은 2일 혹은 3일이 넘도록 경기가 진행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크리켓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아이들이 있어 찾아가보았다.
[서원중학교 크리켓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용인 서원중학교 이정석 선생님(41)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크리켓 동아리 창단 승인 허가를 받아내고 뛸 듯이 기뻤다. 2002 ICC East Asia Cricket Festival 8개국 초청대회 국가대표를 지냈던 그는 학교 체육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크리켓을 알리고 싶었다.
이후 그는 바삐 움직였다. 우선 동아리에 들어 올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펜과 가입신청서를 들고 각 학급을 돌았다. 대한크리켓협회 학교체육위원회라는 신분을 사용해 여러 곳에서 지원과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창단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나니 어느새 40명의 듬직한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그 앞에 섰다. 대한민국 크리켓 협회 창단 이후 첫 크리켓 동아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크리켓 동아리 창단되다
[이정석 선생님] |
[김경수 교장 선생님] |
조금은 생소한 크리켓이 서원중에 창단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동아리가 생기기 전, 하루는 다른 학교에서 크리켓 강좌를 부탁을 받았어요. 교감 선생님께 강좌를 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으러 갔었죠” 혹여나 크리켓이 무엇이냐며 핀잔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강좌 허락 질문을 받은 교감 선생님은 이내 크리켓 정보를 검색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이정석 선생님. 왜 우리 학교는 크리켓 안 해요?”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도 크리켓 창단에 한몫했다. 김경수 교장선생님(56)은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학업 뿐 아니라 육체적 및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2년 4월 이정석 선생님이 크리켓 동아리 창단에 대해서 조심스레 문의했었는데 오히려 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에 참여 할 수 있다면 제가 영광이지요”
열악한 크리켓 환경
하지만 서원중학교 크리켓팀 창단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장비 비용이었다. 이정석 선생님은 “크리켓 장비 한 세트는 약 50만원으로 고가입니다. 수업을 진행하려면 두 세트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부담이 되긴 하죠. 처음에는 호주 크리켓 협회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제 사비로 구입 한 장비도 있었습니다”라며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한민국 크리켓 협회가 생기고 난 뒤 장비부분은 확실히 지원 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편안히 크리켓을 즐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의 동기부여다. 그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경쟁심이거든요. 다른 학교 크리켓 팀과의 경기를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게 하고 싶은데...빠른 시일 내로 다양한 학교에서 여러 크리켓 팀이 생겨 자주 시합도 하고 아이들끼리 좋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대한민국 크리켓 교육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지도자가 매우 부족해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넓게 보기 위해 크리켓 협회에 지도자 양성 절차를 더욱 엄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중요한 것은 열정입니다. 뜻 깊은 지도자를 키워나가야 크리켓 발전을 위해 더욱더 깊고 오랫동안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하루라도 결석을 하거나 나태함을 보이면 지도자 수업에서 제외시킬 정도로 강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현재 크리켓 협회는 지도자 양성 교육과 심판 과정을 더해 주도면밀히 크리켓 지도자들을 키워내고 있다.
역경이 모여 만들어진 결실
2013년 3월, 드디어 결실이 이루어졌다. 이정석 선생님은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 하고 있었다. “긴장도 됐고 우선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감동이 밀려왔었죠. 크리켓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한 부분도 있지만 제 뜻을 믿고 따라주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볼 때 면 너무나 고맙더라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아이들에게 크리켓을 가르치다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바로 교육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즐거운 기분으로 가르칠 때면 아이들도 웃으며 응해 주었고 아이들이 저를 향해 ‘재밌다’라고 말하면 저도 몰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라고요. 이처럼 교육은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원중 크리켓 1기 활동] |
[서원중 크리켓 2기 활동] |
새로운 희망
올해 크리켓 동아리는 2기째를 맞이했다. 조그만 후배였던 학생들이 의젓한 선배가 되었고 아직 새내기 티를 벗지 못한 이들도 있다. 작년부터 활동 하고 있는 최준혁(16)군은 “크리켓을 하면서 제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우선 살도 많이 빠지고 체력적으로도 건강해졌어요. 무엇보다 많은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니깐 너무 좋아요” 옆에 있던 친구 임석호(16)군도 거든다. “저는 야구팀도 같이 하고 있는데 크리켓은 야구와 다르게 팔을 쭉 펴서 공을 던지는 것이 신기했고 재미있어요. 오랫동안 크리켓을 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임혜연(16)양은 팀 내 어여쁜 여학생이다. 하지만 혜연양은 누구보다 크리켓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제가 다른 남자 친구들보다 왜소한 건 사실이지만 저에게도 저만의 장점이 있어요. 전에 티-볼을 배웠기 때문에 누구보다 공을 잘 던 질 수 있고..음..”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손뼉을 치며 다시 말을 잇는다. “아! 저 달리기도 잘해요!”
최초라는 자부심을 안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서원중학교 크리켓팀. 짧은 시간 함께 했지만 금세 정이 들었는지 그들은 필자에게 조심히 가라며 연거푸 인사를 하며 배웅한다. 필자도 뭉클한 가슴을 안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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