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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글로벌 브랜드 천지', 국산 브랜드는 안녕합니까.

 

 

 

 

   글 / 홍의택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 소속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삼성, 2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를 상대로 각각 51분, 53분을 소화한 것이 ‘선수’ 박지성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여기서 퀴즈 하나. 두 차례의 친선 경기에 쓰인 축구공은 어느 사(社)의 제품이었을까.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아디다스의 ‘브라주카(Brazuca)’는 아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쓰인 나이키의 ‘인사이트(Incyte)’도 아니다. 축구용품 시장 점유율(2012년 기준) 1, 2위를 차지한 아디다스(38%), 나이키(36%) 대신 나선 건 국산 브랜드 낫소(Nassau)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을 받아 FA컵, 내셔널리그, K3 챌린저스리그, U리그 등에서 사용된 낫소의 ‘투지FA’ 축구공이 박지성의 은퇴 경기를 함께했다.

 

   주최 측은 ‘투지FA’에 대해 “탄성, 내구력, 부드러움, 현상 복원력이 뛰어나다”라고 했다. “드리블과 패스의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을 높이 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971년 설립돼 축구, 테니스, 농구 등 다양한 구기 종목의 공식구를 생산해온 낫소가 글로벌 브랜드와도 당당히 겨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아쉬움이 크다. 계은영 낫소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국내 스포츠 용품 산업을 들여다본다.


- 박지성의 은퇴 경기에 국산 브랜드 낫소의 ‘투지FA'가 쓰였다.

“대행사 쪽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국산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파괴력이나 인지도가 많이 부족하다. 낫소가 오랜 기간 노출되며 알려지긴 했으나, 상품 선정 및 구매에서는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용구 지정에는 ‘해외 브랜드도 좋지만, 국산 브랜드도 노출하고 육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공감대가 작용했다.”

 

- 사용구 지정에 따른 구체적이고도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까.

“매출이 급등하는 등 당장의 효과는 없다. 마케팅이란 인지도를 올리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브랜드 노출은 꽤 많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기에서 사용됐음은 물론 A보드를 통한 광고도 진행했다. 또, 경남과 PSV의 중계방송 중엔 허정무 MBC 해설위원이 직접 축구공 브랜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축구 팬들에게 많이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 일반 팬들에겐 낫소라는 브랜드가 조금 생소했을 수도 있다.

“자금력을 갖고 싸우는 글로벌 기업과는 대결이 안 된다. 낫소가 국내 시장에서 알려지긴 했으나, 인지도 면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국내 영세 업체 입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자금력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 특히 어려운지.

“공을 만들어 내놓는 게 전부가 아니다. 국제 스포츠 조직의 공인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친환경적 재질을 활용해야 한다’, ‘공을 튕겼을 때 반동이 어느 정도여야 한다’ 등 적잖은 항목이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 심사를 거쳐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에서 국제 공인료를 지원하지만 쉽지는 않다. 기업이 스스로 극복할 차원을 넘어섰다.”

 

- 정부의 정책적인 도움도 필요하다는 건가.

“영화계에는 자국 컨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 쿼터제’가 있지 않나. 스포츠계엔 왜 그런 제도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 용품이 해외로 뻗어 나가려면 경쟁력을 다져야 한다. 품질 개선 등 기업이 나서 노력할 부분도 있지만, 그 외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현실적이고도 적극적인 육성책이 절실하다.”

 

- 현 스포츠산업 상황이 어떻게 보는가.

“정부에서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며 스포츠 관련 예산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 부대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용품이 소비가 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하계‧동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바 있다. 그에 반해 국내 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너무 미미하다.”

 

- 이번 사용구 지정이 국산 브랜드 성장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해외 클럽팀을 초청한 단일 경기에 국산 브랜드가 나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아직은 멀었다. 가령 ‘국내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는 국산 제품을 80%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법적인 테두리도 필요는 하다. 그래야 기술력에 또다시 투자할 여력도 생긴다.”

 

- 앞으로 국산 브랜드를 자주 볼 수 있을는지.

“인천 아시안 게임 등 국내에서 열리는 여러 스포츠 이벤트에 국산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낫소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산 브랜드의 약진을 지켜봐 달라.”


  “일본만 해도 ‘미즈노’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용품 브랜드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없다.”라는 말 속에 계 본부장의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글로벌 브랜드 천지가 되어버린 국내 시장, 현직 종사자의 말처럼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고민’도 필요한 시기는 아닐까.


사진 제공 = 낫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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