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고

교사와 학생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글 / 고문수

 

 

   교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을 설득했다거나 그들이 설득 당했다고 오판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본 글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거나 의도하는지, 학생들은 교사의 말과 행동에서 어떠한 상처를 받고 있는지, 또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힘으로써 학교 체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교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학생들의 인식을 통해 알아보았고, 교사가 학생들을 위한다는 생각과 합리화로 의도치 않게 그들의 감정에 상처를 주는 사례를 검토하였다.

 

1. 교사의 체육 통제 유형

   교사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학생들은 교사들이 사용하는 통제 유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체육수업에서 교사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통제 유형을 사용하는지 탐색하였다.

 

표 1. 교사의 체육 통제 유형


<표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교사의 체육 통제 유형은 ‘체육수업 준비로서 통제’, ‘체육수업 운영으로서 통제’, ‘타 교과를 위한 통제’, ‘학교생활 통제’ 그리고 ‘교사요인’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체육 자체가 싫거나 체육수업을 하는 것을 꺼려한다기보다는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감정을 이용해 암묵적으로 협정을 맺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교과과정 운영의 제약과 교과특성에 따른 경중, 교사의 감정 그리고 학생의 통제수단으로 체육수업을 활용해 나갔다. 이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체육교과목의 중요성에 대한 경시, 즉 운동과 건강은 중요하지만 체육수업은 안 한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2. 교사의 감정적 협박

   교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체육과목을 통제나 협상의 도구로 인식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교사의 권위를 이용하여 강요하지는 않았다. 교사의 감정적 협박에서 체육을 도구로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를 탐색한 결과 요구 알리기와 반복하기가 드러났다.

 

1) 요구 알리기
   동화 “해님과 달님”에 내용 중 호랑이와 할머니가 산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다. 이때, 호랑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가 나타나 이와 같이 말했다면 누구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없는 떡이라도 만들어 주고 도망가려고 할 것이다. 위의 표현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꾸어보자.

 

“떡 먹고 싶지 않아?”

 

   직설적 표현이 아닌 시무룩한 표정으로 위와 같이 말한다면, 이 표현은 상대방에게 떡을 사주겠다거나 만들어 주겠다는 것보다는 나에게 떡을 달라는 것에 가깝다. 호랑이가 떡을 주지 않으면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는 생명의 위협은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심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자신들의 요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행동하고 있으며, 말을 할 때에도 학생들을 위해 제안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는 이미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학생들의 의사가 관철될 만한 여지는 남겨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교사는 체육을 통한 협상이 학생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암묵적인 협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도 사실 그런 경험이 적진 않은 것 같아요. 뭐, 동의라고 하기까지는 좀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번 주가 시험인데 진도는 맞춰야겠고 공부도 해야겠고 그래서 ‘체육은 시험 끝나고 맘껏 해줄게’라고 선심 쓰듯 말하죠(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김과거와의 면담>

 

“학생들에겐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등으로 양해를 구하지만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데 그 땐……. 사람이 다급하면 여유가 없어서 교육적으로도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이현재와의 면담>

 

   두 교사의 대화는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현실로 합리화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교사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교사는 왜 미안해하면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하는 것일까? 학생들은 닫힌 교실에서는 조용히 앉아 수업을 받는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고 수업운영을 하는 것이 적은 노력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장에 나가는 순간 학생들의 마음은 상당부분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때 선생님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교실보다 넓은 공간에서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은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는 교실에서 만큼 학생들을 통제하고 교육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체육수업을 준비하는 과정(복장, 수업준비, 준비운동 미비 등)과 체육수업을 운영하는 부분(떠들지 않기, 싸우지 않기, 열심히 참여하기 등)을 위한 통제의 수단으로 체육수업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나가서 체육을 해야 하는 건 알지만 여선생님들은 한번 나가려면 모자도 써야하고 선크림도 발라야하고 팔 토시도하면서 가릴게 많잖아요. 나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나갔다와서도 그 상태로 계속 있을 수도 없으니까 체육 한번 하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박미래와의 면담>

 

   박미래의 면담에서 알 수 있듯이 날씨와 교사의 건강상태는 체육수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특성상 여교사의 비율이 높은 만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교사들이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에는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 때문에 모자와 선크림, 팔 토시 등으로 몸을 꽁꽁 감싸야한다. 이는 복장을 갈아입는데서 오는 불편함과 연결되고 임신이나 감기 등으로 건강상태가 더욱 좋지 않을 때에는 강한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강한 요구는 학생들에게 위협을 느끼도록 하고 그들의 체육수업 동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적인 체육수업의 동기는 이후에 전개되는 체육수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바꾸어 생각해보면 교사는 자신의 입장이 학생의 감정이나 상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는 긍정적인 ‘질’을 설명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감을 주는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항상 학생들에게 진실해야 한다. 교사가 체육수업을 위해 밖으로 나가기 싫어한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거나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체육수업을 연구하여 학생들과 더 우호적인 학습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 프랙탈 현상
   프랙탈은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전체 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모양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가면서 반복되는데 결국은 본래 상태와 같은 효과를 말한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감정적 협박의 형태도 이와 유사한 반복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반복’의 의미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언행이나 일 따위를 이랬다저랬다 하여 자꾸 고침”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상태로 되돌림”의 관점이다. 전자는 교육과정 운영을 수정하는 것의 반복이고, 후자는 교사의 체육수업 통제과정의 반복이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체육수업은 고정된 시간, 즉 교육과정에 반영된 주간학습 안내에 따라 정확하게 운영되어야 함에도 이것이 바뀌어가는 것이다. 교사의 통제 유형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주지교과를 위한 통제’와 ‘학교 교육과정 운영’들로 인해 체육수업이 그때그때 바뀌는 상황이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고 체육 그 자체에 대한 인식 또한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어나 수학, 사회가 중요하지만 체육도 중요한 거 아니에요? 왜 체육을 안 하냐고요. 똑같은 과목인데요. 정말 짜증나고 이상해요.” <오체육과 면담>

 

“예전엔 체육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방훈련 한다고 못한데요. 근데 왜 다른 과목은 하는 거죠? 체육을 안 하면 다른 것도 안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삼체육과 면담>

 

   후자의 관점은 앞선 체육 통제화 유형에서 ‘학교생활 지도’를 위한 통제와 ‘교사 요인’으로 인한 반복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기란 학생들에게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보니 생활지도의 벌점으로 체육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쉬운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교사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여교사의 경우 임신한 경우라면 체육을 하러 나가는 것은 사실 매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체육전담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육을 생활 지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학생들을 말 잘 듣게 할 수 있어서예요. 학생들이 간혹 들뜨고 방방 뛰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 체육을 하러 나가면 정말 정신이 없어요. 어찌나 말도 안 듣는지. 그러면 하루가 정말 너무 힘들더라고요.” <박미래와 면담>

 

“사실, 제가 아프거나 음… 예전에 임신했을 때는 정말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전날부터 걱정이 됐어요. 체육전담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요. 저도 체육전담을 해보았지만 내 몸 컨디션이 좋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면 쉽진 않죠. 그렇다고 체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가르쳐야 하고 그래서 내가 힘들면 잘 못하게 되고 애들한테 괜히 짜증만 내니까 더 부담이 되는 거 같아요. 체육전담은 가산점 같은 제도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이현재와의 면담>

 

  

   체육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체육이 다른 주지교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 또한 거의 없다. 주지교과를 위해 체육이 희생당하는 현 시점에서 체육계와 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초등체육은 청소년 문제뿐만 아니라 평생체육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체육의 중요성에 알맞은 학교 체육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현재의 면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체육전담교사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학교정책입안자, 관리자, 교사에 의한 연수와 더불어 단기성 방안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