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아영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지 1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전 국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 생환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나 행사가 대거 취소되었다. 특히 해마다 각 도별로 개최하던 도민체전 역시 잠정 연기 되었다. 그러나 국제 행사, 국가대표 선발전과 같은 스포츠 행사들은 일정상 취소하기가 곤란하여 엄숙하고도 조심스럽게 진행되기도 했다.
필자는 (사)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이 5월 10일과 11일 경기도 고양시 종합운동장 인공 암벽장에서 개최했던 2014 아디다스컵 제34회 전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 대회를 찾았다. 5월 10~11일 양일간 펼쳐졌던 이 경기는 2014 아디다스컵 제34회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권 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였다.
고양시 종합운동장 인공 암벽장(좌 난이도 경기벽, 우 스피드 경기벽)@대한산악연맹 제공
그 곳에서 “스포츠 클라이밍”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인물인 암벽여제 “김자인” 선수를 볼 수 있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과 관중들은 김자인이 등장하자 관심을 보이며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 그 때 김자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온 쇼핑백을 열어서 주변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하나씩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맛있는 간식일까? 아니면 남매(김자하, 김자인, 김자비)의 이름을 딴 클라이밍 센터 더 자스(The Ja’s)의 기념품일까?‘ 하는 생각으로 김자인 선수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봤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김자인 선수가 나눠주는 투명색 선물 포장지가 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경기장에는 뒤통수에 노란 리본을 단 선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김자인 선수가 나눠준 노란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아영
김자인 선수가 나눠준 것은 바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온 노란리본이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종목의 성격상 관중들이 선수의 뒷모습만 보기 때문에 그러한 특성을 잘 살려 만든 아이디어 아이템이었다. 김자인은 이번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권 대회 난이도 부문에서 1위에 올라 국가대표로 재 선발이 되었다.
대회는 남녀 고등부(난이도)와 일반부(난이도, 속도, 볼더링)로 나눠 각각 진행됐다. 난이도 경기는 정해진 시간 안에 벽에 부착된 홀드를 이용해 얼마만큼 높이 올라가느냐를 겨루는 것이고,
난이도 경기 장면(남자 난이도 국내 랭킹 1위 민현빈) @ 대한산악연맹 제공
난이도 경기 장면(여자 난이도 세계 랭킹 1위 김자인) @ 대한산악연맹 제공
난이도 경기 장면(여자 난이도 세계 랭킹 1위 김자인) @ 대한산악연맹 제공
속도경기는 수직의 벽을 홀드를 이용해 정해진 지점까지 누가 빨리 올랐는지 로 순위를 결정짓는다.
스피드 경기 장면 @ 대한산악연맹 제공
볼더링은 로프 없이 볼더라고 부르는 여러 개의 짧은 구간을 홀드를 이용해 오르는 경기이다.
볼더링 경기 장면 @ 대한산악연맹 제공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게 높은 난이도 경기벽은 높이 12m, 길이 15m이다. 벽의 각도에 따라 경사벽(90도 이하), 수직벽(90도), 오버행 벽(90도 이상)으로 구분된다. 이런 아슬아슬하고 무서운 경기벽에 매달려 경기를 하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런 선수들을 촬영하기 위해 공중에 매달려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강래아(대한산악연맹 공식 작가)씨다.
강래아 작가 작업 사진 @ 이아영
여름에는 인공 경기벽에 매달려서, 겨울에는 아이스 클라이밍 얼음벽에 매달려서 몇 시간씩이고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선수들을 촬영한다. DSLR을 한 번쯤 만져본 사람이라면 무거운 카메라를 장시간 목에 걸고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는 선수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런 선수들을 촬영하는 극한 직업의 현장도 생생히 볼 수 있어서 재미가 쏠쏠하다. 강래아씨는 엉덩이가 가벼운 작가다. 컴퓨터로 사진 작업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 시라도 앉아 있지 않는다. 선수가 경기벽에 없어도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관중들과 관계자들의 행동을 호시탐탐 노리며 극적인 한 컷을 얻어낸다. 이렇게 체력 좋은 작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적인 직업 정신을 가진 강래아씨의 작품은 본 기사에 첨부된 “대한산악연맹 제공” 사진들이다.
전국 17개 시·도 128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남자일반부 난이도와 속도, 여자일반부 볼더링 예선 경기로 대회 막이 올랐다. 경기결과 남자일반부 난이도 부문에선 민현빈(아디다스클라이밍팀) 선수가 1위를, 윤신영(경기 버티칼리미트), 김한울(조선대) 선수가 그 뒤를 이었다. 민현빈 선수는 스포츠클라이밍 남자난이도 부문 세계랭킹 4위를 기록 중이다. 여자일반부 1위엔 2013년도 스포츠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를 기록 중인 김자인(더 자스산악회) 선수가 차지, 2년 연속 세계랭킹 1위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2014년도 첫 대회로 열린 볼더링 부문 남자부에선 천종원(단국대) 선수가 1위를, 김자비(더 자스산악회) 선수가 2위를, 박지환(숭실대) 선수가 3위를 기록했다. 여자일반부에선 사솔(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조해미(경기백운고), 김승현(서울서초고) 선수가 각각 1, 2, 3위를 기록했다.
개회식은 앞서 참가자와 모든 관계자들은 작고한 많은 산악인들과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되었고 변기태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의 개회 선언에 이어 이인정 회장 인사가 이어졌다.
참가한 모든 관계자가 묵념을 하는 모습 @이아영
이인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스포츠클라이밍은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 건전한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을 위한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작년부터 남자일반부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여자부 청소년부, 소년체전, 나아가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정식종목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스포츠클라이밍은 2013년 남자일반부(남자대학부 포함)전국체전 정식종목에 이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남녀일반부 각 종목 12위까지 선수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해 2014년 대한산악연맹에서 파견하는 각종 국제대회에 스포츠클라이밍위원회 심사 후 국가대표로 선발, 파견될 예정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정보!
(사)대한산악연맹은 다가오는 5월 25일 일요일 오전 08시부터 서울 도심 속 클라이밍 경기(2014 락스타 서울)를 남산 팔각정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화창한 5월, 주말 나들이 목적지를 남산으로 잡아보신다면 즐거운 경기 관람도 하고 화창한 날씨도 즐기는 1석 2조 데이트가 될 것입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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