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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두 영웅이 함께 하던 날 - 박지성 고별경기를 다녀오다.

 

 

 

글 / 배정호

 


2002년 월드컵 4강진출 이후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80년대 차범근 허정무 이후 불가능 할것 만 같았던 유럽진출도 2002년 월드컵 이후 활발해졌다.

 

그 교두보의 중심은 박지성과 이영표였다. 만약 이들이 월드컵 후 히딩크 감독의 부름아래 PSV라는 네덜란드 명문 구단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더라면 한국 선수들의 유럽진출은 머나먼 ‘바램’으로 남겨졌을지 모른다.

 

2005년 뉴스를 보다가 속보로 ‘박지성 맨유 입단’이라는 문구를 본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축구를 좋아하던 당시 중학생 신분이었던 필자는 꿈에 부풀었다.

 

이전까지 Star sports, bbc등 해외채널에서만 접하던 세계최고의 클럽에 한국선수가 뛴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경기를 한국 채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그 때 당시 말도 안되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MBC와 SBS스포츠 채널에서는 그 비싸고 비싼 EPL, 챔스의 중계권을 사와 한국 축구팬들에게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시험기간을 제쳐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모두다 EPL을 TV앞에서 기다렸던 것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다음해 이영표 선수도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먼 추억이 되어버렸다. 영원하게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 같던 두 영웅은 떠나갔다. 이미 짜여진 각본처럼 PSV를 동반입단한 박지성과 이영표는 2010년 아시안컵이후 동반은퇴를 선언했고. 이영표는 2013년 10월 벤쿠버에서 박지성은 2014년 친정팀 PSV에서 영원히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박지성 선수가 고국에서 마지막으로 은퇴경기를 가진다고 했을 때 반드시 경기장에 갈 것이라 마음먹었다. 옛 동료였던 이영표 선수가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박지성 선수의 은퇴를 축하해 주는 장면을 꼭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영웅을 PRESS라는 신분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꿈꿔왔던 순간’ 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후 KBSN 정인영 아나운서와 함께 박지성의 고별경기 중계를 마친 이영표 위원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제가 박지성 선수 경기를 중계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친정팀인 PSV의 경기여서 더 그렇습니다... 3년간 PSV에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경기 전에도 팀 스태프,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PSV에서 한 번 오라고 하더라고요...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그 때 할 생각입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해설위원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경기를 중계하려 한다. 하지만 이 날 경기는 그렇지 못했다. “오늘 경기 주인공인 지성이 위주로 중계를 하려했는데 교체가 되어 55분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영표 위원은 상당히 아쉬워했다.

 

지난해 10월 현역은퇴(밴쿠버)를 선언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은퇴를 결정한 박지성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후배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보냈다.

 

“지성아! 네가 은퇴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은퇴 때보다 훨씬 아쉬웠던 것 같다. 1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고생했어. 선수생활 때 성실했던 모습, 이제는 경기장이 아닌 밖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할게! 박지성 파이팅!”

 

이제 두 영웅이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하지만 먼 훗날 더욱더 시간이 지났을 때 향수에 젖으며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 TV앞에서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를 보려고 기다렸던 그 순간. 두 선수가 경기 중 격려의 손을 붙잡아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린 장면.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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