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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의 진정한 힘은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서 나온다

 

 

글 / 엄윤진

 


   스포츠계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세계화된 종목이라는 축구에서 최근 들어 빈발하며 미 프로농구서는 구단주까지 인종차별 발언을 자행하는 형국이다. 지난 달 28일 열린 2013-1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비야레알과 원정경기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던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 선수에게 한 관중이 바나나를 던졌다. 알베스는 보란 듯이 바나나를 주워 먹는 먹었다. 이 장면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나나 투척은 경기장에서 외국인 선수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알베스가 인종차별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유럽축구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출처-스카이스포츠 캡쳐화면]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레반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서 원정 팬들이 레반테의 미드필더 파페 디우프를 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사건이 발생했고, NBA에서는 LA 클리퍼스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이 자신의 애인에게 "흑인과 함께 다니지 마라"고 말하는 내용의 음성 파일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스포츠에서의 인종차별은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그동안 역사적으로도 많은 인종차별 사건이 있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검은 장갑’  사건은 역사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됐다. 당시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미국 내 만연하던 인종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상식 때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하늘로 내뻗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선수촌에서 쫓겨났고,  IOC에서는 그들의 메달까지도 회수 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도 인종차별을 겪었는데, 셀틱에서 활약하던 기성용도 2010년 10월 세인트 존스턴 전에서 상대방 팬들이 일제히 원숭이 소리를 내는 인종차별을 당했고, 볼턴에서 활약중인 이청용은 2012년 10월 열린 밀월과 2012~2013시즌 잉글리시 챔피언십 원정 경기에서 13세 밀월 팬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밀월 팬은 결국 영구 출입정지 처벌이 내려졌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한화의 간판타자 김태균은 “롯데 외국인 유먼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 보여서 진짜 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당한 경우가 정말 많다. 특별히 까다로운 투수는 없었는데 유먼이 나오는 날은 많이 말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논란이 되었고, 김태균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함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노병준은 작년 4월 베이징 궈얀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경기 뛰다가 카누테 한번 물어버릴까? 시껌해서 별맛 없을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출처-페이스북 캡쳐]

 

   논란이 계속되자 노병준은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었다. 
 
   FIFA와 UEFA는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축구장 내 인종차별 사건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해당 구단에 내려지는 징계 수위를 강화해  인종차별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끔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나나를 씹어 먹으며 인종차별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한 다니엘 알베스는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받았으며 많은 선수들과 팬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NBA에서는 스털링 구단주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리면서 강력하고 신속한 처벌을 내렸다.

 

   스포츠의 힘은 위대하다. 사회적인 파급력 또한 크다. 인종차별 문제가 스포츠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이 매우 넓고 깊다. 스포츠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고, 모두가 즐겁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만들어 낸다 해도 결국 우리 모두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다면 인종차별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인종차별 퇴치 캠페인을 모든 종목 경기에 앞서 진행하여 팬들에게 인식시키고, 많은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색안경을 끼지 않고 성숙한 팬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서는 많은 국제대회가 열린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인종차별 퇴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성숙한 선진스포츠 문화의 품격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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