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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나는 남자치어리더다.

 

 

 

글 / 이원희

 

 

2000년 12월 국내에서 개봉 한 영화 ‘Bring it on(한판 붙자)’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OST곡 ‘Hey Mickey’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스턴트 치어리딩을 소재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출처-NAVER 영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구호에서 시작 된 스턴트 치어리딩은 2013년 5월 정식스포츠로 채택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부분과 함께 여자들만의 스포츠로 인식된다. 하지만 기존의 틀에 도전하는 치어리더가 있다. 바로 스턴트 치어리딩 TRY의 단장 김현종(21)이다.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남자, 치어리더 김현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TRY단장 김현종)

 

치어리더? 여자들이 하는 거 아냐?

 

“그걸 남자가 어떻게 하냐. 창피해..”

 

2010년 광운 전자공업고등학교 스턴트 치어리딩 동아리 ‘일렉’에 들어가겠다는 그의 결심에 친구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펼친 일렉의 공연을 본 뒤 스턴트 치어리딩에 푹 빠진 김현종. 이후 그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입 신청서를 내러 한 걸음에 달려갔다.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어요. 고민 할 것도 없이 하고 싶었죠. 쉽게 할 수 없는 스포츠여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선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걱정 섞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걱정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여자 아니냐’, ‘창피하다’ 대개 이런 식이었죠. 그래도 전 상관 안했어요. 치어리딩 하는 것이 좋았고 재밌었어요. 사실 제가 설득해서 뒤 따라 가입 한 친구들이 여러 명 됩니다”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쉽지 않았던 훈련

 

설렘을 안고 시작 한 스턴트 치어리딩이지만 부푼 기대만큼 훈련도 고됐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초기에 기본훈련 및 체력훈련을 받았어요. 체력훈련의 경우 달리기나 줄넘기 등 간단하지만 힘든 훈련이 많았죠”라며 그 당시 훈련 상황을 떠올렸다. “스턴트 치어리딩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뿐 아니라 체력도 무척 중요해요. 체력적인 문제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완벽한 기술을 펼쳐 보이기 어려울뿐더러 실수로 인해 선수들이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치어리딩 훈련) 

(어려운 치어리딩 훈련) 

 

하나씩 늘어가는 기술만큼 다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특히 김현종이 맡은 플라이어(위에서 날고 돌고 묘기를 선보이는 사람)의 기술은 공중에서 펼쳐지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자칫 위험 할 수 있다.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많이 서툴렀죠. 플라이어는 공중에서 선보이는 동작이 많다 해서 절대 겁을 먹으면 안돼요. 겁을 먹기 시작하면 저뿐만이 아니라 베이스(플라이어를 받는 사람)들도 다칠 수 있어요”라며 “한번은 착지 하는 과정에서 베이스의 무릎에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아파서 말도 안 나올 정도였죠”

 

크고 작은 부상이 빈번한 가운데, 자연스레 가족들로부터 반대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께서 무척 반대하셨어요. 꼭 그런 위험한 운동을 해야 하냐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호되게 혼내신 적도 있었죠. 아무래도 몸을 다쳐서 집에 오니깐 걱정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의 완곡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치어리딩을 포기 할 수 없었다. “치어리딩을 좋아하니까요. 힘들었던 훈련도, 다쳤던 기억도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들이에요. 그만큼 치어리딩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계속 스턴트 치어리딩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쉬운 2012 치어업 청소년 치어리딩 페스티벌

 

2012년 그에게 꿈을 위한 도전이 주어졌다. 그 해 펼쳐지는 치어업 코리아 청소년 치어리딩 페스티벌이 그것이었다. “그 당시 저희 일렉이 하나 되어 준비를 많이 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 대회 이야기가 전부였고 우승하고자 하는 의지도 대단했어요”라며 “철저히 준비했던 대회지만 막상 공연 순서를 기다리는데 심장이 계속 뛰더라고요”

 

(치어업 대회의 김현종)


하지만 안타깝게 일렉은 대회 2위에 머무르고 만다. “분하기도 하고 준우승이라는 등수가 납득이 가지 않아서 울컥했어요. 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대팀과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승에 대한 기대를 품었지만.. 조금은 운이 따르지 않았던 점수에 팀원들도 많이 울었고 담당 선생님도 저희 몰래 눈물을 훔치신 것이 기억에 남네요”라며 그 날의 아쉬운 기억을 떠올렸다.

 

스턴트 치어리딩 사회인 동호회 ‘TRY’

 

언제나 함께했던 스턴트 치어리딩이었지만 학업을 졸업하면서 점점 멀어져갔다.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죠. 사회로 나오자 스턴트 치어리딩 팀이 흔치 않았어요. 저 혼자 하고 싶다고 치어리딩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연일 낙심하던 그에게 치어리딩을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고등학교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 신우섭씨으로부터 TRY를 함께 이끌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우섭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혼자서 가르치기에는 벅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부탁을 받고 몇 번만 도와줄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재는 우섭이의 뒤를 이어 TRY 2대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편 2013 ICU World Cheerleading Championship 국가대표였던 신우섭씨는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TRY)                                                      (TRY의 나누리 회원)

 

팀명 TRY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다시, 시도, 노력’이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딪혀보고 이겨내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김현종뿐 아니라 팀원들 역시 TRY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6월부터 본격적인 대회 일정이 나올 거예요. 정확히 잡힌 일정은 아직 없지만 언제든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어요. 팀원들이 먼저 한 번 더 연습하자하고 더 오래 훈련장에 있자고 하는 걸 보면 다가오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리의 무대는 언제 어디서나

 

TRY의 무대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길에서든 공원에서든 그들이 원하는 장소만 있다면, 놀라운 치어리딩 기술로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어디서든 치어리딩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떻게든 스턴트 치어리딩을 알리고 싶거든요. 처음 ‘저 사람들 머하는거지’라는 생각이 점차 스턴트 치어리딩의 관심으로 변할 수 도 있잖아요. 또 저희를 향해 박수 쳐주시고 환호 해 주실 때 느끼는 그 짜릿한 기분은 말로 표현 못 하죠”

 

올 봄 SNS에서 유난히 화제가 되었던 사진이 있다. 바로 TRY가 찍은 벚꽃 풍경사진. 화려한 벚꽃과 함께 치어리딩 기술을 펼쳐 보인 이 사진은 다정한 연인 사진으로 변환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솔직히 이렇게 많이 호응 해 주실 줄 몰랐어요. 댓글도 달아주시고 여기저기 우리가 찍힌 사진을 볼 때면 뿌듯했죠. 물론 사진의 의미가 변했지만요”하며 웃었다.

 

(롯데월드에서 선보인 치어리딩 기술)  

 (화자 되었던 벚꽃사진) 

 

앞으로의 목표

 

그는 TRY가 올 해 안으로 치어리딩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다가오는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지만 그 중 롯데월드배 전국 치어리딩 대회가 가장 욕심이 나요.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대회 중 하나인데 작년에는 금상을 받는 것에 그쳤어요. 이번에는 꼭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그의 또 다른 소망은 새로운 치어리딩 기술을 창작하는 것이다. 그는 “저만의 기술을 만들어 전 세계 최초로 TRY가 그 기술을 펼쳐보였으면 좋겠어요. 다시 시도하는 TRY도 좋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 해보는 TRY도 전 좋은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다는 김현종.

언제나 새롭고 당찬 그의 도전이 앞으로도 계속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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