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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브라질 프로축구팀의 피지컬 코치 이야기


글/ 이거성(브라질 임비투바FC 1군 및 수석 피지컬코치)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 생활을 하고 군생활 동안 내 인생에 축구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축구직업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감독, 코치, 에이전트, 축구행정가 등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던 중 당시엔 다소 생소했던 ‘피지컬 코치’라는 직종이 해외 축구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후, 저는 피지컬코치로의 길을 걷기 위해 한국을 떠나 브라질에 도착했고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틀레티코 소로카바 20세팀에서 인턴실습 시절    ⓒ이거성)


피지컬 코치는 PT, AT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하지만 브라질에서는 PREPARADOR FISICO라고 불리는데, 직역하면 ‘체력을 준비하는 자’ 입니다. 피지컬 코치는 보통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일정에 따라 주기화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설계합니다. 또한 피지컬에 관련된 모든 트레이닝에 관여하고, 상황에 따라서 볼을 이용한 트레이닝도 직접 주관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피지컬 코치를 처음 쓰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서 피지컬 코치가 되려면 Cref라는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체육학사를 마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학사를 마친 뒤에는 스페셜리스트 과정이나 석사과정을 계속 하게 되는데, 피지컬 트레이닝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공부하려면 주로 스페셜리스트 과정을 선택합니다.


저는 상파울루 주에서 학사와 인턴을 마치고 작년부터 산타카타리나 주 2부 리그 팀인 임비투바 FC에서 1군 및 수석 피지컬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임비투바 FC에는 조앙이라는 회장이 있습니다. 원래는 브라질 현지에서 에이전트 활동을 했는데 작년부터 현재의 클럽을 인수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주 무대는 포르투갈 시장인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데코와 함께 선수 이적과 관련된 많은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습니다. 유럽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팀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임비투바F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이거성)


브라질에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선수생활은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제겐 현지 피지컬 코치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데, 단점은 한국의 ‘열심히’ 하는 문화가 습관이 되어있다 보니 가끔씩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와 마찰이 일어난다는 것 입니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던 인턴시절에는 현지 팀 선수들이 상당히 꺼려(?)하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라질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잘 섞어서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 팀의 감독은 무엇이든 철저히 열심히 하려고 해 많은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트레이닝을 시키다 보니 결국 나중에는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예전 인턴 시절에 약 20명의 20세 이하 선수들을 훈련시켰는데, 현재 1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각자 다른 프로 팀에 입단하여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브라질 축구는 정말 판타스틱 합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무더운 여름에도 축구를 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있고, 식당에 들어가도 모든 사람들이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브라질 축구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브라질 축구의 씨앗을 품고 한국에 돌아가 한국 축구의 튼튼한 뿌리를 만들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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