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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성남시의 성남 일화 인수결정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글/ 이찬희(스포츠둥지 기자)



축구계에 등 떠밀린 성남시 예정된 적자 운영


지난 10월 초, K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성남 일화는 그동안 구단을 운영해오던 통일 그룹이 운영에서 손을 땔 의사를 밝히자 안산시 이전과 축구단 해체로 좁혀진 선택에 기로에 서있었다. 당시 성남일화 서포터즈를 비롯한 축구팬들과 산하 유소년 선수들은 시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자신들의 축구팀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수많은 언론이 보도하며 전 축구계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성남시에서 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축구팬들을 한숨 돌리게 했다.




성남일화의 해체설은 성난 성남팬들의 시위로 이어졌다. (Ⓒ 성남일화)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현재에도 수많은 문제가 성남시와 성남FC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2년 성남 일화의 운영비는 294억 원, 2조원 규모의 예산을 가진 성남시일지라도 이정도의 운영비를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 주 성남시가 발표한 새 예산안에서 성남시는 2014년 성남 프로축구단의 예산을 150억 원으로 책정했는데 이 중 70억 원만이 세금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나머지 80억 원은 광고 및 기타 구단 수입에서 충당할 예정인데, 성남 일화 시절 광고 수입은 평균 17억 6천만 원에 불과하였고 시민주 공모는 공모 후 두 달 가까이지난 현재 목표액 30억 원 중 6억 원 정도만을 청약 받았을 뿐이다.

이는 성남시가 구단을 인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다. 성남시는 “성남 구단이 350억 원의 가치가 있지만 통일 그룹이 기부형식으로 넘기기로 했다”며 성남 구단의 가치를 강조했지만, 1년 운영비가 150~200억 원에 이르고 수입은 50~100억 원에 그치는 적자 구단인 것을 감안했을 때 사실 상 빚을 떠안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운영비 삭감이 필수적인데 이는 결국 연봉이 높은 선수를 처분하고 낮은 연봉의 선수로 선수단을 꾸리는 수밖에 없다. 점차 드래프트를 줄여나가고 자유계약 선수를 늘리기로 한 K리그에서는 적은 운영비는 결국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이어질 뿐이다.


나쁜 성적은  팬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팬들의 이탈은 운영비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2013년에도 경기당 2,825명의 관중만을 동원한 성남의 관중 수가 시민 구단 전환 후에 눈에 띄게 개선될 확률은 기존 시민 구단의 예를 보아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새로운 대책이 없다면 성남시는 불과 3,000여 명의 팬들을 위해 연간 100억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된다.



스포츠 구단의 평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


 스포츠 구단의 가치 평가와 지역에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이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구단의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없지만 2천억 원 규모의 신축 구장 자금 지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규모 재정 지원은 지방채 발행과 특별세의 한시적 도입, 또는 수년 간 경기장 입장료에 세금을 붙이는 방식으로 충당하곤 한다.

 이렇게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스포츠 구단의 유치와 신구장 건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미국의 도시들은 스포츠 구단이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산하여 손익을 철저하게 따져본다.



프로 스포츠 구단이 지역에 가져다주는 이익 (단위: 명(일자리 창출), 백만 달러(기타))

 

연간 경제적 영향력

연간 소득

일자리 창출

지방세

     1996년 시애틀 시호크스 (NFL)


69

41

1,264

3.3

   1996년 신시내티 뱅갈스&레즈(기존구장)

235

74

5,527

4.4

1996년 신시내티 뱅갈스&레즈 (새 구장)

284

87

6,608

5.5

  자료: Economic Review-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2001)



최근에는 스포츠 구단이 가져다주는 이익뿐만 아니라 부정적 영향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스포츠 구단이 생기기 전과 후의 성장률을 비교하거나 스포츠 구단이 없는 지역과의 성장률을 비교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단의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에 더해 미국의 여러 도시들은 시민들이 스포츠 구단이 생김으로서 느끼는 편익을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하여 더욱더 스포츠 구단의 가치를 정밀히 평가하고 스포츠 구단을 유치하고 새 구장을 짓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 구단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비용도 스포츠 구단으로 인해 얻는 편익도 모두 지역민의 부담과 편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저한 계산에 의해 스포츠 구단을 평가하는 미국에서는 구단에 대한 평가가 변하고 새로운 구단을 원하는 지역이 나타나는 과정이 반복되며 연고이전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열악한 지금의 홈구장인 오클랜드 컬리시움을 대체할 새로운 구장을 원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오클랜드를 떠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산호세로의 연고이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영화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빈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여러 도시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고이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 Columbia Pictures)


  

스포츠 구단에 대한 더욱 세밀한 가치 평가와 비용 계산이 필요할 때


미국의 다양한 가치 평가에 비추어 볼 때, 성남 FC의 인수는 시민들의 편익을 계산하거나 다양한 성남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스포츠 구단의 가치를 대략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도 실패한 사례이다. 당장 내년부터 확보해야할 성남 FC의 운영비를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계획에 의존하고 있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성남시민들에 대한 의견 수렴도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성남 FC의 경기를 보지 않는 대부분의 성남시민들은 성남 FC에 대한 세금 투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스포츠 구단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문화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야 투자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스포츠 구단의 가치 평가와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전제하지 않은 투자는 결국 시민들의 세금을 시민들이 원하는 곳에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또 스포츠 구단의 운영에 사용될 비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구단 운영에 차질이 생겨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대부분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현실에서는 미국과 같은 극단적인 손익계산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투자와 무리한 투자는 구분해야 한다. 스포츠 구단의 가치를 올바로 파악하고 스포츠 팬 뿐만이 아닌 시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을 하는 것만이 스포츠를 위해서도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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