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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경쟁은 불가피 하다 -김승규와 정성룡이 벌인 2013 K리그 마지막 승부

글/ 배정호(스포츠둥지 기자)



월드컵을 앞둔 현재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김병지, 이운재, 정성룡이라는 최고의 골키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들이 하루아침에 최고의 수문장이 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이루어 낸 성과다. 


내년 6월이면 브라질 월드컵이 개최된다.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홍명보 감독 체제로 바뀐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주전 골키퍼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그 경쟁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떠오르는 신예 김승규(울산)이다.


정성룡 선수 ⓒ대한축구협회



김승규 선수 ⓒ대한축구협회


이 둘은 얼마 전 스위스, 러시아와 평가전을 위해 태극마크를 달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훈련했다. 하지만 불과 4일 뒤, 다시 경쟁상대가 되어 마주쳤다.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38라운드 수원과 울산 경기에서 부딪히게 된 것이다.




최근 정성룡은 경기력이 다소 저하됐다. 평균 1.19 실점(31경기 37실점)이 높다. 또한 세 경기 연속(서울, 포항, 그리고 러시아와의 국가대표 경기) 연이은 2실점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실책 성 플레이에서 많은 실점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굵직한 국제대회 경험과, 리그 경험이 많은 정성룡은 러시아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진에 대해 나도 모르겠다. 준비를 하는데 안 따라준다.”며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오늘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정성룡의 표정은 크게 밝지 못하였다. '삭발 투혼'을 하고 골키퍼 디도 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긴장된 표정이었다.


이와 달리 김승규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듯 했다. 훈련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경기 전 락커룸 앞에서도 수원 선수 서정진, 홍철과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김승규는 “너무나 일찍 프로에 들어와 8년 동안 배고픈 2군 생활을 했다. 보이지 않게 노력을 하고,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에서 더욱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


많은 관중들이 숨죽인 가운데 경기는 시작되었다. 전반 14분 정성룡이 울산 강민수의 헤딩골로 실점을 기록했다.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승규도 불과 몇 분 뒤 자신의 판단미스로 염기훈에게 실점을 내주었다. 경기 후 그는 “실책을 인정한다. 판단 미스였다.” 며 실수를 인정했다.


전반 종료 30초전, 정성룡은 4경기 연속 2실점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되는 실점을 하게 된다. 김성환 (울산)과의 1:1찬스에서 한 박자 느린 판단으로 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김승규가 전반 초반, 산토스(수원)의 완벽한 1:1찬스를 한 박자 빠른 판단으로 각도를 좁혀 실점을 막아낸 것과는 대조적인 플레이였다.



경기 후, 후배 김승규가 정성룡에게 다가가 “형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하며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정성룡은 웃으며 “인터뷰해서 좋겠다.” 라는 농담 섞인 뼈있는 한마디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승규와 정성룡은 악수를 하며 진심어린 격려를 나눴다. 


스포츠에서 그리고 프로에서 경쟁은 불가피 하다. 하지만 경쟁 안에서 서로는 공생을 하며 발전을 하고 팀워크는 더욱더 단단해진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포지션에서 김승규와 정성룡의 경쟁이 바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단순히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여 선수에게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는 정성룡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누가 뭐래도 그는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수문장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대표팀 골키퍼라는 장갑을 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