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연습을 실전같이 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연습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실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프로배구 개막을 앞둔 얼마 전, 지난 시즌 챔피언 IBK와 5위팀 흥국생명이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다.
지난 시즌 IBK는 창단 2년만에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동시에 석권한 강팀이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잃어버리고 5위로 추락하였다. 흥국생명은 프로배구 현대건설 전성기를 이끌었던 류화석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팀 분위기를 쇄신했다.
연습경기는 4시. IBK 배구단 선수들이 2시쯤에 도착하여 몸을 풀고 있었다. 2시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두 사령탑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마침 KBS N 스포츠 아나운서인 신승준, 박지영, 및 해설위원 박미희도 함께 자리를 하였다.
올시즌 IBK는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아픔을 겪었다. 내부사정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생각을 두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배구를 처음엔 무시하다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여줘야 열심히 훈련 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여자배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외국인 선수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가 곧 팀 성적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류화석 감독과 IBK 이정철 감독은 아무래도 여자선수들을 지도하다보니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정철 감독은 “비시즌 기간 선수들에게 귀걸이를 한 세트씩 선물을 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류화석 감독은 “선수들이 외모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운동에만 집중 하였으면 좋겠다. 선수 본분의 자세를 잃지 말아 달라” 라며 약간의 우려도 표시를 했다.
배구는 25점 3세트를 먼저 획득하면 승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연습경기는 감독들의 상의하에, 모든 것이 결정 난다. 이날 연습경기를 두 감독은 25점 4세트로 경기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경기 전 IBK의 압승일 것이라 예상을 했다. 하지만 예상은 처참히 빗나갔다. 류화석 감독은 연습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작전시간과 선수를 교체해가며 실전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IBK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연이은 실수를 했다.
이정철 감독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했다. “서브를 자신 있게 넣어라, 집중 하지 않을 건가”라는 등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1,2세트 모두 흥국생명이 따냈다. 3세트가 되자, 작전 타임 때 이정철 감독은 분을 삭히지 못하고 선수들을 돌려보냈다. 코트위에서 보여 달라는 메시지였다. 고참 선수 중심으로 어렵게 3세트를 따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써의 자존심이 너무나도 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4세트도 흥국생명에게 내주고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3:1로 흥국생명이 승리를 하였다.
경기 후 이정철 감독은 인터뷰 때 “차라리 일찍 매를 맞는 게 낮다. 앞으로 선수들이 더욱더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 같다. 오늘부터 맹훈련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류 감독은 “흥국생명에게 진 IBK는 큰 공부가 될 것 같다. 이러다가 최고의 기량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 며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 시즌 약체와 챔피언이 만난 연습경기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이 승리를 거뒀다. 역시 스포츠에는 강자와 약자도 없다. 그리고 연습 때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던 경기 스코어였다.
류 감독이 마지막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 감독이 나에게 한 잔 살 정도로 고마워해야 해. 우리가 선수들에게 훈련하게 할 동기부여를 제공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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