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아름다운 투혼, 패배했다고 고개 숙이지마! - 동아대축구부 이야기

 

글/ 배정호(스포츠둥지 기자)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 승자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패자도 때로는 패배 속에서 많은 교훈과 감동을 얻는다. 스포츠가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는 이유이다. 부산대표로 제 94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 동아대 축구부의 아름다운 패배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2002월드컵 ‘마스크 맨’ 김태영의 모교인 동아대학교 축구부는 부산을 대표하는 강호였다. 하지만 2013년 4월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 이들을 기다렸다. 동아대학교 체육부 측에서 축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통보를 한 것. 이는 즉 축구부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길게는 10년, ‘축구 선수’ 로 꿈을 키운 학생들에게, 이러한 결정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방적 통보였다.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에서 훈련을 할 선수들은 평생 자식들을 위해 힘써온 부모님과 함께 마이크와 피켓을 들며 시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많은 언론과 동아대 출신의 선수들이 힘을 합쳐 ‘동아대 축구부 해체’ 반대 여론을 생성하였고 결국 학교 측의 계획철회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동아대 선수들은 축구화 끈을 다시 동여매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전국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을 보이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7월 여름. 전국체전 부산대표 예선전이 펼쳐졌다. 전통의 라이벌, 동의대와 부경대를 포함하여 총 세 개의 팀이 예선을 펼쳤다. 33.3%의 확률이었지만 무조건 나가야만 했다.
결국 이들은 예선을 통과하며, 2013년 94회 전국체전을 부산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조구묵 동아대 학부모는 “지난 봄에 있었던 사건은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하지만 한마음이 되어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 부산대표로 참여하게 된 기쁨을 표현했다.

3개월 뒤. 10월 청명한 가을하늘아래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축구장에서 전국체전이 개막되었다. 다른 대회와 달리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경기이기 때문에 매 경기가 물러설 수 없는 결승전과 같은 한판이었다.

 

 

 

동아대학교 선수들에게 전국대회는 총 2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승리로써 축구부 해체를 반대해준 사람에 대한 감사의 표시.

둘째는 좋은 성적을 얻어, 프로 진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첫 경기부터 쉽지 않은 팀인 울산대학교와 마주쳤다. 이날, 많은 학부모들이 찾아와 동아대 선수들을 격려했고 학교 측 관계자들도 부산에서 인천까지 총 408km 넘는 거리를 달려와 선수들을 응원했다.

 

전반전 동아대는 많은 찬스가 있었다. 울산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골 운이 따르지를 않았다. 설상가상 세트피스 상황에서 울산대에게 실점하게 되었다. 골키퍼의 판단미스가 너무나 뼈아팠다.

 


전반전 끝나고 하프타임 때 선수들은 기가 죽어 있었다. 하지만 주장이 나서서 솔선수범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이제 45분이 남았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전국체육대회. 만약 패배한다면 이들에게 3개월 동안 대회를 위해 피나는 노력은 모두다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후반전에도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응원 목소리가 커졌다. “동아대 파이팅” “동아대 힘내라” 뜨거운 땡볕 아래, 뛰는 선수나 응원하는 학부모나 간절했다. 어려움에 빠진 동아대 축구부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감사의 표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45분의 시간과 3분의 추가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주심이 양손을 들고 주저 없이 휘슬을 불었다. 동아대 선수들을 그 자리에 바로 쓰러져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아대 선수가 말했다 “너무나 아쉬운 경기이다. 꼭 승리를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여 아쉽다. ”

 

아름다운 투혼이었다. 머나먼 부산 땅에서 이들은 반드시 인천 땅을 밟고 싶어했다. 5월까지만 해도 이들의 미래는 불투명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체전 참가라는 큰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들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12월에 열릴 예정인 U리그 왕중왕 전 출전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낸 성과는 값지다.

지난 아픔을 이겨내고,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미소짓는 그날까지.

 

동아대 축구부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