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의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한국체육의 세 분야
우리는 체육의 분야를 셋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전통이 있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이 그것이다. 내 생각에는 참 좋은 분류법인 것 같다. 생각을 명료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이 세 분야를 너무 강하게 나누어서 생각하고
서로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서 관심도 갖지 않고 아예 다른
분야로서 서로 연관 짓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갈 길을 가고 제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학교체육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공되는 체육이다. 생활체육은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일반인들이 행하는 모든 형태의 체육을 말한다. 그리고 전문체육은
매우 진지하고 직업적 수준에서 하는 체육을 의미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하나로서 체육을 제공하고 있다. 생활체육에서는 여가와 건강을 주 목적으로 체육이
실천된다. 전문체육에서는 경쟁과 승리를 최우선으로 운동을 배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각자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세 분야는 인정되고 있다.
이 세 분야는 펼쳐지는 장소와 행해지는 모양은 물론이고, 각각이 추구하는
구체적 목표에서도 구분되고 구별되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이다.
학교체육의 위치
그러나, 이 세 분야가 모두 “체육”이라고 불리려면 뭔가가 공통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운동과 스포츠만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체육이라는 공통명칭을 공유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외형적 특징 말고도, 무엇인가 내면적 특징을 공유해야만
정정당당히 체육의 범주에서 하나로 묶여질 수 있을 것이다. 개념적으로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이 아니라,
한 가족 세 형제가 될 수 있어야할 것이다.
학교체육은 세 형제 중에서 맏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왜 그럴까?
학교체육은 이 세 가지 체육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가장 순수하고도
가장 원형에 가깝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활동을 체육활동답게 만들어주는
근원적 특징이 학교체육에 가장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이나
전문체육에 비하여 체육의 원래적 모습을 제일 분명하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세속화되어서 이제는 찾기 어려운 체육의 이상적 모습이 아직은 그래도
학교체육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은 체육 삼형제중 첫째라고 볼 수 있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은 모두가 참여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즐겁게, 올바르게 만들어주려고 한다. 참여하는 사람의 삶을 보다 나은 것,
보다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 세 체육은, 궁극적으로 모두가, 온전한
사람과 온전한 삶을 추구한다. 다소 아득한 느낌이 드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종국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결국,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활체육에서 목적하는 건강과 만족도, 전문체육에서 추구하는 승리와
성공도 모두 온전한 삶살기와 온전한 사람되기의 커다란 맥락에서 의미 있는 것이다.
무조건 건강만 하고 무조건 승리만 하는 것은, 단견적일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
까지 한 목표이다. 그런데, 학교체육은 애초부터 온전한 사람되기와
온전한 삶살기를 갈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체육활동의 정수
아마도, 학교라는 곳이 가치로운 것,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체육의 목표로서 아직도 최고로 추앙받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배우는 이를 “전인”(全人)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전인으로
성장하는 지는 차치하고, 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아주 오래된 빛바랜 염원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곳이 학교체육이다. 사실,
전인교육의 이상은 다른 교과에서도 이미 고개를 돌린 지 오래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체육에서는 전인교육이 아직도 열렬히 추구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올바른
체육활동을 통하여 온전한 사람을 키워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인을 추구하는 일이 어떻게 체육의 원형, 체육의 올바른 모습과 관련이 있을까?
전인이란 온전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 된 상태, 안과 밖이
통합된 상태의 사람을 뜻한다. 체육의 올바른 모습도 바로 체육의 외형적 차원과
내면적 차원이 하나 된 지경을 뜻한다. 온전한 사람을 “호울 퍼슨”(whole person)이라고
표현하는데, 올바른 체육도 “호울 스포츠”(whole sport)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호울 스포츠로서의 체육활동을 추구함으로써 호울 퍼슨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체육교육을 “전인체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체육이야말로
전인체육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전인교육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에서는 전인을 만드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배우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다 하나로 균형 있고 통합적으로 성장시키는 일은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좋은 목표, 이상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핵심역할이
아니라고 간주한다. 생활체육은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한 건강증진과 정서순화를 체육의
목적으로 한다. 전문체육은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기량향상을 체육의 목표로 여긴다.
이 두 분야에서는 전인교육의 목적이 일차적이 아니고 이차적인 위치로 밀려난다.
물론, 이 두 분야에서도 사람의 온전한 모습을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증진과 승리만끽의 이후에나 소원되는 것이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에서는 그것을 배우는 사람이나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을 온전히
하나 된 존재로서 간주하지 않는다. 사람은 몸과 마음의 두 부분으로 되어있으며 체육은
신체적인 측면에 보다 더 관여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체육은 전인은 하나 된 존재로서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인간관을 견지하고 있다. 이럴 경우에만
전인교육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에서는, 적어도 교육적
이상의 추구라는 점에서는, 학교체육의 뒷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체육의
본래적 이상추구라는 기준에서는 학교체육이 최고이다. 전인체육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체육 실천으로 전인 실현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이 필요한 이유
학교체육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과의 관련 하에서 본다면,
학교체육은 하나의 원형, 한 가지 기준으로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학교체육은 원래의
체육이 추구하는 이상을 현실에서 이루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점에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은 학교체육을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의 현실적 잣대로서 생각하고 학교체육의
진흥과 중흥을 기원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학교체육이 잘 되는 것이 바로 자신들이
잘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맏이가 잘 되어야 그 집안이 잘 되는 이치와 같다.
학교체육이 잘 된다는 것은 온전한 사람되기와 온전한 삶살기가 순조로이 성취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은 육군, 해군, 공군의 경우와 흡사한 관계에 있다.
이 세 군은 서로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국가수호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토방위라는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하여 육지와 바다와 하늘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도 온전한 사람되기(호울 퍼슨)과
온전한 삶살기(호울 라이프)를 이루려는 공통된 목표를 위하여 각기 다른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투의 가장 원초적 형상을 유지하는 육군이 삼군의 맏이라고
사람들이 여기듯이, 체육의 가장 원형적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도 학교체육이다.
학교체육은 체육의 세속화와 저급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이 어려운 현대사회 속에서
그 원래적 이상과 가치를 아직도 보존하고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우리 옆에서
오랫동안 남아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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