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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학교체육을 실천하면 전인교육이 실현된다?

                                                                          

                                                                    글 / 최의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학교체육의 독특한 공헌

체육이 학교교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도 훌륭한 공헌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체육은 신체활동을 매개로 전인을 교육시키는
유일한 교과목이라고 말한다. 교과내용적 측면에서도 다른 교과들과
확연히 구별되고, 교육목표적 측면에서도 최고의 이상을 추구한다.

물론, “전인”이란 모든 교과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해마지 않는 학교교육
(적어도 한국의 학교교육)의 성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체육은
두드러지게 신체활동을 활용해서 이 성배를 찾으려는 노력이며, 지식만을
활용하는 다른 교과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
에 있다. 전인교육의
실현가능성을 놓고 볼 때 교과의 무리에서 단연히 돋보이는 군계일학적
교과라고 말한다.

 
물론, 이 주장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기도 한다. 우선, 학교를 다녀본 우리 모두가 체육경험을
해보아서 알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있어서 체육수업시간은 육체적, 정신적,
인성적으로 바람직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것 같다.
운동 잘 하는 아이들에게만 수업의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던,
지극히 소수중심의 편향적 교육환경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좋은 체육선생님을 만나서 나도 몰랐던
나의 소질과 전혀 몰랐던 체육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었었던 것도 같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과 내면이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이 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체육교과의 독특한 공헌이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학교체육과 전인교육

가장 훌륭한 상태의 사람, 본성 그대로의 온전한 모습을 지닌 사람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가치로운 일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체육이 이런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주장에만 그치는지, 아니면 사실이기도 한지를 명확히 밝혀내어야만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교육적 허풍이나 체육적 헛소문에 불과한지,
아니면 실제로 가능한 현실적 이상인지가 드러나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과 더욱 현장성 있는 증거,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학교체육이 전인교육에 공헌할 수 있음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개념적 주장, 그리고
전인교육에 공헌하고 있음을 확인시킬 수 있는 사실적 사례가 요청된다.
그래야만 학교체육의 교과적 중요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주장과 사실과의 밀접한 상관성 확보가 중요하다.

 
학교체육과 전인교육의 관련성의 핵심은 “신체활동과 전인특성”의 관련성이라고
보아야한다. 즉, 교육내용으로서의 신체활동의 성격이 어떻게 교육목표로서의
전인의 특성들을 길러주는지를 “개념적으로” 찾아내서 보여주는 것이다.
신체활동의 어떤 내재적 특징들이 온전한 사람의 어떤 본질적 특징들을
함양시켜주는가를 납득시켜주는 것 이다.

비타민a, b, c를 섭취함으로써 내 몸의 어떤 부분에 도움을 주고 기능을 향상시켜주는지
알게 되는 것과 같다. 간단히 말해서, 신체활동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전인교육의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된다. 원래부터 비타민a, b, c가
들어있는 음식물을 먹어야만 우리 몸에서 그에 연관된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
비타민 a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물을 아무리 먹어도 비타민 a로 향상되는 기능이
나아지지는 못한다. 체육교과에서 배우는 신체활동에 원래부터 온전한 사람의
특징을 북돋아주는 특성, 혹은 성분이 들어있어야만 전인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게임활동과 실천전통

그런데, 체육활동의 특징은 영양소와는 다른 종류의 개념이다. 이것은 “추상적 개념”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규정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개념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여지를 갖는 열린 개념이다.
무기질의 구성성분이나 영양소의 개념과는 다르다. 우리는 체육활동을 “게임활동”으로
볼 수도 있고, “실천전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내용으로서 신체활동을 게임활동에 국한시켜 이해해왔다.
게임활동으로서의 신체활동은 시합을 하기 위한 기술, 전술, 규칙 등으로 구성된
놀이행위이다. 이 안에는 원래부터 온전한 사람의 본래적 특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요소들이 없거나 부족하다. 게임은 게임을 즐겁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활동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사람을 인지적, 심동적, 정의적, 영성적으로
훌륭한 존재로 만드는 것과는 하등 연관성이 없다.

 
그렇지만, 신체활동을 실천전통의 개념으로 이해할 때는 올바른 사람의 본래적 특징과
연결되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실천전통의 개념 속에 담겨져 있는 특징들이 전인의
특징들과 개념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매킨타이어는 사회적으로 확립된 협동적 활동,
모종의 일관되고 복잡한 형식, 탁월성의 기준, 내적 가치, 덕, 규칙에의 복종, 역사적 전통,
구성원의 성장 등의 특징을 들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우리가 전인(인지적, 심동적, 정의적, 신체적, 영성적으로 통합된 존재)의
특징이라고 부르는 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교과내용을 실천전통으로 이해하고, 그것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상태와 방식으로 신체활동을 가르치면, 학생의 전인으로의 성장에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축구는 게임활동으로 가르쳐질 수도 있고 실천전통으로 가르쳐질 수도 있다.
체육교사가 축구의 내용을 전자로 규정짓고 가르치면 학생들은 게임하기만이
주목적이 된다. 공을 차고 드리블을 해서 골을 넣는 것만이 축구의 주된 내용이자
목적으로 이해하고 수업을 전개시켜 나간다. 이런 수업에서는 전인교육의 기회로서
축구수업계획을 구성할 필요가 없으며, 이런 수업을 전개시키는 교사는
그럴 수 있는 안목도 없다.

하지만, 실천전통으로서의 축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놓은 협동적 인간활동이며,
역사적 전통속에서 생성되어온 축구활동만의 내적 가치가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덕들이 담겨져 있다. 축구단원에서 이런 측면들을 모두 체험하고
학습하도록 노력함으로써 학생들은 축구에 올바로 입문하게 되고, 그를 통해서
(즉, 축구의 실천전통을 내면화시킴으로써) 자기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전인)으로
성장시키게 되는 것이다.

전인교육과 전인체육의 증거

학교체육이 전인교육의 훌륭한 통로라는 주장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평생동안, 아니 영원토록 그 같은 증거는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최종적이자 결론적인 증거가 존재하는 분야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를 주장하고 그것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은 결국, 지금까지로서는,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라고 결론지어졌다. 토대가 되는
이론의 성격과 증명하는 방식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결론도 최종적인 것은 아니고 현재의 잠정적인 것이다. 학교체육과 전인교육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동일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 같다. 학교체육은
전인교육을 이루어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적어도 우리가 증거를
우선한다면 이렇게 말해야만 된다.

 
그런데, 학교체육이 분명히 전인교육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개념적 토대를 제공해주는
주장을 택하게 되면 사정은 나아질 수 있다. 학교체육과 전인교육이 개념적으로
(논리적으로) 필연적 관련이 맺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체육을 실천하면 전인교육이
실현된다”(체육실천, 전인실현)는 이론적 주장을 견고하게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이 주장의 사실 확인은 단 한 번에, 완전히 가능한 작업은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조금씩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한계를 지닌 현실적 노력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개념적 토대가 확고히 마련되어있으므로, 부정적 증거가 결정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 수업방법을 구안해내어 실천하고 긍정적 증거를 꾸준히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것 이외에는 학교체육이 전인교육을 이루어내는 교과라는 주장,
즉 “전인체육론”의 사실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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