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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체육교사의 일그러진 자화상, 다혈질과 철밥통?

                                                                                                 글 / 유창완 (선유중학교 체육교사)


영화는 거짓말이다?

영화는 우리 시대의 강력한 문화다. 문화는 학습에 의해서 소속된 사회로부터
습득하고 전달받은 것 전체다. 영화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래서 영화는 더 솔직하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보면 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눈을 돌릴 수 있어
팍팍한 삶에 단비가 되곤 한다. 그런데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배경에는 학교가 있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더 눈여겨본다. 카메라는
요즘의 학교를 어떤 눈으로 비출까? 더 세련되지는 교복, 학생들의
자유로운 두발, 세련된 교사들….

그러나 나는 답답하다. 체육교사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영화에 체육교사가 나오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영화 <신라의 달밤, 2001>에는 “고교시절 ‘전설의 짱’ 최기동은 다혈질 체육선생이
되어 있고, 소심한 모범생 '왕따' 박영준은 엘리트 깡패가 되어” 라고 소개된다.

<울학교 E.T, 2008>에는 “4차원 안테나를 곧추 세워 촌지 냄새를 맡고, 학생들
싸움판을 찾아내어 십만원빵 내기 심판을 본다. 해 뜨면 공차고, 비오면 자습으로
버텨온 철밥통 체육선생”도 등장한다.

나의 이름은 다혈질과 철밥통?

체육교사 Vs 교사

“모 A중학교의 체육교사 B씨는 수업 중 한 여학생이 교복을 줄여 입은 것을 보고
"왜 옷을 줄여 입느냐, 옷이 터지려고 한다."는 식의 말을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담당”
“한 중학교 체육교사가 자신이 올린 출장결재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장실에서
회의 중이던 교장의 얼굴에 오물을 투척. 자신이 맡고 있는 운동부의 대회 출전을
위해 제출한 출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교복 치마를 벗게 하는
벌칙을 주고,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권침해 논란”

인터넷이나 TV에 보도되는 교육관련 기사를 보면 이런 식이 많다.
체육교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교사 앞에 ‘체육’의 이름이 걸린다. 나머지는 일반교사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는 체육교사는 더 눈에 띤다. 내가 체육교사라 더 찔리는 것일까?
체육교사에 대한 편견이라고 접어둘까?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어떤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글도 실려 있다.
“나에게도 중학교 시절에 아주 나쁜 이미지를 남긴 교사가 있었다.
체육교사였는데 학생 주임을 맡았다는 핑계로 참나무 막대기를 손에 들고
쉬는 시간에 놀고 있는 학생들을 사정없이 후려 패는 사람이었다.
체육선생님들은 남자 선생님이 많고 종종 학생주임 등의 직책을 맡고 계신다.
때때로 생활지도과정에서 체벌을 사용하시기도 하며 따라서 무섭고 엄한
선생님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외국의 시선은 어떨까? 유명한 카툰만화에 실린 내용이다.


미국논문에서 「영화에서 체육교사의 이미지(2003)」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체육교사들은 무능하고 훈련교과이며 학생들에게 모욕주기를 즐긴다.
체육교사 중에 여성은 '사내'나 레즈비언으로 묘사되고, 남성은 남성다운
리더십이 부족한 익살꾼으로 묘사된다.”

이렇듯 여기저기서 체육교사의 모습은 마술거울에 비춘 것처럼 뒤틀려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수많은 물음을 던진다. 왜 그럴까?
이제 ‘체육교사’ 명함을 내밀어야 하는가?
난 그래도 내가 체육교사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내 얼굴이 하얗다고
국어나 사회교사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으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늘에서 농땡이를 쳐서 그런가?” 라고 농담을 던지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거기에 ‘체육교사’라는
이미지는 더하다.

사회적 의식은 사회적 존재를 반영한다고 했던가?
뜨거운 태양빛에 얼굴이 그을려도 무덤덤한 사람.
찬바람의 추위를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도 끄떡 않는 사람.
운동장에서 흙먼지는 있는 대로 다 마시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폭력과 무능과 안일의
이미지로 남아야 할까?

아이들에게 악다구니를 써가며 몽둥이로 휘어잡는 존재로 남기는 싫다.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 1학년부터 삶과 교육의 철학을 진지하게 고민해 들어온
「젊은 피」가 늘고 있다. 나의 지난 과오와 실수를 그 젊은 피로 씻어내야 할 때다.

그 길이 나에게 체육수업을 받는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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