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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전통적 체육 수업, ‘나대로’ 선생의 수업 방식 해부해보니,,

                                                                                                                              

                                                                                             글 / 박종률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수업종이 울리자마자 학생들은 부산하게 운동장에 모인다. 몇 명의 아이들은
다소 상기된 모습을 띠었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표정하거나 혹은 침울해
보이기도 했다. 체육부장의 구령 소리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는 동작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막연한 의무감에 의해 헐겁게 움직이는 나사 풀린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선생님이 대형 앞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환자를 파악하고, 그리곤 오늘 배울 내용을 설명한다.

그 후 몇 번의 동작 설명과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은 떼지어 연습한다. 선생님은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동작에 대한 지적을 하며 연습을 종용한다.
수업종료 5분 전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오늘의 수업을 정리하고
정리운동을 실시하고 수업을 마친다.

이것은 ‘나대로’ 선생님이 오랫동안 실천해 온 수업 방식이다. ‘나대로’ 선생님은
이러한 자신의 수업에 대해 대체로 좋은 수업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수업 방식에 대한 몇 가지 근거를 자신있게 피력한다.

‘선생님이 애들을 꽉 잡고 해야 애들이 말을 잘 듣고 사고도 안 나고
수업효과도 좋아진다고...’

이상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 체육수업 현장의 일면을 확대 가정하여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을 흔히 교육학자들은 전통적 수업이라고 규정하곤 해왔다.
실제로 여러 논문에서도 전통적 수업과 기타의 비전통적 수업을 비교 연구하며
상기의 방식을 적용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통적 수업 방식은 과연 어떠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은 전통적 수업의 개념이나 의미,
현상에 대한 고찰에서 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전통(傳統)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네이버국어사전 2009)이란 의미로
원래 나쁘지 않은 말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이란 지나온 세월의
역경을 거치며 이어져온 산물이다. 오랜 세월 구성원들의 목시적 합의 과정 속에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유지되어 온 양식인 것이다. 때문에 전통적 체육 수업 역시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체육 수업 양식이며 이러한 양식은 오랜 세월을 거쳐
왔기에 그 시대의 묵시적 합의와 묵인 속에 인정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통적 체육 수업은 상기에서 고찰한 역사성과 지속성은 지닐지언정,
현실 개선과 변화성, 미래 가치 지향성, 학생 중심성과 같은 성격을 충분하게 함축하고
있지 못하다.
체육교육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전통적 수업의 대표적 방식에는
‘일제식 수업’과 ‘아나공 수업’이 제기되곤 한다.

‘일제식 수업’은 교육과정의 결정권이 교사에게 집중되어 학습자의 관심과 흥미가
배제되어질 수 있는 수업으로서 교사가 많은 지식을 지니고 학생을 지도하며 평가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반면, 학생은 전달받은 지식을 습득하는 수동적 학습자의
역할 수행이 기대된다. 이러한 ‘일제식 수업’은 권위적이고, 교사 중심적이며,
학습자의 탐구력과 분석력, 상상력을 제한시켜 적극적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아나공 수업’ 역시 그 본질이 수업 운영에서의 방임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무사안일적 편의적 수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러한 수업은 학습자들의 참여 면에서도
비효율적이고, 학습내용을 제한시키며,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를 형식적 관계로 설정한다.
특히 체육수업은 ‘노는 수업’ 즉 가치나 내용의 학습 시간이 아닌 일시적 즐거움을
쫒는 ‘쾌락의 추구’로 체육수업의 목적이 변질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체육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수업의 몇 가지 유형은 학생중심이 아닌
교사 중심, 수업 목표 중심이 아닌 방관 중심, 반성중심이 아닌 비반성적 편의
중심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전통적 체육 수업이 이렇게 비교육적 행태로 속성화된 이유에는 나름의 원인을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일제하의 체조 과목 수업 방식의 잔재와
3차 교육과정(1973~1981) 상에서 질서교육 및 순환운동을 강조함으로서 교사중심의
지시적이고 획일적인 통제 방식이 수업 양식화 되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시설과 장비의 미흡으로 개별적 학습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던 원인,
체육수업에 대한 다양한 교수전략 개발 적용의 부재, 교사들의 인식의 부족 등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 체육수업은 이제 새 시대의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때문에 이러한 전통적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수업 방식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자 중심의 효율적이고 반성적인 체육 수업의 방식으로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여
현장의 지속적 노력이 수반되어질 때 기존의 전통성은 새로운 가치와 방식을 잉태한
새로운 전통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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