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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수원 선수들이 감독이 되던 날

 

 

 

글 / 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TV에서만 보던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 선수가 자신의 축구팀 감독이라면?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한번쯤은 상상해 볼 만한 장면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선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꿈과 같은 일이다. 2013년 9월 15일 수원삼성 블루윙즈 클럽하우스에서 실제로 발생 했다.

 

K리그 경기 일정이 없던 일요일 아침. 수원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단, 프런트 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원삼성 블루윙즈 배 서포터즈 축구대회가 열렸던 것이다. 이 대회에는 총 8개의 팀이 참여했다. 인기가 많은 구단인 만큼 참가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팀 구성은 11명 이상의 건강한 남자 이외에, 수원삼성 연간 회원권 소지자로 제한했다. 즉 수원삼성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소모임으로 구성되어야 참가가 가능했다.

 

이 대회는 서포터즈와 구단 프런트에 서정원 감독의 아이디어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서포터즈 에게는 자신이 직접 동경하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에서 대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구단 에게는 대회를 통해 더욱더 팬들이 ‘수원’이라는 구단을 사랑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될 수 있었다.

 

총 8개의 팀이 참가했다. 하지만 8팀 모두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총 4개의 팀만, 클럽하우스의 잔디를 밟을 수 있다. 더불어 준결승에 오른 4개의 팀은 수원의 선수들이 일일 감독으로 참여하여 대회를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전날인 토요일 에 예선을 끝내고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된 팀은, ‘아발란차, 청광애, 400리그, 개인지지자 연합 총 4개의 팀. 이들은 각각, 산토스, 정대세, 정성룡, 홍철 등과 같은 수원의 대표선수들과 팀을 이루어, 준결승을 치뤘다.

 

이벤트성 대회였지만 선수들의 눈빛은 달랐다. 꼭 초대 챔피언이 되기 위해, 선수들은 숨이 멈출 정도로 뛰었고, 이런 선수들을 조련(?)하는 수원 선수들은 반드시 우승팀의 감독이 되고 싶어 했다.

 

400리그에 골키퍼로 참여한 수원의 팬은 “자신이 직접 응원하는 선수들 앞에서 축구 경기를 한다는 자체가 영광이며, 정말로 긴장된 분위기 였다” 고 말했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수준 높았던 참가자들의 실력 때문에 수원선수들의 입에선 탄성과 신기한 얼굴이 여러 차례 보였다.

 

수원 미드필더 김대경은 “우선 팬들과 함께 하는 이런 자리가 즐겁고, 같이 웃을 수 있다는게 신인선수로 소중한 시간이다” 라고 말했다. 수원 코칭 스태프 들도 휴일에도 불구하고 직접 자발적으로 주심과 부심을 보며, 이번 대회에 전폭적인 관심을 보였다. 무뚝뚝 해보이던 외국인 골키퍼 코치 디도코치도 이날 만큼 직접 부상선수를 위해 수레를 끄는 열렬한 몸 개그도 선보여 클럽하우스에 찾은 팬들에게 기쁨을 줬다.

 


 

결승전에서, 산토스 선수의 아발란차 팀이 홍철 선수의 개인 지지자 연합을 2:0으로 꺾고 초대 챔피언이 되었다. 산토스의 통역 김민석은 “통역을 하는데, 산토스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높았고, 팬들과 함께 초대 챔피언이 되어 너무나 보람됐다” 라며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우승팀은 하나였다. 하지만, 9월 15일 수원의 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수원’ 이라는 팀에 대해 더욱더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쁘고 피곤한 리그 일정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이러한 이벤트 성 대회를 개최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보다 중요한건 역시나 팬이다.

 

 

수원 프런트들과 선수들은 성적보다 중요한 팬들의 열정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 구단과 선수들의 아이디어와 진실 된 행동은 K리그를 포함한 모든 프로스포츠 팀들이 팬들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 했다고 생각한다. 수원이‘왜 K리그 관중동원 1위 구단인지’ 를 증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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