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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팬들이 아플 때 우리가 있다 – 시민들을 응원하는 스포츠 팀

 

 

 

글 / 이찬희 (스포츠둥지 기자)

 

 

BOSTON STRONG – 폭탄 테러를 이겨내는 강함을 가진 보스턴

2013년 4월, 미국 최초의 수도이기도 했던 보스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례 마라톤 대회인 보스턴 마라톤이 4시간 째 진행되던 중 두 개의 폭발음이 결승선을 뒤흔들었다.  4시간여를 달려 결승선에 들어오던 선수들과 선수들을 기다리던 관중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183명의 부상자와 3명의 사망자를 낸 이 폭탄 테러에 보스턴은 슬픔에 잠겼다.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참사에 유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들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의 희생자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징적인 노래 “Sweet Caroline”을 경기장에서 들려주기도 하였다.

 

보스턴 시민들을 응원하는 양키스 팬의 모습 ⒸHoward Simmons/New York Daily News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폭발사건으로 인해 큰 슬픔에 빠진 보스턴 시민들에 용기를 주기 위해 테러 이후 첫 번째 홈경기에서 사건을 추모하는 동영상을 경기 전에 보여주어 시민들을 위로하였다.  테러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테러범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경찰관들과 시구를 함께하기도 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추모하는 동영상 “One Boston”>

http://wapc.mlb.com/shared/video/embed/embed.html?content_id=26487721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5월에는 테러 희생자들을 불러 시구를 해 재기와 희망에 넘친 모습을 보여주었다.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과 사고 이후 그를 구한 카를로스 아렌돈도, 테러 희생자와 그를 구한 영웅이 나란히 공을 던지는 모습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스턴 시민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보스턴 마라톤의 희생자와 그를 구한 영웅의 시구>

http://wapc.mlb.com/shared/video/embed/embed.html?content_id=27524899

 

최악의 스포츠 테러 중 하나였던 보스턴 마라톤 사건은 보스턴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는 보스턴 시민들과 테러 희생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시민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연고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FROM VICTIMS TO VICTORS – 피해자에서 승리자가 된 뉴올리언스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친 카트리나는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중에서 가장 강했던 허리케인 중 하나였다.

무려 1,800여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뉴올리언스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이 허리케인은 미국 내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시 한 번 표면화시키며 루이지애나 주에 정신적인 쇼크를 불러왔다.

 

뉴올리언스에 연고를 두고 있는 NFL의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카트리나로 인해 홈구장으로 쓰고 있던 루이지애나 슈퍼돔이 파손되어 홈에서 경기를 가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원정 구장에서 홈경기를 가진 세인츠는 2005년 NFL에서 3승 13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만다.

 

태풍으로 물에 잠긴 루이지애나 슈퍼돔의 모습 ⒸAP Photo/Eric Gay

 

뉴올리언스를 떠나있는 동안 세인츠의 구단주는 샌안토니오로의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였고, 뉴올리언스의 시민들은 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결국 세인츠는 연고이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무언가를 잃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결국 뉴올리언스에 남아있게 된 세인츠를 뉴올리언스 팬들은 더 열렬하게 응원해주었다.

 

경기장을 보수하고 뉴올리언스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2006년,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10승 6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여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 카트리나에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와 세인츠를 응원하기 위해 U2가 “The Saints Are Coming”을 리메이크하여 불렀다.>

www.youtube.com/embed/bDWndjwEamQ

 

이후 쿼터백 드류 브리스를 중심으로 뭉친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열렬한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2009년 드디어 슈퍼볼에서 우승하는데 성공했다. 43년 만에 처음 밟은 슈퍼볼에서 우승한 그들은 뉴올리언스의 ‘신화’였고 ‘희망’이었으며 ‘부활’의 상징이었다.

 

슈퍼볼 우승 후 뉴올리언스의 팬들은 피해자로부터 승리자가 되었다. ⒸCNN

 

뉴올리언스의 한 시민은 “세인츠는 (뉴올리언스 시민에게) 과거에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더라도 인종, 개인차에 상관없이 함께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라며 슈퍼볼 우승이 뉴올리언스에 가져다준 희망을 말하기도 하였다. 카트리나 이후로 세인츠는 뉴올리언스의 스포츠 팀이 아니라 뉴올리언스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대구의 지하철 참사에 성금을 보낸 대구의 두 스포츠팀

2003년, 아직 날씨가 쌀쌀했던 2월 18일 대구 성내동 오전 9시 53분.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내리는 중앙로역에 정차한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잠시 후 반대 방향에 지하철이 정차하고 불이 붙으면서 한국 지하철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끔찍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불러온 지하철 참사는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3년부터 K-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던 대구FC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창단에 앞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시민주 공모가 사실상 중단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대구FC는 성금 7백여 만원을 전달한 이후 개막전에서 거둬들인 순수익금 천이백여 만원 또한 전액 대구 지하철 참사 위로금으로 전달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구를 상징하는 스포츠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라이온즈 또한 대구 지하철 참사 합동분향소에 선수단이 방문하여 조의를 표하기도 하였으며, 이승엽, 진갑용 등 삼성의 유명 스타들은 개인적으로 위로금 전달을 하기도 하였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 조의를 표하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연고지의 위기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스포츠 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된 스포츠 팀과 팬들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팀이 힘들 때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팬들의 역할이라면, 스포츠 팀의 역할은 팬들에게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 팬들의 힘이 되주는 것이다. 단순히 성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공동체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승리할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스포츠 구단이 팬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된다.

 

어려울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시민들의 어려움을 함께해 주는 팀이야 말로 진정으로 팬들과 함께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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