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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선수출신 스포츠행정가들의 국제스포츠무대 이야기

 

 

 

글/임성민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건 어땠어요? 영어는 어느 정도 해야 되나요? 국내스포츠단체와 다른 점은 없나요?” 그럼 필자는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 신나게 경험담을 들려 주곤 한다. 사실 예전에 필자 역시 그런 호기심이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경험자 연락처를 백방으로 수소문해 물어보기도 했고 ‘오피스’라는 미국시트콤 시리즈를 줄줄이 다운 받아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득 재단에서도 국제스포츠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일화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직위에는 5명의 NEST출신 스포츠행정가들이 내년에 열릴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고 풍부한 국제스포츠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 포함 6명이 토론, 대담도 아닌 ‘수다’를 떨며 약 2시간 동안 ‘선수출신 스포츠행정가’와 ‘국제스포츠무대’라는 큰 주제로 얘기를 나눠봤다.

 

NEST POWER 멤버들의 수다 이제 시작한다.

 

김병철: (전 농구선수)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경기운영부, 전 미국휠체어농구협회근무
조현지: (전 리듬체조선수)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경기기술팀, 전 호주체조협회근무
임성훈: (전 복싱선수)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경기기획팀, 해외출장 및 통역전문
백수미: (전 댄스스포츠선수)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스포츠엔트리팀, 전 NCAA근무
최원일: (전 수영선수)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마케팅부, 전 NCAA근무
임성민: (전 축구선수) 사회자, 전 NCAA근무


 

# 나는 누구?

사회자: 여기 왜 이렇게 덥나? 에어컨 안틀어 주나? 요즘 공공기관도 28도에 맞추는데 여기는 30도는 기본으로 넘는 것 같다. 빌딩전체가 통유리로 되어있는 초현대식 건물이라 안에도 무지 시원할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근무여건은 ‘꽝’이다. 당신들 고생이 많다. 그건 그렇고 더우니까 빨리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병철(김): 경기운영부에서 크게 2가지 업무를 담당한다. 첫 번째는 수송, 의전, 경기운영등 대회 전반에 대한 운영계획을 세운다. 두 번째는 휠체어농구, 배구, 배드민턴종목의 경기운영을 맡고 있다.

 

조현지(조): 경기기술팀에서 등급분류를 담당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해당 장애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스포츠에서 등급분류는 장애인스포츠에만 존재하기에 상당히 특수한 보직이다.

 

임성훈(임): 경기기획팀에서 국제협력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APC), 종목별 국제경기단체와 연락을 취하며 원활한 대회 진행 준비를 하는 업무다.  

 

백수미(백): 스포츠엔트리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대회참가국으로부터 참가신청서를 받고 대회접수 매뉴얼을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다.

 

최원일(최): 마케팅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크게 2가지 일을 하는데 첫 번째는 후원사유치, 두 번째는 상품화권사업 업무를 하고 있다.

 

조직위 19층에서 내려다본 전경

 

# 경기인출신 스포츠행정가

사회자: 주변 경치 참 좋다. 자 오늘은 당신들이 하는 자세한 업무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그런 얘기는 그다지 재미도 없고 뻔하다. 그 대신 운동선수출신 스포츠행정가 그리고 국제스포츠무대 이야기를 주로 하려고 한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선수 출신이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사람도 있고 했던 운동종목도 다르다. 그럼 직장에서 경기인 출신들의 특별한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

 

백: 아무래도 선수시절 대회에 참가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회진행 전반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최: 맞다. 선수시절에는 내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경기에 출전했는지 알기 때문에 행정가의 입장에서 대회를 조직하더라도 좀 더 수월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선수시절 대회를 참가하면서 행정적으로 불편한 걸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은 행정가로서 그 때 경험을 통해 선수들의 편의를 위한 행정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 나 역시도 동의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기를 해본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현장감각이라는게 있다. 예를 들면, 경기장에서 갑자기 필요한 행정적 문서나 장비가 있으면 머릿속으로 딱딱 그려진다. 그래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상사들의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느낌 아니까”.

 

사회자: ‘조’가 당신은 조직 내에서 꽤 인정받는 직원이라 그러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별로 믿기진 않지만 그냥 넘어가겠다.

 

조: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한 나로서는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모두들 고개 끄덕임). 그래서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최고의 경기를 펼치기 위해 얼마나 고된 노력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선수들의 입장을 좀 더 대변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다. 특히 장애인선수들은 신체적 장애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신경써야겠다라고 느낀다. 일종의 ‘동질감’과 ‘진정성’이라고 할까.

 

최: 또 한가지,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스포츠를 보고 직접 해왔기 때문에 스포츠행정업무를 좀 더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노출 환경자체가 그만큼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거다.

 

사회자: 즉 기초체력이 탄탄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스포츠에서도 기초체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듯이 스포츠행정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이해 없이 업무를 대하는 건 ‘앙꼬빠진 찐빵’이 아닌가. 그건 그렇고 일단 문이나 열어라. 여기 정말 덥다. 에어컨도 안 나오는데 문이라도 열어야지.

 

임: 더위 안타는 당신이 덥다고 하면 정말 더운 거다.

 

너무 더워서 문 열고

 

김: 대부분 국내업무에 관련된 부분을 언급했으니 난 국제협력 부분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아직 우리나라 체육단체 고위직에는 정치인 아니면 공무원출신들이 많다. 그런데 외국 같은 경우를 보면 대부분 경기인 출신 이다. 그래서 국제스포츠단체의 직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동질감도 많이 느끼고 잘 통한다. 예를 들면, 나는 농구인 출신 인데 국제휠체어농구연맹 사람들과 업무협조를 하다 보면 굉장히 수월하게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임: 나랑 거의 비슷한 경험이다. 국제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내 자신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개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의외로 답은 내 자체에 있었다. 내가 전직 ‘복싱선수’라고 소개를 하면 “너 복싱선수였어? 그러더니 웃으며 Please do not hit me”이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양궁선수였어. 스키선수였어”이렇게 말하며 금방 친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동질감 같은 거다. 그 후에는 말할 것 도 없이 업무협조가 아주 원활히 됐다. 내가 볼 때는 국제업무분야에 경기인 출신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회자: 동감이다. 내가 있었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는 약 50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그 중 70%가 학창시절 운동을 했던 선수출신이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선수출신이 아닌 직원을 만나기가 훨씬 더 어려운게 사실이다. 첫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내 축구선수 배경을 설명했더니 직원 2명이 저 뒤쪽에 서있다가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자기도 축구 했었다고 “언제 공 한번 차자”그러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직원을 만날 때 마다 선수출신이라는 공감대로 인맥을 형성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임: 그런데 운동선수출신에 대한 편견도 아직까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영어를 하면 주변에서 “어 어떻게 운동했던 사람이 영어도 해? 공부 많이 했나 보네. 대견하네”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고, 아직도 약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분들도 간혹 있다.

 

사회자: 그래서 당신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사회적 편견이 많이 남아 있는데 당신들이 잘하면 그런 편견이 없어지는 거다. 그런데 솔직히 당신은 영어 쓸 얼굴은 아니다. 아마 그 분이 잘 보신듯하다.

 

2013세계아이스슬레지하키대회 러시아팀 호스트 ‘백’

 

 

# 국제스포츠무대 이야기

사회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국제스포츠무대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여기 모인 사람들 6명중 5명이 해외스포츠단체에서 근무했었다. 또 해외직장경험은 없지만 해외출장을 시도 때도 없이 나가는 ‘임’도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임’은 요즘 김장실 국회의원 통역도 하고 아주 통역 복이 터졌다. 조직위 나가도 먹고 사는데 걱정 없을 것 같다. 그 동안 꽁꽁 싸매 놓고 못했던 이야기들 어디 한번 시원하게 풀어봐라. ‘임’은 첫 출근을 노르웨이로 했다는 소리가 있다.

 

임: 하하, 아쉽게도 첫 출근은 아니고 입사(그 당시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3일차에 세계아이스슬레지하키가 열렸던 노르웨이로 출장을 갔다. 입사 첫날 해외로 출근했어야 정말 극적인데!! 그건 그렇고 보통 대회를 하면 경기 전에 참가국 대표들이 모여 테크니컬 미팅을 한다. 그런데 회의를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우리나라 대표분이 갑자기 고성으로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잠시 멘붕상태가 오더라.

 

사회자: 아니 왜? 당신이 통역이면 사전에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되어있지 않나?

 

임: 아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회의장에 모인 참가국 대표들도 어안이 벙벙해 통역인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분이 화가 난건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대기실이 메인링크에서 너무 멀다는 항의였다. 물론 그분은 한국말로 항의를 했다. 난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측 의견을 대변했다. 그래서 그 때 느낀 게 통역이라는 건 단순히 ‘전달’의 개념이 아니라 양측의 부교합을 해소하는 ‘조정’의 역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변’의 역할 이라는 거다.

 

사회자: ‘조정’과 ‘대변’이라. 좋은 말이다. 당장 사표 내고 전문 통역사 해도 되겠다. 근데 당신 미리 준비한 대답 같다. 그래서 항의한 결과는 어땠나?

 

임: (뿌듯한 표정)당연히 잘됐다. 메인링크쪽에 임시대기실을 하나 만들어줬다.

 

사회자: 알겠다. 그만 자랑해라. 출장간 나라가 어디어디인가?

 

임: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스위스,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이제 곧 대한항공 모닝캄 회원 될 수 있다.


 

통역하고 있는 ‘임’                                                    장애인조직위 점자명함

 

 

조: 나는 호주체조협회에서 근무를 했다. 인턴십 시작 당시가 호주전국체전 기간이었는데 나는 온지 얼마 안됐고 외국인이니까 “어려운 건 안 시키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보스가 갑자기 날 부르더니 “현지 너가 리듬체조 했으니까 리듬체조 운영계획을 세워봐”라고 하는 것 이었다. 완전 깜짝 놀랐다. 호주전국체전이면 호주에서 제일 큰 스포츠이벤트인데 그걸 나보고 하라니. 긴장도 됐지만 에이 한번 해보지 하면서 그냥 했다. 그랬더니 예상외로 너무 잘했다면서 칭찬을 막 해주는 거다. 가자마자 인정 받았다(웃음).

 

사회자: 아니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중요한 걸 왜 당신을 시키나? 그것도 외국인 인턴에게? 당신 보스 이상한 사람 아닌가?

 

조: 나도 그게 의아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보스랑 같이 일하던 직원이 리듬체조에 대해서 완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제 자꾸 뭐 시키니까 모른다고 해. 현지야 그냥 너가 해봐”였다. 보스가 하도 답답하고 어이없었는지 날 시킨 거였다.

 

사회자: 아까도 나온 이야기지만 스포츠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이렇게 중요하다.

 

조: 한가지 더 있다. 문화차이에 관한 재미난 일화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상사가 부르면 “네”하고 상사의 자리로 가서 지시사항을 듣지 않는가. 그래서 호주에서도 똑같이 “YES”하고 갔더니 보스가 하는 말이 “현지야. 너 왜 그래. 그러지마. 보고할거나 얘기할 거 있으면 그냥 앉아서 내 이름 불러”그러는 것이었다. 뭐 알겠다고는 했는데 우리나라 문화와는 많이 달라서 어색했었다. 그래도 이름을 부르라고 했으니까 한번 해봤다. 내가 “러셀”하고 불렀더니 “YES”그러면서 내 자리로 달려왔다. 그러면서 “웃으면서 현지야 너 놀리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누가 부르면 이렇게 안 해도 돼”라고 장난을 쳤다. 얼마나 웃기고 한편으로는 민망하던지(웃음).

 

사회자: 그게 바로 문화차이고 수평적인 사고방식이다. 나도 NCAA에 있을 때 깜짝 놀랐던 게 내 보스가 뭔가 나한테 지시사항이 있으면 날 부르는 게 아니라 직접 내 자리로 와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불편했는데 좀 지나니까 적응되더라. 그런데 더 놀랐던 건 NCAA부회장도 내 보스자리로 직접 가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게 자리가 멀지 않았지만 전담비서까지 있는 부회장이 직접 부하직원 자리로 가서 그 직원은 앉아있고 부회장은 서서 얘기를 꽤 오랫동안 나누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 하하, 나도 기억난다. 그럼 나는 직원들 처우에 관해 우리나라 실정과 비교해 보겠다(살짝 심각한 표정). NCAA에 있을 때 출장을 가면 직급에 상관없이 특급호텔 1인1실을 쓴다. 음식도 말단인턴부터 회장까지 똑같은 식당에서 먹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여비’라는 측면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예들 들어, 출장 가서 방하나 잡으려고 하면 1인1실은 고사하고 2~3명의 숙박비를 모아야 모텔급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물론 세계1위 경제대국인 미국이랑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래도 호텔급은 아니더라도 1인1실의 기본적인 처우는 해줘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자: 맞다. 나도 그때 당신과 같이 시카고로 출장을 갔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키를 받고 문을 열어보니 투베드룸 이었다. 그래서 “아 당신과 같이 방을 쓰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졌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냥 방하나를 통째로 줬다. 속으로 “우와 정말 대박이다”라고 느꼈다. 내 생각에는 2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풍부한 자금력. 두 번째는 개인주의 문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그 부분은 조금씩 개선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갑자기 음흉한 눈빛으로 끼어들며)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있습니다.

 

사회자: 역시 얍삽하다. 마지막에는 좋은 쪽으로 마무리 하려고 하다니. 그럼 ‘최’가 여기서 뭐가 되나?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USOC앞에서 ‘김’                          스페셜올림픽에서 ‘조’  

 

 

백: 나는 NCAA의 탄력적 근무제가 참 좋았다. NCAA에서는 혹서기인 7~8월에 격주로 12시에 퇴근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원래 공식적인 출퇴근 시간은 8시~17시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그 다음주 목요일까지 30분씩 일을 더 하는 거다. 즉 17:30에 퇴근한다. 그러면 30분+9일=4시간 30분이 남는데 이걸 2번째 금요일 오후에 써서 12시에 퇴근 하는 거다. 결국 일하는 시간은 같지만 두 번째 금요일날 오후 12시에 퇴근하면 왠지 하루를 버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스템이 과연 가능 할까인지는 의문이다(아쉬워 하며).

 

모두: (완전 부러워 하면서 “좋겠다” 연발!!!)

 

김: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국휠체어농구협회(NWBA)에서 일할 때 직장동료가 점심을 안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그냥 배가 안고프구나. 아니면 일이 많아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 3시55분이 되니까 그 친구가 슬슬 짐을 챙기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 가니?”라고 물어보니 “응 퇴근해야지. 나 아까 점심 안 먹고 일했잖아”라고 하는 거다. 방금 NCAA사례를 들었지만 미국은 전반적으로 직장 생활에 대한 유연함이 있는 것 같다. 

 

최: 그럼 이에 더해 우리나라 직장문화에 대한 아쉬운 점을 지적해보겠다. NCAA와 NWBA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직장문화가 우리나라보다는 자유로운 편이다. 자신이 맡은 할당량을 채우면 퇴근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찍 퇴근해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날의 업무가 일찍 끝났을 때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남는 시간은 어영부영하고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도 조금씩 변해야하지않나 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문화에서 오는 차이라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이다.

 

사회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직원이 발전하고 행복해져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직장에 대한 구성원의 만족도가 훗날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NCAA축구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좌측사진 ‘최’ / 우측사진 ‘사회자’

 

 

# 국제스포츠무대에서 필요한 것

김: 영어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영어만큼 컴퓨터활용능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내가 NWBA에서 일할 때 느낀 부분이다. 미국직장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과 컴퓨터를 통해 업무를 하는 시간 중 어떤 게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후자다. 예를 들어, 1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대화는 많아야 10분 정도 하고 나머지는 혼자서 컴퓨터작업을 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보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직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또 NWBA에서는 수기로 기록하는 것 들이 많았는데 내가 엑셀로 쫙 정리해서 보고했더니 상사가 “good job”을 연발했다. 엑셀, 포토샵, 파워포인트등 컴퓨터 활용능력이 뛰어나면 외국직장에서도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회자: 좋은 의견이다. 미국사람들이 세밀하게 문서정리 하는 부분에 약한 부분이 꽤 있다. 이번에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FINA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프레젠테이션의 발표자 중 한 명이었던 ‘최’도 의견이 있을 거 같은데?

 

모두: “오~~”

 

최: (얼굴에 살짝 웃음을 띄며) 사실 국제스포츠무대에 나가보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소수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을 제외한 사람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 아니더라도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기본 이상은 해야 된다. 특히 리스닝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다고 원어민처럼 할 필요는 없다. 또 원어민처럼 못한다고 해도 주눅들 필요 없다.

 

임: (그동안 조용히 듣고만 있다 공감했는지 갑자기 치고 들어오며) 리스닝 중요하다는거에 적극 동의한다. 내가 통역으로 해외출장을 많이 가보니까 제일 어려운게 듣기다. 특히 중동, 말레이시아, 싱가폴, 스코틀랜드의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가 힘들다. 장난 아니다.

 

사회자: 결국 리스닝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스닝만 잘 되면 큰 실수는 하지 않는다. 축구를 예로 들면, 골은 못 넣어도 실점은 하지 않는 거랑 비슷한 경우다.  

 

임: 복장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에 해외출장을 갔을 때 완전 더웠었다. 그런데 같이 갔었던 직장 상사가 너무 더웠는지 미팅 자리에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외국인들이 많이 덥냐고 그러면서 시원한 자리로 그 분을 안내했다. 다행히도 미팅은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아무도 미팅에 반바지를 입고 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 얼굴이 좀 화끈거렸다.

 

사회자: 반바지는 너무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그런데 그 걸 안 지키면 앞에서는 쉬쉬하고 넘어가겠지만 뒤에서는 안 좋은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거 말해도 되나? 당신 용감하다(웃음).

 

조: 시간 나면 영어필기체 연습도 좀 하면 좋을 것 같다. 어느 날 보스가 내게 지시사항을 수기로 써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도 못 알아보겠더라. 그래서 내가 “아니 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영어체로 안 써주냐”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하는 말이 “현지야 필기체로 써야 해. 너가 쓴 거는 유치원 애들이나 쓰는 거야. 너도 빨리 이거 배워”라고 하더라.

 

김: 하하하, 대표적인 예로 내가 농구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필기체 BASKETBALL을 못 읽었다(여기서 다 빵 터짐).

 

사회자: 벌써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여기 더워서 더 이상 못살겠다. 저기 한번 봐라. ‘최’는 너무 덥다며 문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겉보기에는 초호화빌딩인데 안에는 에어컨도 안 켜주고 완전 ‘빛좋은 개살구’다. 지금 6시30분인데 당신들도 이제 퇴근해야지. 빨리 사무실 가서 짐 챙겨와라. 치맥이나 하면서 그 동안 못했던 얘기나 하자. 
 

 

끝없는 수다에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 회의실이 거의 터질 지경이었다. 치맥을 곁들인 2차 장소에서도 스포츠에 관해 다들 얼마나 할 말이 많았는지. 기성용이 어쩌고 박태환이 저쩌고. 김승현이 이랬고 류현진이 저랬고.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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