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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배구 드래프트 현장 100분

 

 

글 / 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프로배구 선수가 되기 위해, 10년 동안, 그 누구보다 노력했습니다. 오늘 꼭 저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선택받지 못하고 쓸쓸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는 냉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상위 클래스 실력을 갖춘 선수만 프로의 길을 내딛고 동시에 프로 유니폼과 함께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100분 동안 그동안의 노력의 보상을 받게 되는 날, 2013년 8월 12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개최된 2013 KOVO 배구 드래프트의 현장 분위기를 담아봤다.

 

드래프트 보드판 모습 김선우

 

13 : 00

대학 배구 감독들과 선수들이 도착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드래프트 참가자 모두 검은 색 계통의 정장을 입고 왔다. 여기서 누군가는 양복 상의를 벗고,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고 누군가는 쓸쓸히 퇴장해야 된다. 리쌍의 노래 제목이 생각났다. ‘내가 웃 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모두들 긴장을 풀려고 웃지만 웃는 게 아니다. 뒤에 계신 부모님을 보니 더욱더 간절해졌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13 : 15 
프로 배구 단장과 감독들, 스카우트 들이 도착했다. 구단을 대표하는 쇼핑백에는 유니폼과 모자, 그리고 꽃다발이 있다. 과연 어느 선수들에게 돌아 갈 것인가? 오늘따라 선수들에겐 유니폼이 더욱더 간절해진다. 삼성화재 측 관계자가 신치용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이번에 새로 나온 유니폼입니다. 어떠십니까?” 신치용 감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좋은데요.” 프로배구팀 관계자들도 긴장한 모습이다. 한해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 : 35

KEPCO 신영철 감독이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이 있는 테이블로 왔다. 어깨를 주무르고, 웃으며 말했다 “강 감독님, 어떻게 결정 잘하셨어요. 살살 하지요.” 강만수 감독이 되받아쳤다. “이미 1순위는 KEPCO잖아. 그냥 우리한테 지명권을 넘기지”. 강만수 감독은 내심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이 있는 신영철 감독을 부러워했다.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전광인(성균관대) 선수의 선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광인 선수는 대학선수지만 월드리그 대표 경력을 가진 차세대 거포다.

 

13 : 45

KBS, MBC, SBS를 포함한 방송 3사 등 미디어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올해 신생 창단 팀인 러시 앤 캐시의 테이블로 많은 기자들이 향했다. 러시 앤 캐시 감독은 가장 젊은 김세진 감독. 김세진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기자들의 질문에 유머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드래프트 내내 그 누구보다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3 : 50

KOVO 관계자가, 선수들에게 계약에 관한 조항을 설명했다. “이제 여러분은 어린 대학선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프로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계약에 관한 모든 내용을 꼼꼼히 명시하길 바랍니다.”
그렇다.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어린 학생들이 아니었다. 드래프트 10분전, 네이버에서 생중계가 있는 만큼 뒤에선 스포츠 해설의 오랜 경력자 KBS 유수호 아나운서가 직접 중계를 하고 있었다.

 

드래프트 1순위 전광인 선수의 모습 김선우 


14 : 00

KOVO 사무총장의 사회로 드래프트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고생한 선수들에게, 프로배구단에서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감독님들 그리고 구단 관계자님들 부탁드립니다.” 사무총장의 말도 간절했다. 자식 같은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더욱더 높은 취업이 되길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지명권 을 가진 KEPCO 신영철 감독이 나왔다. 고민하지 않았다. 바로 전광인(성균관대) 선수의 네임을 드래프트 보드에 붙였다. 2013 드래프트 1순위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전광인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14 : 02
지금부터 8명까지 다시 말해, 총 2R운드 2순위 까지는 신생팀 러시앤 캐시의 몫이다. 사회자가 김세진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시간 어떻게 더 드릴 까요? 아니면 선택하시겠습니까?” 유머스럽게 대답했다. “얼른 나가서 많이 뽑겠습니다.” 2순위로 이민규(경기대)가 지명됐다. 그리고 차례로 송희채(경기대), 송명근(경기대)이 뽑혔다. 흔히 말하는 경기대 트리오가 프로무대에서 함께 뛰게 된 것이다.

 

김세진 감독의 모습 김선우 

 

14 : 20
2R운드 13순위인 대한항공의 차례. 모두들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주저 없이 고교생을 발탁하였다. 바로 정지석(송림고)이었다. 앉아있던 선수, 부모님, 그리고 정작 본인도 놀랐다. 대한민국 프로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고교생이 발탁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최민국(진주동명고)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품으로 갔다.

 

14 : 58
3R운드 마지막 지명자, 배홍희(경기대)가  러시앤 캐시로 향했다. 이제 서서히 드래프트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총 40명 지원자 중에 이제 19명이 남았다. 이제 남은 라운드는 4R운드, 수련선수(프로배구단 연습생)를 제외하면 이제 정확히 남은 자리는 7자리, 하지만 프로팀에서도 포기 할 수가 있는 상황이다. 서서히 긴장감이 몰려온다. 선수들 뒤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하며 지명을 바라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15 : 10
4R, 24순위 LIG의 선발 차례이다. 사회자가 문용관 감독에게 질문했다. “감독님 선발 하시겠습니까? ” 문용관 감독이 처음으로 말했다. “저희 LIG는 4R 지명을 포기 하겠습니다.” 이어서 LIG손해보험, 우리카드, 현대캐피탈에서 지명을 포기했다. 드래프트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남아있는 선수들은 간절했다.

 

 드래프트 현장의 미디어관계자들(좌)과 긴장한 부모님들 모습(우) 김선우 

 


15 : 20
4R운드로 고교생 최민국(진주동명고)의 선발, 정식 프로선수 드래프트는 모두 끝났다. 이제 수련선수 선발이 남았다. 이 수련선수는 계약금 없이, 18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입단하게 된다. 시즌 중, 엔트리 교체로만 정식 선수로 들어갈 수 있다. 즉 피나는 노력 없이는 절대로 프로무대를 밟을 수 없다.
KEPCO를 제외한 6팀이 모두 수련선수를 선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선우(충남대)가 삼성화재 수련선수로 선발됨에 따라 모든 드래프트가 종료되었다. 박선우(충남대)는 간절해 보였다. 그 누구보다,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두 손 꼭 모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프로선수가 아닌 수련선수 이지만 꼭 간절하게 노력하여 꿈을 이루길 바란다.

 

15 : 40
지명된 선수들의 전체촬영과, 각 팀 감독과 대표자 그리고 선수들의 촬영이 있는 포토타임이 진행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러시앤 캐시였다. 김세진 감독은 사진 찍는 동안 선수들에게 “잘해보자, 긴장하지 말고”를 말하며, 젊은 감독답게 소통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1R운드 1순위로 지명된 전광인(성균관대)은 모든 언론사의 관심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광인이 말했다. “ 1순위로 선발된 만큼 저도 기대가 크다. 높은 프로의 현실이지만 최대한 빨리 팀에 적응하여 달라진 KEPCO를 만들겠다”. 모든 드래프트가 종료됐다.

 

최종선발 선수 단체사진 김선우 

 

 

이번 드래프트는 전체 40명 가운데 수련선수 포함 32명이 7개 구단의 부름을 받아 80%의 취업률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노력을 평가 받는다는 것이 잔인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는 공정했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선택받은 자들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답게 보상을 받은 것이다.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아직 이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는 이르다. ‘수련선수’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더욱더 실력을 향상 시킨다면 언제든지 프로배구 선수로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선택받은 32명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명은 단순한 시작일 뿐이다. 피나는 노력이 없다면 이들은 오늘의 기쁨이 좌절로 바뀔수 있다.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진행된 배구드래프트 현장. 입단한 선수에겐 축하의 박수를 선택받지 못한 선수에겐 위로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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