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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무에이를 품은 여대생. 이선

 

 

글 / 김상호 (스포츠둥지 기자)

 

 

 

"내가 다니던 학교가 산중턱에 있어서......내 다리가....."
"무거운 노트북 안돼! 팔뚝 굵어져!"

 

우리 ‘남자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화지만, 여성들은 한번 쯤 귀 기울였을 만한 내용이다. 어쩌면 조금 갑갑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런 몸매에 대한 고민들. 이런 고민쯤은 가볍게 여기고 신체단련에 애쓰는 여대생이 있다. 바로 무에타이(정식 명칭 무에이)를 품은 이선(23) 선수다.

 

많다고 하기엔 부족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 이 선수지만, 이번 국가대표 선발 토너먼트에서 1차 우승, 2차 준우승이라는 당당한 성적을 기록했다. 취미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선 무에이를 향한 열정이 느껴진다.

언뜻 보면 그녀가 무에이 선수라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이름처럼 선한 인상에 가녀린 몸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미모의 격투기선수’라는 타이틀로 마무리 짓기엔 너무나 아쉬운 그녀. 학교부터 체육관까지 동행하며 1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프로필>
▶ 이름 : 이선                                 ▶ 소속 : 동국대 식품화학공학과, 인천 정우관
▶ 성별 : 여                                    ▶ 공식전적 : 6전 5승 1패
▶ 나이 : 23세                                 ▶ 수련기간 : 3년 
▶ 키 : 158cm                                  ▶ 2013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 무에이 종목 국가대표선발

▶ 몸무게 : 48kg

 

 

무에이 국가대표선수의 등교하는 모습은 어떨까? 짧은 시간에도 체력을 단련하거나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녀 역시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교양서적을 읽고 있었다.

 

Q. 무슨 책을 보는 건가요?
A. 이번에 이벤트에 당첨된 책인데요. 취업에 대한 내용이에요. 글쓰기가 중요하다고해서 읽어보고 있어요.

 

Q. 역시 국가대표선수도 취업은 큰 고민이 되나요?
A. 그럼요. 무에이(무에이)는 제가 열정을 쏟는 한 분야에요. 제 꿈의 40%정도지 전부는 아니에요.

 

Q.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와 피부관리도 걱정 없고. 인생의 꿈도 가지고 있네요. 거기다 국.가.대.표 잖아요.
A. 그럴까요?(웃음) 그래도 전 제 인생의 꿈을 다 이루고 싶어요. 믿지 않으시겠지만 전 수학도 정말 좋아해요. 기자라는 직업도 참 부러워하고요. 언어도 관심이 많아요.

 

▲일본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 선수.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내가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선수는 상상속의 국가대표선수가 아니었다. 헝그리정신과 고집스런 집념으로 자신을 채찍질한다기 보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본능을 따라가고 있는 듯 했다. 정말 진지하게 무에이를 스포츠로 생각하며, 꾸준히 단련해왔을 뿐 욕심은 없었다. 바로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Q. 전적을 쌓아나가려면 동기부여가 중요하잖아요. 어디서 힘을 얻나요?
A. 우선 관장님의 지적이 가장 크게 작용하죠. 승패에 대해 이야기하시기 보다는 경기내용에 대해 엄격하게 말씀하시거든요. 지난 경기은 이겼지만 내용면에서 형편없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링에서 맞으면 자연스레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하하.

 

▲ 학교에서는 가녀린 대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면 돌변하는 그녀.

 

Q. 무에이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A. 화끈한 매력이 있죠. 링 위에 올라가는 순간을 위해 힘든 연습을 견디죠. 그리고 링위에 올라가면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상대와 단 둘이죠. 정말 ‘맞짱’ 뜨는 거죠.

 

 

▲ 체육관에서 몸을 풀기시작하자 서서히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푸는 이선 선수.

 

Q. 어떤 목표를 가지고 링에 올라가나요?
A. 누가 봐도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어요. 보여주기 위한 경기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굉장한 경기는 처음 보는 사람도 눈을 떼지 못하는 거 아시죠? 그 수준에 올라가고 싶어요.

 

Q. 꼭 무에이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A. 하하 그런가요. 운동하면서 제 정체성을 찾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체육관을 찾았을 때, 관장님이 물으셨죠. “왜 체육관에 왔습니까?”, 저는 그때 “운동하러 왔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  백문이 불여일견. 이 선수의 연습장면을 살펴보자

 동영상보기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된 사실에 감격하거나 들뜨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성실하게 자신을 단련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무도 아시아경기대회를 목표점으로 지정하고 달려온 흔적도 없었다. 순수하게 본능을 따르는 선수의 모습이 대견할 뿐이었다.

 

어쩌면 스포츠가 가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명예나 경기성적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육체를 단련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육체를 이끌었을 때의 성취감. 이것 외에는 부수적인 이득으로 여기는 것이 스포츠인과 스포츠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엘리트스포츠스타와 생활체육의 경계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연스레 두 가지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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