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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나는 프로야구 심판입니다.”

 

 

 

글 / 배정호 (스포츠둥지 기자)

 

 

 

"나는 프로야구 심판입니다." 심판의 하루

 

        스포츠에서 심판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심판이라는 단어에서 권위적인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경기에서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판정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간혹 오심과 편파판정이 문제가 되기 하지만 대부분 심판들은 누구의 편을 들지 않는 ‘제3자’로 경기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심판의 하루생활을 통해 심판들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 본다는 것은 심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본다. 지난 4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LG VS 롯데전을 통하여 심판의 하루를 취재해 보았다.

 

 

 

‘경기 시작 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시작은 오후 5시 – 경기시작 전 표는 이미 매진이 되어있었다. 팬들은 서서히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후 3시 - 심판들은 속속히 덕아웃 뒤편에 있는 심판탈의실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한국 프로야구구장이 열악한 사정은 알았지만, 심판탈의실의 상황은 정말로 비좁았다. 나광남 심판은 “비록 열악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조건에서 공정한 판정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경기장내의 웨이트장 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과 달리 심판들은 경기장에 오기 전에 헬스장에 꼭 들려 컨디션 조절을 하고 온다고 하였다. 권영철 심판은 “아무래도 심판 전용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없고 또한 선수들과 같이 사용하면 팬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 오기 전에 몸을 푼다” 라고 말한다.

 

오후 4시 – 오늘 경기의 주심인 윤상원 심판과 3루심 문동균 심판이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보고 LG트윈스 이진영 선수는 “하루빨리 심판 분들의 환경이 나아져야 할 텐데”라고 말하면서 친절히 심판 분들을 스트레칭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시켜 주었다.
‘친절하게 해주는 선수한테 조금 더 판정 볼 때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친절하게 스포츠맨십으로 다가오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만큼은 우리도 프로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기 때문에 사적 감정은 들어갈 수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역시나 심판도 선수만큼 이나 자부심과 프로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다.

 

심판복으로 갈아입는모습 ⓒ배정호

 

 

오후 4시반 - 서서히 심판들은 심판복 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심판복은 무겁다. 한번경기를 뛰고나오면 2KG빠질 정도라고 하니까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심의 경우에는 시속 150KM 육박하는 야구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장비를 착용하였다. 또한 절대 혼자 입지 못하기 때문에 윤상원 심판은 문동균 심판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고 웃으며 말하였다. “한번 장비를 착용할 때 마다 헬스를 하는 것 같아” 

 

오후 4시58분 - 정확히 경기시작 2분전 심판들은 운동장으로 나갔다. 선수들과 달리 파이팅을 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경기를 준비하였다. 야구라는 종목은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윤상원 심판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눈 마사지를 계속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심을 보니 더욱더 눈에 피로감을 덜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

 

 

‘경기 시작’ - 최고의 집중력을 가지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경기에 집중하는 심판 ⓒ배정호

 

오후 5시 - 경기 시작 전 주심을 제외한 각 심판들은 자신의 베이스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주심은 시구를 진행했다. 드디어 경기시작, LG트윈스 투수의 임찬규 선수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자 가차 없이 윤동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하였다. 안타와 파울이 나올때  마다 4명의 심판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공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항상 투수가 와인드업을 취하면 바로 허리를 숙여 집중하는 모습은 정말로 반복훈련을 얼마나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오후 6시 11분 -그라운드 내에서 4명의 심판이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1루 덕아웃 옆에 있는 심판 대기실 에서는 나광남 대기심과 조종규 심판위원장이 TV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나광남 심판은 “대기심을 하면서 같은 동료 심판의 판정을 체크하고, 또한 혹시나 모를 심판 부상에 대비하여 경기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하였다.
옆에 있던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TV모니터 하나에 4경기를 동시에 시청하고 있었다. 심판 경력 30년인 그는 TV모니터를 볼 때 마다 매의 눈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오심시비에 대비하는 행동이다. 그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네 개 구장에서 아무 사고 없이 끝나면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두 심판은 정말로 멋진 경기들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었다. 


 

전구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조종규 kbo심판위원장 ⓒ배정호

 


오후 6시 48분-5회가 끝난 클리닝 타임. 심판들이 5분 이내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다. 5분내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리 준비된 종이컵 커피와 간식을 먹고 부랴부랴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리고 다시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한다.


오후 8시 11분 - 경기는 9회 LG트윈스 조윤준 선수의 뜬공으로 마무리 됐다. 심판 4명 모두 대기실로 모이고 오늘 판정에 대해 짧게나마 서로 피드백을 해준다. 그리고 윤상원 주심은 카메라를 향해 말하였다. “정신없었습니다. 혼신을 다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말로 모두들 최고의 집중력으로 경기를 마무리 시켰다.

 


‘경기 후’ -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 그리고 역지사지의 입장.

 

오후 8시 32분 - 관중들이 집으로 향하는 순간, 그들은 비좁은 탈의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집에 가서도 자신의 경기를 모니터링 한다. 조금이나마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혹은 더욱더 내가 고쳐야 할 점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나광남 심판은 “이것은 모든 KBO심판들이 입문 할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선 반복습관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비좁은 탈의실과 전용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없는걸 보면서 느꼈다. 정말로 프로야구를 위해 판정을 내리는 그들에게도 프로에 걸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TV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들의 환경은 열악하였지만 공정한 판정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다. 심판도 때로는 오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비난보다 조금이라도 격려의 메시지와 ‘화이팅’이라는 단어를 외쳐주면 어떨까? 야구장으로 가서, 그들에게 외치자. 심판 분들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