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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겨울의 꽃을 피우기 위해 봄에 연마하는 꽃 봉우리, 대학배구

 

글 / 최진경 (스포츠둥지 기자)

 

 

첫 번째 이야기: 대학배구의 중요성

다음 겨울을 기약하며 저문 ‘겨울스포츠의 꽃’

‘겨울스포츠의 꽃’ 하면 어떤 종목이 생각나나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키도 있고 최근 김연아의 영향으로 급부상한 피겨스케이팅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꽃’은 농구와 배구입니다. 소위 국내 4대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라고 불리는 종목 중 실내 스포츠에 속하는 이 둘은 스포츠 특유의 뜨거운 열기로 대한민국의 추운 겨울을 녹이는 1등공신 이었습니다. 겨울이 마지막 힘을 다하고 간 2013년 4월, 두 종목의 최 상위 리그라고 할 수 있는 V-리그와 프로농구리그가 막을 내렸습니다. 또 같은 4월, 전국대학배구리그는 막을 올렸습니다.

 

전국대학배구리그 2주차에 맞붙은 현 대학배구 양대산맥 성균관대와 경기대 ⓒ최진경

 

 

 

약진하는 국내 배구 인기
사실 국내에서 겨울스포츠의 진정한 ‘꽃’이라고 한다면 단연 농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배구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농구가 후퇴하면서 배구가 농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배구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2010년 2600명, 2011년 3700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2012년에는 승부조작의 영향으로 3384명으로 감소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3550명으로 다시 반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농구의 경우 지난해 경기당 평균관중은 약 4000명입니다. 올해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 내지는 소폭 감소가 확실시 됩니다.

 

관중동원 능력에서 배구가 농구를 거의 따라잡은 것입니다. 인기의 또 다른 척도인 시청률을 보면 배구의 약진이 더더욱 두드러집니다. 올해 프로배구의 경우 남자부 경기가 케이블 채널 인기의 척도인 1%에 육박하는 0.96%를 기록했습니다. (농구의 경우 작년 0.32~0.43%)

 

겨울엔 스타가 필요해!
국내에서 배구가 꾸준히 인기를 높여가며 ‘겨울스포츠의 꽃’으로서 활짝 개화하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상황이 장밋빛이라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당장 농구의 인기가 추락한 것만 보아도 이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농구와 배구는 실내 스포츠라는 점을 제하고도 닮은 점이 굉장히 많은 스포츠입니다. 여러 닮은 점 중에서도 경기에 참여하는 인원이 5명과 6명으로 팀 스포츠 중에서는 적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두 종목 모두 특정 선수, 즉 스타플레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이는 비단 경기력이 차지하는 비중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해당 종목의 인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구대잔치’ 시대는 확실히 농구의 ‘리즈시절’이라 할 만합니다. 나열하기도 힘든 수많은 스타가 탄생했고 사람들은 그 스타에 열광했습니다.

 

 

‘농구대잔치’가 낳은 스타들이 주축이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맴버

 

 

스타들의 인큐베이터, 대학스포츠
스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농구대잔치’ 시대만 보아도 그 당시 스타들은 대부분 대학 때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어서 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대학 농구의 인기가 시들해 진 것은 분명 오늘날 농구가 스타를 배출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배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스타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팀에 입단한 ‘삼성화재’의 박철우 정도를 제하면 대부분이 대학 때부터 이미 큰 인기를 얻으며 프로에서 활약이 기대되던 선수들입니다. 대학에서부터 스타를 키워야 하는 이유는 비단 4년이라는 시간 뿐만은 아닙니다. 대학은 홍보활동이나 대회에서의 실적이 없어도 팀에 애정이 넘치는 팬들을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바로 해당 학교의 학생들입니다. 이들이 한번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그 애정은 동문이라는 매개를 통해 오래도록 지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이들은 선수들과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에서 더 열렬한 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학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역사, 즉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요즘 홍보의 대세는 스토리텔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연고전이 있습니다. 아니 연고전이라고만 하면 곤란합니다. 고연전 이기도 합니다. 연고전을 마음대로 연고전이라고 못하는 이런 상황이 바로 스토리고 이를 활용한 홍보활동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아마추어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대학배구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가 열린 제천에서 지켜본 대학배구는 배구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우선 배구 내적인 측면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선수들의 기량도 훌륭했고 젊음과 아마추어리즘 특유의 패기 넘치는 파이팅은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분들에게는 선수들의 외모는 이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경기가 열린 체육관의 관중은 반 이상이 여성이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나 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일부로 제천을 찾은 분들이었습니다.

 

대학배구 최고의 인기 팀, 경기대 ⓒ최진경

 

 

이렇게 매력적인 내적 측면과는 반대로 배구 외적인, 즉 운영 측면에서는 너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팬들을 위한 배려나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 없이 그저 경기를 치르는데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 홍보의 시작이자 끝, 플랫카드 ⓒ 최진경

 

 

많은 인구와 대부분의 대학교가 위치한 수도권 개최가 아닌 지방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면 잃는 것이 많은 만큼 분명 목적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아마 크게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배구 저변 확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무언가 행동이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해당 지역에 대한 관광이나 숙박에 대한 정보제공의 노력조차도 없었습니다. 또한 프로필북에는 선수들의 포지션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새로 대학배구를 보는 분들에 대한 배려도 잊은 모습이었습니다.

 

팀 스포츠에서 포지션은 기본. 기본이 없는 프로필 북 ⓒ최진경

 

 

대학배구는 분명 아마추어입니다. 프로 수준의 자금력과 인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그게 아마추어 정신입니다. 대학배구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