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선경 (스포츠둥지 기자)
궁금했다.
야구장에서 항상 만나는 치어리더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생활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겉모습은 화려하다. 화려한 의상과 율동, 빛나는 미모 등이 눈에 띈다. 야구장의 꽃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조금은 거칠고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관중들의 함성과 격려를 하나로 모아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에게 힘을 전해주는게 일이지만 그들의 속 모습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13 시즌이 한창인 4월 어느 날, 목동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이경선 치어리더를 만나 치어리더의 세계를 살펴봤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경선 치어리더 ⓒ넥센 히어로즈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넥센 히어로즈의 치어리더, 이경선이라고 합니다. 치어리더 경력은 올해로 8년 차이고요. 여름에는 프로야구, 겨울에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워낙 어릴 때부터 무대 위에서 춤추고 응원하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도 일부러 응원단이 있는 학교로 진학했고요. 그러다가 지금 우리 팀의 단장님 눈에 띄게 돼 치어리더가 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치어리더가 되신 건가요?
아니요! 저는 6개월 정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쳤어요. 정말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있다면 긴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단상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정식 치어리더가 되요.
각 구기 종목마다 특성에 따라 치어리딩이 달라질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른가요?
야구는 우리 팀이 공격할 때 계속 일어나서 응원을 해요. 수비할 때 앉아있긴 하지만 계속 서서 응원하는 편이에요. 농구 같은 경우에는 계속 앉아 있다가 점수가 많이 났을 때만 일어나서 응원해요. 비교하자면 야구가 농구보다 더 활동이 많아요.
각 구기종목마다 팬들의 반응도 다르겠어요.
농구는 관중 분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반응이 조금 덜해요. 하지만 야구는 관중 분들이 바로 앞에서 계시잖아요? 그래서 야구의 응원을 좀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농구는 앞서 말했듯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잘 보이라고 동작을 더 크고 확실하게 하죠.
치어리더 분들의 하루가 궁금해요. 인터뷰 하는 오늘도 경기시작 3시간 전에 나왔잖아요. 원래 이렇게 일찍 나오나요?
저희는 경기시작 5시간 전에 연습실로 출근해서 그날 하루 공연 곡을 다시 연습해요. 그러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은 보완하고 수정하죠. 이후 3시간 전쯤에 경기장으로 이동해요. 그때부터 메이크업을 하고 이제 정말 단상에 오를 준비를 하죠. 경기가 끝나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모여서 회의하고 부족한 점은 바로바로 피드백 합니다. 이렇게 모든 일정이 끝나야 비로소 퇴근하죠.
그럼 쉬는 날은 언제인가요?
저희는 쉬는 날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요. 원정경기까지 포함해 12연전이 있는 날도 있으니까요. 가끔씩 쉬는 날도 있지만 웬만한 날에는 모두 연습실로 나와서 새로운 신곡을 바로 연습해요. 하루에 약 6시간 정도 연습하는 것 같아요.
굉장한 체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럼 따로 보양식을 챙겨 드시나요?
아뇨. 따로 보양식을 먹진 않아요. 대신 밥을 잘 먹어요. 그래야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치어리더다보니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어야 하잖아요? 아무래도 식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네, 밥을 잘 먹긴 하지만 먹을 때마다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다거나 배가 많이 보이는 옷을 입을 땐 굶기도 해요. 힘들어요. 하하하.
치어리더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두말할 것도 없이 응원하고 있는 우리 팀이 이겼을 때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그 외에도 또 저희가 응원을 유도하는 데로 팬 분들이 잘 따라해 주시고 같이 하나 된 모습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한 뿌듯함을 느껴요.
그럼 반대로 힘드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치어리더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기자 분들이 많잖아요.
기자 분들이 제목을 너무 자극적으로 다시면 또 그것 때문에 많은 분들이 클릭을 해서 보는 거니까... 기분이 좋진 않죠. 또 그런 기사를 보고 댓글도 안 좋게 다는 분들도 많잖아요? 정말 찝찝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요.
악플을 안 보려고 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안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궁금해서 보게 되는데... 이제는 신경 안 쓰려고 해요. 저는 워낙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악플을 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치어리더에게 짓궂게 구는 관중들도 많잖아요. 그런 관중들은 어떻게 대처하세요?
저는 치어리더를 한지 꽤 오래되다 보니 너무 노골적으로 사진을 찍으시거나 쳐다보시면 직접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지 더 이상 그러시지 않으시거든요. 그래도 계속 짓궂게 구신다면 경호원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요.
각 구장마다 원정팀 치어리더 대기실이 따로 없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홈팀 치어리더 대기실만 있어요. 의상을 갈아입을 때 차안에서 갈아입거나 아니면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관중 분들과 섞여서 갈아입기도 하는데 빨리 옷을 갈아입고 단상으로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럼 홈팀 치어리더 분들과 함께 대기실을 사용하면 안 되나요?
대기실이 많이 좁은데 저희까지 함께 이용하면 복잡해서 안돼요. 오늘 대결을 할 팀인데 함께 대기실을 쓴다는 것은 힘들죠.
대기실 말고도 단상에 대해 궁금해요. 단상을 보면 목동구장은 좀 넓은 것 같기도 한데 유독 잠실구장의 응원단상이 좁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가요?
네, 잠실구장의 원정팀 응원단상은 높은데다가 폭도 좁고 거기에 흔들리기까지 해요. 아! 갈라지기도 했어요!
홈팀 응원단상(왼쪽)에 비해 턱없이 폭이 좁은 원정팀 응원단상(오른쪽) ⓒ최선경
그럼 단상 위에서 응원하다가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뒤로 떨어질 뻔했어요. 춤추다가 단상이 갈라졌거든요. 실제로 2년 전에 치어리더 한분이 응원을 하다가 뒤로 떨어졌어요. 다행히 팬 분들이 받아주셔서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저희는 신발에 굽이 있어서 춤추다가 조금만 걸려도 몸이 휘청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안타까운 건 8년간 일하면서 이 단상이 보수된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페인트 칠만 다시 할 뿐이죠. 잠실구장의 원정팀 단상은 저희 팀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른 팀 치어리더들도 다 올라가잖아요? 많은 치어리더들이 이용하니까 하루 빨리 고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넥센 히어로즈 치어리더팀 ⓒ넥센 히어로즈
치어리더 분들이 은퇴를 하면 그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팀을 꾸려나가는 팀장이 되거나 혹은 단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 에어로빅 강사나 요가 강사로 진로를 정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마지막으로 치어리더의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넥센 히어로즈가 지금 성적이 아주 좋잖아요? 송신영 선수도 돌아왔고 이성열 선수도 홈런왕이기도 하고요. 팬 분들께서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팀에 밀리지 않게 신나게 응원을 하고 싶어요. 팬 여러분! 야구장으로 많이 놀러오세요!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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