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병진(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인명재천(人命在天). 흔히들 ‘살고 죽는 것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을 함부로 쓸 일은 아닌 듯하다. 수험생이 공부하지 않고 좋은 점수 얻을 수 없듯이,
건강도 평소 관리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평소 건강관리를 잘한 사람만이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맡길 수 있지 않을까.
담배 하루 2갑 골초가 오래 산다(?)
“그 아무개를 보라. 술․담배 하지도 않고 100살은 살듯하더니 일찍 죽었지 않은가”
“또 다른 아무개는 술고래·골초인데 멀쩡하지 않은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술·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명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음이고,
담배를 하루 2갑 피우는 골초가 오래 사는 것도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례일 뿐이다.
흡연과 과음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상식이자 과학이다.
상식과 과학을 한꺼번에 뒤집으려는 말에 누가 공감하랴.
1976년 10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창립자 아돌프 주커(Adolph Zuko)는
자신의 100회 생일을 앞두고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좀더 건강관리를
잘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강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하늘에서 그저 주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 젊은데 무슨 건강 걱정이냐”고 한다. 어떤 사람은 “억지로 살지 말고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가. 생명체의 본성 중에는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자기에게 해(害)가 될 때까지
그리고 그 해가 치명적일 때까지도 그만두지 못하는 욕망이 숨어 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몸은 편한 것을 좋아하는데, 지나쳐도 인지를 못한다.
비만한 사람이 그 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많이 먹게 되고 결국 비만이 된 다음에도 먹는
욕심은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쪄!”라고 말하는 사람도 들여다보면,
살이 안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여전히 잘 먹고 움직이지 않는 데 있다. 술은 더 많은
술을 부르고 니코틴도 계속 니코틴을 부른다.
이처럼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놔두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빠진다.
그러므로 일찍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하고, 젊을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평생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신체활동이 적으면 몸의 근육은 발달 안 되고 심폐기능은
떨어지며 체지방은 늘어난다. 이래서 생기는 병이 어디 한 두 가지이던가.
건강관리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테크
최근 ‘내 몸 경영’이라는 책이 화제다. 현역 의사가 쓴 이 책의 핵심은, 기업이 생존하려면
효과적인 경영기법이 필요하듯이 우리 몸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존을 위해, 재테크를 위해 끊임없이 일에만 매달려온 우리 국민들은 정작 자신의
건강에 대한 투자는 너무도 인색하다.
저자는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것처럼 내 몸 건강을 위해 수입과 시간의 10%를 투자하자고
주장한다. 건강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먹는 것으로만 건강을 유지하려는 보양식 증후군에서
벗어나 운동과 휴식의 조화를 추구할 것을 권한다. 특히,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일상생활 속의 모든 움직임을 운동화(化)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오르기, 한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등 운동을 습성화해야 한다는 것.
‘운동하지 않던 몸’을 ‘운동하는 몸’으로 바꾸고 습성화시킨다는 것이 그리 쉬우랴마는,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수 십 년 피우던 담배를 일순간에 끊은 사람도 많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애마(愛馬)의 목을 자르는 결심 끝에 천관녀와의 인연을 끊었다.
약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의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주저할 이유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곳이 생활체육 공간이다.
근린공원이며 학교운동장, 약수터에 이르기까지. 아침 광장프로그램도 있고,
생활체육교실도 많다. 가장 쉬운 종목, 가장 좋아하는 종목부터 시작하자.
약동하는 계절, 운동화 끈을 다시 매자. 작은 습관이 큰 기쁨으로 다가올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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