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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사회가 바라보는 코치: 학교운동부지도자에 대한 선입견

 

 

글/ 김동현

 

 

        학교운동부지도자(코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각종 미디어 및 연구 등을 통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주된 화두는 그들의 전문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든 연구물이나 기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의견을 정리해보면 그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꾸준한 지도자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가부(可否)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들(코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비판하는 그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혹시 ‘학교운동부지도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일부 선입견들이 그들의 전문성을 판단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비록 학교운동부지도자는 아니지만, 많은 운동부지도자들과 대면해 본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사회가 바라보는 코치에 대한 몇 가지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선입견은 “코치들은 교육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코치들도 학생선수들의 교육자로서 교육적 역량을 함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교육자로서 코치가 아닌, 기술지도자로서 코치로만 여겨지고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교육자로서 코치들의 역량을 요구한다고 말을 하지만, 과연 “코치”라는 주체를 둘러싼 주위의 인식이 그들을 “교육자로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다양한 매체 및 연구들을 통해 증명된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신문기사를 예로 들어 보자.

 

[1]
수업시간에 의자를 붙여 놓고 누워 잠을 잔 학생을 고교 교사가 몽둥이로 때린 사실이 드러나 ‘과잉 체벌’ 논란이 일고 있다........고교 교사 A씨는 지난 14일 1교시 수업시간에 잠을 잤다며 1학년 학생 2명을 복도로 내보낸 뒤 몽둥이로 엉덩이와 종아리 등을 40여 차례 때렸다.......체벌을 당한 학생들의 엉덩이와 종아리 등에는 심한 멍이 들고 물집이 잡혔고, 점심시간 직전인 4교시까지 교무실 앞 복도에 무릎을 꿇고 벌을 받는 바람에 수업도 받지 못했다(한국일보, 2010. 10. 23).


[2]
운동부 코치가 학생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의 한 고교 태권도부 코치가 부원인 양모군을 몽둥이로 허벅지를 50여대나 때리는가 하면, 발과 주먹으로 복부를 폭행했다는 것이다.......학교 운동부의 폭행 관행이 심각한 수준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경향신문, 2011.02.10).

 

위의 기사를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학생에게 가해진 신체적 폭력의 수준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교사와 코치라는 두 교육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극적으로 상반된다는 것이다. 왜 전자(교사)의 폭력에 있어서는 “체벌”(한국일보, 2010. 10. 23)이라는 단어를 흔히 사용하고, 왜 후자(학교운동부지도자)의 폭력에 있어서는 “폭행”(경향신문, 2011. 02. 10)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는가이다. 비록 교사와 코치, 두 교육자 모두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같지만, 위의 기사와 같이,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 둘의 관계를 상극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사가 학생들을 때린다는 것은 사랑의 매이고,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일각에서는 교사에게 체벌의 권한을 계속해서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분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운동부지도자들이 학생들을 때린다는 것은 구타이고, 범죄이며, 싹을 도려내야 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이러한 교육의 주제인 교사와 코치들의 폭력사태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사실이지만, 주위의 평가는 상극되는 입장에서 논의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교사는 교육자이지만, 운동부지도자는 교육자가 아닌 단지, 운동기술을 지도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하지만 교사가 일반학생들의 교육자인 것과 같이, 학교운동부지도자는 학생선수들의 교육자이다. 학생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그들과 가장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는 것이 운동부지도자이며, 학생선수들의 제1의 교육자라 할 수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교실에서 실시하듯이, 운동부지도자는 운동장, 체육관 등에서 교육을 행하는 분명한 교육자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코치들의 인성적 자질을 함양하기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이며, 코치들에게 훈련만이 아닌 교육적 티칭을 바라는 시점에서 코치들을 단순히 경기지도자로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코치들은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데에 있어서 지식이 부족하다”라는 선입견이다. 우선 이 주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연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어떠한 지식이 필요할까? 이론들이 즐비한 책을 통해 배우는 지식이 우위에 서야할까? 아니, 그렇지 않다.


사실 운동부지도자들은 실제로 이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이 거의 과반수에 해당하지만, 그들은 책으로 보는 지식, 보다 그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지식은 책으로는 배울 수 없고, 그들 스스로 몸으로 체득해온 지식일 것이다. 이에 필자의 경험을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자, 이제 전부 그 자리에 누워봐. 최대한 편안하게 누워, 다음엔 눈을 감아, 그리고는 내가 말하는 대로 상상해봐, 지금부터 내일모레 있을 시합으로 간다. 자, 왔니? (학생; 네) 너희는 뭐하고 있니? (학생; 시합 전에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 그럼 지금기분이 어때? (학생; 긴장됩니다. 갑자기 심장이 뛰는 것 같아요.) 자,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이 시합에 들어가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상상해봐. 그리고 단 현실적이고 될 수 있으면 이기는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 혹시라도 지는 상상이 된다면 스톱을 외치고 다시 처음 장면으로 가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꿔.

 

위의 내용은 한 운동부의 훈련시간에 필자가 목격한 상황이다. 그것은 마치 스포츠심리학에 심상훈련의 일종으로 보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운동부지도자는 “심상”이라는 것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그의 은사님에게 받았던 교육내용 중 도움이 되었던 것을 자신의 제자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그들은 이론서들에 즐비한 명제적 지식들보다도 실제의 상황에서 학생선수들에게 필요한 실제적 지식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지식이 문서상으로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신뢰할 수는 없지만, 학계에서 “주먹구구식”의 지도라고 비판하는 이러한 그들의 지식이 때로는 진정한 지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들이 그러한 실제적 지식들을 문서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교수님들과 같이 글로 잘 표현하는 기술이 미흡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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