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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Interview] 2012 핸드볼 최고의 스타 이재우, 내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이재우는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 핸드볼코리아리그 시상식에서 챔피언전 MVP를 수상하는 모습 ⓒ김성수

 

 

질문으로 시작하겠다. 만약 ‘남자핸드볼 최고의 스타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수가 제일 많이 나올까? 대부분 사람들은 윤경신, 박중규 등을 답할 것이다. 물론 이 두 선수도 남자핸드볼 최고의 스타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2012년을 놓고 본다면, 이 선수가 최고의 스타이지 않을까 싶다. 바로 두산 소속의 이재우다.

 

이재우는 2012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4월에 열린 동아시아 클럽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MVP를 수상했으며 런던올림픽 대표에도 차출됐다. 핸드볼코리아리그 에서도 정규리그 MVP, 챔피언전 MVP, 득점왕을 모두 휩쓰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소속팀 두산은 핸드볼코리아리그 4연패를 달성하며 챔피언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 동안 없었던 상복이  올해 많이 따라주었다며 환하게 웃는 이재우.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친구따라 강남간다? 친구따라 핸드볼한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운동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지만, 어린 시절 자신의 친구가 하는 것이 멋있어 보여서 그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우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어린 시절 제 친구가 핸드볼을 했어요. 그 친구가 저에게도 핸드볼을 같이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핸드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핸드볼 최고의 선수는 이렇게 친구의 권유로 첫 걸음을 떼게 되었다.

 

국가대표 발탁.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이재우 역시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되었죠. 그때의 기쁨은 핸드볼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기쁨으로 남아있죠” 이후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 아테네 올림픽,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에 연속 출전하며, 국가대표로서도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핸드볼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국가대표 선수 생활 중에 찾아왔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당시 편파판정이 정말 심했죠.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는데, 판정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 우승에 실패했어요, 그때가 핸드볼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죠” 당시 대표팀은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중동 심판들의 심한 편파 판정 속에 패했고, 온 국민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결국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란에 패하며 6연속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4년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되찾았고, 이재우 역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하며 힘을 보탰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이재우 ⓒ대한핸드볼협회

 

 

해외에서의 선수 생활

 이재우의 선수 생활은 국내리그와 국가대표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활약을 바탕으로 2005년 스위스 그라스호퍼에 입단했고, 이후엔 일본 다이도스틸, 카타르 육군팀에서 뛰기도 했다. 다양한 국가의 리그를 경험했기에 각 나라에서 뛸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스위스에 처음 갔는데, 인식의 차이가 절 힘들게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실업무대였지만, 스위스는 핸드볼이 인기가 많아 프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죠. 그래서 프로선수 신분으로 갔기 때문에 프로선수에 대한 인식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적어서 좀 힘들었죠. 게다가 용병이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했고요. 하지만 핸드볼의 본고장인 유럽이다 보니 핸드볼을 즐기는 관중들이 많았던 건 좋았던 것 같네요. 카타르 같은 경우는 용병이 1명밖에 뛸 수 없었죠. 그래서 부담이 좀 심했던 기억이네요. 못하면 언제 방출 당할지 모르니까요. 일본은 제가 갔을때는 2명의 용병출전이 가능했죠. 그래서 저하고 (백)원철이 형하고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었죠. 일본 같은 경우는 유럽에 비해 수준은 좀 떨어졌죠. 그래서 해외 경험이 있는 저하고 (백)원철이 형에게 의지도 많이 하더군요. 그리고 같이 팀을 이끌면서 우승도 많이 했고요. 돌이켜보면 해외 생활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있었을 땐 한 경기 못해도 다음 경기에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해외에서 뛸 땐 다르더군요. 경기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있었는데, 만약 한 경기 못하기라도 하면 그 일주일이 정말 길게 느껴지기도 했죠. 아무래도 용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절 변화시킨 듯 해요.”


 유럽 핸드볼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에 대해 “유럽은 시스템 자체가 정말 잘 되어있죠. 훈련도 선수들에게 맞춤형으로 진행되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직 실업인데다 훈련도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서 후원도 많아졌고요. 제가 처음 실업팀에 입단했을 땐 급여가 약했는데 지금은 계약금도 생기고 팀도 많아져서,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요.”

 

등번호 13번의 의미

 스위스 그라스호퍼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13번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우. 그렇다면 13번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원래는 17번이었어요. 스위스에 가기 전 코로사에 있을 땐 17번을 달고 뛰었죠. 근데 그라스호퍼에 입단하니 과거에 이 팀에서 활약했던 강재원 감독님이나 조범현 선배님께서 13번을 달고 뛰셨다는군요. 그래서 저도 13번을 달게 되었죠. 그리고 왼손잡이 선수 중에 잘하는 선수들이 13번을 많이 달더군요. 예전에 (윤)경신이 형도 한때 13번을 달고 뛰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 13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런던올림픽  

 남녀 대표팀 동반 메달을 목표로 출정했던 런던올림픽. 아쉽게 목표달성엔 실패했지만, 여자대표팀은 투혼을 발휘하며 4강까지 진출한 덕에 그나마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에 남자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전패를 당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다소 잔혹한 질문이지만 런던올림픽에 대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나와서 힘들었죠. 다른 선수들도 많은 상처를 받았고요. 아무래도 대비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사전에 유럽선수들이 소속된 팀과 많은 연습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좀 부족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재우는 2012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펄펄 날았다. ⓒ대한핸드볼협회

 

 

2012년 남자핸드볼을 지배한 이재우

 비록 런던올림픽은 아쉬움이 가득한 무대였지만, 올림픽 이후 재개된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이재우는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이재우의 활약 속에 두산은 8월말에 일찌감치 리그 1위를 확정지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충남체육회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재우는 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득점왕을 독식하며 펄펄 날았다. 그만큼 이번 시즌은 이재우에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번 시즌엔 (윤)경신이 형과, (박)중규가 빠져서 주위 사람들에게 예전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거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주장을 맡으면서 두 선수가 빠졌지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늘 얘기했죠. 그렇게 훈련도 늘 열심히 했고, 서로 우승할 수 있다고 독려한 것이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나온 것 같네요. 저 역시도 고참이다 보니 더욱더 열심히 하고 후배들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에 임했는데, 그게 또 좋은 결과로 이어져 많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 동안 상복이 없었는데, 이번엔 상도 많이 타서 좋은 한해가 된 듯 합니다.  체력적인 부분을 잘 관리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이재우가 메시지를 남겼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저희 선수들 모두 핸드볼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팬 여러분들도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도 해주시면 저희들도 힘이 나기 때문에 핸드볼 경기장에 자주 찾아주셔서 많은 응원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재우가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당분간 남자핸드볼은 ‘이재우 천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발전을 다짐하는 그의 말에선, 향후 그가 핸드볼에서 보여줄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활약이 절정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준 이재우. 향후 핸드볼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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