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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헝그리 정신’의 또 다른 말 ‘열정과 간절함’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지난 주 수요일, 캐나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모태범(23.대한항공)이 한국에서 연락을 해왔다. 자신의 지난 시즌 시합 영상과 라이벌들의 시합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달라고 말이다.

 

 

 

 

사실 이 부탁은 매년마다 이어지고 있다. 모태범은 종종 스타트가 안 될 때에는 스타트가 좋은 해외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시합을 앞두고 같은 조에 편성된 네덜란드 선수의 직전 경기운영 모습을, 혹은 자신이 최고의 컨디션이었을 때의 영상을 요청하곤 한다. 어린 나이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겸손한 자세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월드컵 파이널 우승, 세계 종목별 대회 우승과 세계스프린트 선수권 종합 3위 등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런 ‘열정’과 정상의 자리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폴 쇼트트랙 대표팀을 지도하며 답답함을 느꼈다.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훈련받는 이들이 세계무대에 진출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간절함’도 없고 ‘열정’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너무나 적은 훈련시간은 둘째 치고 조금만 몸이 아파도 훈련에 불참하거나, 훈련 중 힘이 들면 곧장 일어서서 휴식을 취하는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상 훈련 중 골인 지점을 통과하지 않고 미리 멈춰버린다거나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목격하고 현장에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조언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늘 하는 말은 “어차피 우린 한국처럼 못타”, “스케이트로 못 먹고 살잖아. 그냥 대학갈 때 좋은 경험이 될거야” 등이다. 항상 안현수처럼 타고 싶어 하면서도 훈련에는 큰 열정을 갖지 않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코칭 방법을 바꿨다. 기술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왜 내가 이 운동을 하고 있는지’,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누게 된 것이다. “지금 너의 삶의 한 부분인 운동을 게을리 한다면 너의 나머지 삶도 게을러지는 것이다”라는 내 말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동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는 것 같다.

 

최근 싱가폴에 출장 온 국내 굴지의 S호텔 주방장 두 분과 집에서 간단히 맥주를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창배 주방장(Sous Chef)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요리가 가장 맛있는 줄 아세요? 간절함이 담긴 요리입니다. 간절함을 아는 사람이 만든 요리.” 이어 그는 “10명이 요리를 배우겠다고 들어오면 8~9명은 포기하고 사라집니다. 흰 유니폼에 주방장 모자를 쓰고 스테이크를 뒤집는 모습만 상상하다가 현장에 와보면 그게 아니거든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겁니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임형택 주방장(Chef)이 거들었다. “우리는 유명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다거나 유학을 다녀온게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먹고 자는걸 해결하려고, 혹은 음식을 만드는게 너무 좋아서 동네 식당에서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리로 성공해야겠다는 열정과 근성이 생겨서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는 겁니다.”

 

 

“운동과 요리는 분명 다른 세계입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더 간절함을 갖고 경쟁에 뛰어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점은 같을 겁니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