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체력증진을 도와주는 스포츠 체력코치 양성 프로그램이 국내서도 실시돼 앞으로 국내 체력코치가 양산될 전망이다. 대한역도연맹은 최근 올해 두 번째로 개설한 스포츠 체력코치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체력코치는 그동안 외국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훈련을 담당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2002 한‧ 일 월드컵 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은 외국서 데려온 체력담당 코치를 직접 대동하고 다녀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큰 효과를 봤다. 그동안 국내서 피지컬 트레이너로 불리던 체력코치는 주로 외국인들이 맡았던 것이 사실이다. 축구 체력코치를 영입하기위해 국내 프로팀의 경우 고액의 연봉을 주고 브라질 등 외국에서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체력코치 양성과정이 없어 수년간 브라질 등으로 해외 유학을 가는 예도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체력코치 연수과정이 생김에 따라 앞으로 많은 체력코치가 양성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차 때 선수, 지도자, 체육학 전공자 등을 대상으로 수강생들을 모집했다.
SPCA(Sport Physical Coach Academy) 2기생들의 모습 ⓒ 이아영
체력코치 과정은 13주 156시간에 걸쳐 이론과 실기 교육으로 이뤄지는데 주말에 교육이 실시된다. 수강생들과 강사진의 일정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강사진은 대학교수, 국가대표 지도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역도부 학생들이 전국 대회에서 휩쓸어 온 금메달 ⓒ 이아영
교육 3주차인 9월 15일 토요일, 한국체육대학교 역도 훈련장에서 태릉선수촌 체력 지도위원인 천우호 박사와 한국체대 역도 교수인 염동철 박사의 역도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에게 열정적인 지도를 하는 염동철 교수 ⓒ 이아영
염동철 교수는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수강생을 위해 거울 앞에서 1:1 지도를 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종이에 자세를 그려가면서 문제점을 분석해주는 섬세함을 보이기도 했다.
염동철 교수는 “명확한 이론, 실기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먹 구구 식으로 그 종목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도자를 선발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며 “쇼트트랙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취업이 된 1기 출신 이송엽 같은 교육생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강생의 자세를 분석하고 있는 염동철 교수 ⓒ 이아영
선수들이 직접 훈련하는 훈련장에서 최고의 강사진의 지도아래 강습을 받는 교육생들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진지한 자세들이었다. 실제 역도 선수들이 경기 시 섭취하는 바나나, 이온음료, 초콜릿 등의 간식이 준비된 것을 보고 마치 진짜 선수들이 훈련하는 분위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도 동작을 지도 중인 천우호 태릉선수촌 체력지도위원 ⓒ 이아영
천우호 박사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이런 아카데미를 개설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선수촌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찾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역도선수들이 매일 실시하는 데드리프트(Dead Lift), 백스쿼트(Back Squat), 파워클린(Power Clean)등을 필수적으로 한다. 역도 선수 출신인 천우호 박사는 온몸의 균형 발달이 필수인 역도 분야에서 경험한 다양한 트레이닝 기법으로 다른 종목 선수들의 전문 체력을 키우는 데 거의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그는 모든 운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도 동작의 자세가 잘 나온다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체력 코치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교육생들은 앉아서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수들처럼 운동을 하면서 배웠다. 교육생들은 토, 일요일 이틀에 걸친 교육을 받으면 온 몸이 아프지만 실력이 점점 쌓이는 느낌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2주차 최대근력 트레이닝법 및 1RM측정 기능적 리프팅 기초 실기 수업을 받는 교육생의 모습에서
미래의 훌륭한 지도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 ⓒ 이아영
4주차 태릉선수촌에서 실시한 무산소 지구력 트레이닝 수업 ⓒ 이아영
5주차 박종규 박사와 함께 하는 트레이닝 역학 수업 장면 ⓒ 이아영
7주차 대한체조협회 변정은씨가 유연성 트레이닝을 지도하고 있다. ⓒ 이아영
7주차 태릉선수촌 레슬링장에서 특수장비 트레이닝 실시 중인 교육생의 모습 ⓒ 이아영
각 종목의 국가대표 지도자들은 전문 종목 기술이나 전술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체력을 전문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역도 동작과 유사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체력 전문 지도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체력코치 아카데미 강사진으로 전문 체력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선수들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해 보이는 천우호 박사의 모습 ⓒ 이아영
이론교육은 천우호 박사, 김은국 고려대 재활의학과 교수, 이제훈 가톨릭의대 교수 등이 맡았다. 또 조인호 한국체대 교수, 엄현섭 건양대 교수, 김태규 태릉선수촌 스포츠의학실 박사, 박종철 체육과학연구원 운동역학실 박사 등이 이론교육을 돕는다. 실기교육은 이형근 역도 국가대표 감독, 박선환 진천선수촌 체력 트레이너, 안무진 레슬링 국가대표 트레이너, 전병관 역도 상비군 감독 등이 책임지고 있다.
스포츠체력코치 자격연수 교육장소 ⓒ 이아영
천우호 박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체력코치 양성기관이 생겨 다행이다"며 “아마추어와 프로를 불문하고 한국체육 발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대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아직 홍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관심이 있어도 정보가 없어 참가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교육생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먼저 교육을 받았다. 1기 교육을 수료하고 2기생들을 위해 함께 아카데미에 참여하며 취업이나 지도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열심히 교육을 받는 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저변이 한층 넓어지고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1기 교육생 이송엽씨 인터뷰 (현재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활약 중)
항상 잘 웃는 이송엽 트레이너의 모습 ⓒ 이송엽 제공
1. 교육은 언제까지 받으셨나요? 2. 원래 목표는 무엇입니까?
3. 쇼트트랙 트레이너가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요?
4. 교육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이었나요?
5. 강사진들의 구성은 마음에 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지도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나요? 아직 현역들이시기에 현장실기와 학술적으로 가장 최신의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요.
6. 국가대표 트레이너라는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데 감회가 어떠신지? 사실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라는 위치는 자리 변동도 많이 생길 수 있는 자리라 한 종목에 오래 계시는 분들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경험해 볼 수 있다면 많이 설레일 것 같습니다.
7. 교육에서 배웠던 많은 부분들을 실제로 활용한 사례가 있나요?
특히 남자부 곽윤기 선수와 여자부 심석희 선수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곽윤기 선수는 2009년 2월 7일에 세운 1:25.212의 기록을 지난 대회에서 2초나 단축시키며 성인부문 세계신기록인 1:23.007을 기록했습니다. 심석희 선수는 2012년 2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경기에서 1000m를 1:30.208이라는 기록으로 세계 주니어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올 시즌 첫 월드컵에서는 1:26.661이라는 기록으로 성인부문 세계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무려 4초를 단축시켰습니다. 이는 저만의 노력이 아닌 선수와 코치진들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노진규, 이소연, 심석희 선수와 함께 ⓒ 이송엽 제공
8. 차기 교육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저를 지도해주신 체력코치협회위원님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각국 스포츠현장에서 체력에 대한 부분은 그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구단들은 트레이너도 의무와 체력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각 파트별로 더욱 전문화되고 분업화됩니다. 체력코치협회는 그 어떤 그룹보다도 엘리트 선수들의 체력향상에 대해서 전문화된 지식과 실기 능력을 보유하신 강사진들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 현장에 몸담고 계시는 지도자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연수 내용도 현장에 최대한 가깝게 구성되어있는 장점이 있어 트레이닝과 엘리트 선수의 경기력향상에 대한 정확한 기초지식 확립에 도움이 되며 개인능력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이 교육을 통해 한 단계 발전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양질의 교육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중간에 지치지 마시고 마지막까지 불타는 열정으로 교육을 끝마치시고 실제 현장에서 한 번 더 뵙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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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기 교육은 12월 2일에 종강했으며, 다가오는 3기 교육은 2013. 1. 7(월)부터 선착순 모집이라고 하니 토종 체력코치가 되기를 희망하는 체육인들은 아래의 사이트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스포츠 체력코치 아카데미 홈페이지 주소 http://spc.ac/>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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