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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겉만 번지르르한 가을잔치

 

 

 

글 / 강동균 (스포츠둥지 기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많은 사람들이 ‘가을 잔치’라고 말한다. 정규리그에서 맛 볼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 정규리그 상위팀들이 최종 패권을 향해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리그 8개팀중 4개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겨뤄 각 팀의 전력과 순위가 고착화되어 가는 느낌이 있다. 나름대로 긴 페넌트레이스의 종지부를 찍는 화려한 가을 잔치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잠실 야구장 방향 지하철 출구 ©강동균

 

 

한 눈에 봐도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임을 알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전화가 잘 터지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있어 입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같은 인기를 방증하듯 포스트시즌 입장수입이 사상 최초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포스트시즌 15경기에 33만7251명의 관중과 103억 9322만6000원의 입장수익을 기록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입장수입 최고액은 지난해 14경기에서 기록한 78억5890만3000원이었다. 입장관중은 31만7413명이었다. 작년보다 약 2만명의 관중이 늘어났을 뿐이지만 입장수입은 25억원 이상 증가했다.

 

잠실 야구장 매표소 ©강동균

 

 

포스트시즌 입장수입 100억원 돌파는 프로야구의 현재 인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관중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프로야구의 인기를 등에 업고 좌석의 고급화 등을 통해 입장권 가격이 크게 오른 결과다. 하지만 많은 관중들사이에 불만의 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인기만을 믿고 시설의 확충이나 개선 없이 티켓의 가격만 올려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잠실 야구장만 하더라도 옐로우 지정석 자리마다 음료를 꽂아둘 수 있도록 설치 된 홀더가 파손되거나 아예 없는 좌석이 많았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돈은 더 내면서 불편은 그대로 감수하고 있다. 불편한 자세로 야구를 구경한다. 출입구도 비좁고, 화장실, 매점 시설도 협소하다. 야구장에서는 주로 먹으면서 경기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쓰레기가 많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릴 공간 역시 부족해 출입구나 복도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경우가 있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뿐더러 경기가 끝난 후 밖으로 나가는 관중들의 길을 막아버릴 수 있다.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는 쓰레기 ©강동균

 

 

매진된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자리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늦게 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시간이 흘러 7회, 8회가 되어도 자리가 차지 않았다. 오히려 암표나 입석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은 계단이나 통로에 서서 혹은 앉아서 불편하게 야구를 보고 있었다. 계단에 앉은 사람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혹은 자리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 모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다. 이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나쁜 관행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이미 각 구단 관계자, KBO 관련업체, 언론 종사자 등에게 뿌려질 티켓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아는 사람을 통해서 충분히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이니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알수 있다. 일반 팬들은 표가 없어서 비싸게 암표를 사거나 집으로 돌아가지만 관계자들은 KBO에 한 마디만 하면 매진되었다는 표가 마법처럼 나타난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는 잠실 야구장 ©강동균

준플레이오프가 펼쳐지고 있는 잠실 야구장 ©강동균

 

 

또한 화려한 가을잔치의 이면에는 열악한 인프라 등 가리고 싶은 그늘이 많이 존재한다. 여전히 수용인원이 2만명 이하에 불과한 야구장이 많으며 그 시설 역시 노후 되어 안전상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KBO는 수용인원이 적은 구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립지대인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의 경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점은 원주인인 두산과 LG의 라커룸은 굳게 닫혀있고, 경기를 치르는 삼성과 SK 선수들은 좁은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는 것은 프로야구 컨텐츠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컨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인프라 재정비가 필요하다.

 

뜨거운 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강동균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동안 위기였던 프로야구가 올림픽 금메달, WBC 등의 찬스를 발판 삼아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700만이라는 숫자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위기가 올 것이다. 이제는 사진처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에게 보답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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