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2000년대 초 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유도 영상자료의 체계적인 수집 및 세분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용인대학교 유도경기지도학과 전기영 교수가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실제 영상을 보며 기술을 하나하나 다시 파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도자라고 가정해보자. 선수들에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훈련 방법 및 시합전략을 설명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훈련의 형상화(Imagery)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고자 중국 베이징에 있는 체육학교에서 7살에서 11살 사이의 어린 탁구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영상을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Video Imagery Case Study)’ 테스트가 있다.
선수들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각각 2시간 씩 훈련을 시킨다. 다만, 첫 번째 그룹은 2시간 동안 일반적인 훈련(Physical Training)만 실시하고, 두 번째 그룹은 훈련 중 세계 정상급 탁구선수들의 연습/경기 영상을 15분 동안 보도록 한다. 마지막 그룹은 이전 그룹과 같은 영상을 같은 시간(15분) 동안 보며 자신을 영상속의 선수처럼 느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영상을 본 후 다시 훈련으로 돌아가기 전, 영상 속에서 봤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움직임을 다시 떠올리고 느끼도록 한다.
이런 훈련이 지속된 후 각 그룹별 성취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예상하듯이 마지막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스윙의 정확도와 강도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그리고 그 마지막 그룹에 속했던 두 명의 선수는 중국 전국체육대회에서 Top3안에 들어가는 쾌거를 이뤘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모습을 그 영상에 대입시켜 형상화시켜보고, 또 계속해서 떠올려보는 것이 기술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술 연습을 할 때 ‘영상을 통한 형상화’를 병행한다면 더욱 강력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방법은 다른 모든 스포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NCAP(싱가폴 코칭 라이센스) 수업에서 멘탈스킬(Mental Skills Training)을 가르치는 Dr.Edgar 교수는 이와 관련된 영상을 보여줬다.
영국의 어린 체조선수가 ‘공중에서 한 바퀴 비틀어 회전하고 철봉 잡기’ 기술을 연습한다. 경험 많은 코치는 처음에 그녀에게 말로만 기술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실패한다. 이어 그 코치는 제자를 낮은 철봉으로 데려와 직접 몸을 잡아주며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래도 실패가 반복된다. 마지막으로, 코치는 세계 챔피언들의 ‘비틀어 잡기’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옆에서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다시 연습에 들어간 제자에게 “아까 그 영상을 다시 떠올려봐.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 그녀는 세 번째 시도 만에 그 기술을 성공하게 되고, 그 이후론 실패 없이 자유롭게 그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수업이 끝난 후 Dr.Edgar 교수에게 후배 운동선수 이야기를 들려줬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Mr.Mo는 항상 자신의 시즌별 우승영상과 기존의 강자들, 새로운 강자들의 영상을 구해달라고 해서 매일 같이 돌려 본다고. 때론 스타트가 좋은 선수의 스타트 영상만, 코너링이 좋은 선수의 코너링 모습만 따로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을 하자 Dr.Edgar 교수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이미 기술발전을 위한 ‘영상의 형상화 훈련법’을 스스로 익힌 선수다. 그가 올림픽 챔피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방법을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이 트레이닝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라고.
모태범 선수와의 대화 (본인 동의하 게재) Ⓒ 이철원
지도자와 선수들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나?’가 아닌 ‘어떻게 땀을 많이 흘려야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나?’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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