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구 (영서초등학교)
올해 고3 수험생인 유진이는 선수경력이 무려 7년차인 학생선수이다. 현재 그는 소속팀(구로고등학교)에서 주장을 맡고 있으며, 다수의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육상 유망주이다. 그리고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서울시 대표(400mR 선수로 참가)로 출전하여 팀을 결승무대에 진출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와 같이,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유진이도 일상생활에서는 여느 평범한 여고생들과 다를 바 없다.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에 열광할 줄 아는 사춘기 여학생이다. 이런 유진이를 통해 학생선수들이 전국체전 기간 동안 어떻게 생활하고 시합을 준비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DAY 1.
서울시 육상 대표 선수단에 소속된 유진이는 자신을 지도하는 지도자와 함께 개별적으로 대회가 열리는 대구시로 이동하였다. 유진이가 뛰는 종목은 400mR로 이미 다수의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 대학진학이 결정되지 않아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모이는 전국체전에 대학진학을 결정하겠다는 각오로 대회에 임하였다.
유진이가 대회기간 동안 숙박하는 시설은 대구시와 인접한 경산시 어느 숙박시설이며, 자신과 함께 계주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방 배정을 받았다. 유진이가 출전하는 경기는 나흘 뒤에나 진행되기 때문에 숙소에 짐을 푼 후, 보조경기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일찍 취침하였다.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맹유진 선수]
DAY 2.
체육특기자로 대학진학을 원하는 유진이에게 이번 전국체전은 어느 대회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유진이는 서울시 선발전 이후부터 착실히 훈련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유진이의 기록은 평소보다 0.3초 가량(100m 기준) 단축이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개인전을 뛰지 않는 유진이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운동장에 늦게 나타났다. 자신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친구들이 오전, 오후에 시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진이의 공식적인 연습시간은 오후 늦게 시작되었다. 유진이가 참가하는 400mR의 경우, 종목 자체가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호흡 즉, Teamwork가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Barton연습으로 호흡을(이들은 이미 서울체고에서 합동훈련을 여러차례 가짐) 맞췄다.
공식적인 첫날 연습을 가진 유진이는 혹시 모를 부상을 염려하여 테이핑 및 마사지(동료들과 서로 마사지를 함)를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포기한 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하여 저녁 10시쯤에 취침을 하였다.
DAY 3.
전날과 동일한 스케줄을 보내야 하는 유진이는 몸이 늘어진다는 핑계로 1시간 정도 숙소 근방을 산책하고 왔다. 그리고 간단한 점심식사 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숙소에 DVD로 빌려와 감상을 하고 예정된 훈련시간에 맞춰 훈련을 하였다.
연습장에서 돌아온 유진이는 스트레칭을 통해 다음날 있을 시합에 대비하였다. 그리고 보다 나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자 이미 시합이 끝난 동료들에게 마사지를 부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DAY 4.
대회당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유진이는 컨디션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유진이가 당일 뛸 종목은 400mR 예선전과 결승전으로 1구간이라는 중임을 맡았다. 이미 많은 연습과정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유진이이기에 긴장을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합을 준비하는 유진이와 400mR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대기모습]
무사히 예선전에서 통과한 서울시 계주팀(유진이가 속한 팀)은 3시간 뒤에 있을 결승전을 위하여 소량의 점심식사를 가졌다. 이들이 소량의 점심식사를 하는 이유는 긴장으로 인한 복통이 염려되기에 이러한 행동들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유진이는 평상시와 동일하여야 긴장이 덜하다는 선수로서의 나름의 소신이 있어 정상적인 식사를 가졌다.
이들은 충분한 휴식을 가진 후, 예비소집을 통해 결승전을 대비한 몸풀기가 시작되었다. 보통 선수들은 1시간 정도의 Warm-up을 갖지만 결승전에서는 30-4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고, 출전을 한다. 그래서 유진이가 속한 서울시 400mR 팀도 조깅을 통해 가볍게 Barton 연습만 가지고 시합에 임하였다.
[결승전에 참가하는 서울시 대표선수들. 그리고 400mR 1구간으로 뛰는 맹유진 선수]
결승전 출발 총소리와 함께 유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백분 발휘하여 달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쥐어진 Barton을 다음 주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결선 5위’. 유진이가 지난 5년(선수경력)이란 세월 동안 노력하였던 모든 것들이 이 대회를 통해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아직 유진이의 진학여부는 진행 중이다. 이미 1차 수시면접을 통해 체육특기자가 아닌 일반학생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유진이는 자신의 선수생활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그간 쌓은 경력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학이 수도권에 단 한 곳이라도 있었음 하는 바람만 있을 뿐이다.
전체학생의 1%에 달하는 학생선수들은 대부분 운동부생활을 시작하기 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겠다는 기대를 갖고 선수생활을 시작한다(김동현, 2011).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되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선수들은 학업과의 병행을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주말리그 및 최저학력제 도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과는 달리, 해가 갈수록 학생선수들의 대학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는 학생선수들에게 학업과의 병행을 강조하지만 막상 고3 수험생이 되면, 이들이 그간 쌓은 모든 경력 즉, 메달을 인정하는 대학들은 그리 많지가 않아 대다수의 학생선수들이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생선수들의 자각을 통해서 제도에 대한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이학준, 2003).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맹유진 선수]
따라서 체육계열 학과들의 이미지 개선(수능점수 상승에 따른)도 좋지만 무엇보다 실기 능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자신의 경력 즉, 메달반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필자는 ‘최저학력제 도입’도 좋은 정책이라 판단하나 근본적으로 이들이 메달반영을 통해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히 이루어져야 된다고 봄)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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