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진 (한양대학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크고 작은 운동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운동회는 단순한 체육대회를 벗어나 재학생 및 학부모는 물론 지역주민들에게도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절된 지역주민간의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입시교육의 광풍을 피해갈 수 없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여건상 최근 대다수의 초등학교에서는 격년제로 운동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 자그마한 교내 육상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학교는 서울 남부교육청에 소속된 초등학교로서 각종 서울시 대회는 물론 전국 소년체전에서도 다수의 메달 획득한 신흥 육상 명문 초등학교이다. 현재 이 학교의 육상부원은 20명 남짓으로 4학년부터 6학년 남․여 학생들이 육상 전임코치를 통해 체계적인 육상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매달 첫째주 화요일이 되면, 육상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에서 별도의 입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상설 육상부원의 능력이 단 한번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현실상 어렵기 때문에 선수운영과정에서 수시선발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학교의 교내 육상대회가 개최되었다. 우선 본 대회는 정규 체육시간과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각 학년별 종목인 60m(본교 운동장 상황을 고려), 800m(학년별 운동능력을 고려하여 400m, 600m로 진행),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대한육상경기연맹 정한 초등부 경기종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교내 육상대회에 참가한 육상 유망주들에게 본교 교장선생님께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해당 대회는 교육감기 육상대회 대표선수를 선발하기 위하여 마련된 시합으로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실시된 운동회급 대회이다. |
한편, 본 교내 육상대회는 가을 운동회를 대신하여 정규 체육 시간과 연계하여 진행되었으며, 1학년 학생부터 6학년 학생까지 각반을 대표 학생들이 나름의 선발과정을 통해 경기종목을 선택하여 실시하였다. 그러나 교육감기 육상대회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대회이기에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6학년 학생들까지만 상급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교내 육상대회에 참가한 육상 유망주들의 경기 모습.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들이 역력하였으며, 실제 등수에 들었던 학생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으로 학교장 상장은 물론 별도의 상품이 수여되었다. |
본 육상대회를 집행한 전임코치를 만나 이 대회를 기획하게 된 배경설명을 들어 보았다.
간단히 본인에 대한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 현재 영서초등학교 육상부 전임코치로 재직중인 이병구입니다. 올해 처음 본교에 오게 되었으며, 중․고등학교 시절 서울시대표 육상선수로 활동하였습니다.
올해 처음 부임하신 분께서 이러한 대회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한 계기로 준비하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시게 되었는지요?
- 우선 이 대회는 이전부터 계획된 교내대회입니다. 현재 육상부를 담당하고 있는 강성필 부장선생님께서 학생선수들의 수시선발을 평소 강조하셨는데 마침 교육감기 육상대회 일정에 맞춰 저학년 및 고학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대회를 준비하여 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는 운동회를 대신할 나름의 이벤트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학교 내의 의견도 있어 학교장님의 재량 하에 이 육상대회가 진행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이 학교에서도 운동회를 격년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요?
- 네. 아무래도 이 지역도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격년제로 운동회가 진행되고 있어요. 덕분에 이러한 소규모 체육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회를 진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 사실 이 대회가 이번에 처음 진행되는 대회에요. 그래도 학교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고, 부장 선생님께서도 열의를 갖고 준비에 임하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공정성 있는 대회를 진행하려다 보니 진행상의 어려움은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거리 60m에 참가하는 학생선수들의 경우, 각 학년․반별로 2명씩 출전하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길어졌던 것 같아요. 생각해봐요. 예선, 준결승, 결승 이렇게 진행한다 생각하면...서울시 대회도 이렇게 진행되지는 않거든요. 그만큼 우리학교 학생들이 육상에 대한 열의가 있다 생각해요.
본교에서 별도의 육상부원을 모집하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나름의 비결이 있으신가봐요?
- 제 나름의 비결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강성필 부장선생님께서 육상에 대한 열의가 선수 출신인 저보다 높아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육상부원으로 희망하는 것 같아요. 갑자기 예전에 황정민 배우가 시상식장에서 시상소감이 생각나네요. 제가 한 역할은 교장 선생님 이하 많은 교직원분들이 차려놓은 맛있는 밥상을 맛있게 먹은 것 밖에는 없어요.
이 대회 이후에 육상부 운영에 대한 목표가 있으시다면 뭐가 있을까요?
- 아무래도 이 대회가 교육감기 육상대회이다 보니 당장 있을 남부교육청에 많은 학생선수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되는데 워낙 아이들의 방과 후 일정이 있어 연습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네요. 당장 선발된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전화부터 드려야 될 것 같네요.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요?
- 사실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단지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육상에 대한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선수생활 내내 불우했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매일 성적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조기에 선수생활을 은퇴하였죠. 그러다 보니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성적보다는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고 싶어요. 그래서 제 주위에 있는 많은 지인들은 저를 보면 항상 걱정하세요. 그러다 재계약 못하면 어떡하냐고?...그래도 어쩔 수 없죠. 저는 아직 어린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위 말하는 장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요. 물론 전임코치로서 역할은 하여야 된다 생각해요. 옥석을 가리고, 그 옥석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역할이니까요.
성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지도자들의 숙명이자 사명이다. 그러나 보다 나은 선진화된 엘리트 스포츠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학생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역할이 바로 앞으로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에 필자가 찾은 이 학교와 같이, 단순히 재미없는 종목이라 치부될 수 있는 종목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기획력으로 학생들에게 하나의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자연스럽게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도는 물론 경기력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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