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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스포츠 전속계약

 

 

 

글/ 김가람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오늘날 스포츠는 운동선수들이 즐기는 단순한 운동경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와 스포츠 구단은 각종 대회에 참여하며 멋진 경기를 선사하고, 팬, 기업, 방송 매체 등은 그러한 운동경기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이익을 공유합니다. 이하에서는 팬, 기업, 방송 매체와 같이 스포츠를 통해 이익을 얻는 이들을 수익자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들 운동선수와 구단, 수익자들은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스포츠 산업을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방송매체는 운동경기나 대회, 운동선수 등을 컨텐츠화하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기업에게는 홍보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방송매체나 스포츠 선수와 구단 등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는 대가로 자사를 홍보하거나 상품을 광고하는 효과를 누리고, 팬은 운동경기나 선수들로부터 감동과 희열을 공유하며 이들에게 관람료 등을 지불하거나 기업 및 매체의 상품을 구매합니다. 구단은 소속된 스포츠 단체의 규약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거나 선수단을 운영하며 수익자들의 반대급부를 통해 수익을 얻고, 운동선수는 대개 구단과 전속계약을 체결하여 구단으로부터 받는 연봉 및 계약금을 수익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제각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소규모 사회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스포츠 뉴스를 보면 종종 운동선수들과 구단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기사가 소개되곤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그 사건 하나만을 연구하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었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이들 모두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스포츠 산업을 형성함에 있어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운동선수와 구단의 관계 중 전속계약의 의미, 그 계약으로 인해 구단이 확보할 수 있는 선수에 대한 권리의 범위 등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전속계약의 개념

 운동선수는 구단과 ①당해 구단을 위해 경기하겠다는 것, ②다른 구단을 위해 경기하지 않겠다는 것, ③구단의 선택에 의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 ④선수의 초상권 등을 활용하여 얻는 수익을 구단에 귀속시키겠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러한 계약의 성질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운동선수도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등 일반 회사원과 같이 구단에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기 때문에 이러한 전속계약을 고용계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운동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이나 계약금을 받는다는 점, 부상을 당하거나 대회를 치르지 않는 훈련 시즌에는 노무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받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고용계약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는 각 종목 별로, 국가 별로, 선수 별로 그들에 대한 관심도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체결하는 전속계약의 성질을 일률적으로 확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전속계약은 각 구단이 소속된 그 국가의 해당 종목 단체의 내부 규약 등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스포츠 규약의 개념

 한국의 프로 축구와 야구 종목을 예로 들면 이러한 전속계약은 프로축구연맹, 한국야구위원회 등 스포츠 단체의 내부 규정 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구단과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그 단체에서 그 표준계약서를 이미 규정하고 있고, 선수의 계약 체결시 그 주요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단체에서는 이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선수를 해당 스포츠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제재 방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로 스포츠 산업의 특성상 선수들에 대한 구단 간의 경쟁을 제한하여 각 구단 간에 비슷한 경기력을 보유하면서 흥미 있는 경기를 선사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아직 적자로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는 구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단과 단체는 선수들을 대표하여 스포츠 산업에서 발생하는 관람료, 대회 상금, 방송 중계권료, 상품 판매비 등과 같은 수익을 분배하기 위해 팬, 기업, 방송 매체 등 다양한 스포츠 산업의 수익자와 협의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구단 관계자 및 운동선수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단체 및 경기의 운영전반을 규율할 수 있는 자치적인 규범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를 스포츠 규약이라고 합니다. 스포츠 규약은 법이나 상위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스포츠 단체에 소속된 구성원들에게 이를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합니다. 


 이러한 스포츠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으로 선수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는 것은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는 프로 스포츠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포츠의 특수성과 프로 스포츠 산업의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운동선수들에게 그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바, 구단과 선수 양자의 입장을 신중히 검토하여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전속계약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례 
 스포츠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전속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선수들은 스포츠 규약에 의해 그 주요 사항이 규정되어 있는 표준계약서에 의해 해당 구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게 됩니다. 아직 한국의 프로 스포츠 산업은 시장의 규모가 작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선수는 입단을 할 때부터 드래프트 제도(구단이 선수를 지명하여 입단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로 인해 선수의 구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고 있고 실례로 이 제도로 인해 축구의 김종부 선수, 야구의 임선동 선수, 배구의 이경수 선수 등이 구단과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구단에게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를 선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야구의 손혁 선수, 축구의 배기종, 윤빛가람 선수 등과 구단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는 구단이 선수의 입단과 이적 등에 대한 권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한국은 스포츠 선진국에 비해 중계권료이나 입장료 수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의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한국의 구단은 계약이 만료된 선수에 대해서도 권리를 보유하고 있고, FA제도를 통해 기존 구단은 엄격한 자격요건을 충족한 자유계약선수라고 할지라도 그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 큰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하듯 선수는 한국 구단에 입단할 경우 운신의 폭이 작아지기 때문에 입단을 하기 전에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스포츠 규약은 이러한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를 대비한 제도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박찬호 선수는 올해 프로야구리그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외에도 구단과 단체는 선수의 초상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스포츠 산업에서 선수, 구단, 단체 등은 입장료를 제외하고도 스폰서십, 라이센싱, 머천다이징, 인도스먼트, 방송중계권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구단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통해 계약금, 연봉을 받는 것에 만족하여야 하고, 보너스 형식으로 기타 수익을 지급받을 뿐, 이러한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을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야구 선수들이 자신의 초상권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스포츠를 활용하는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에 준하는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실 위에 간략히 언급한 드래프트제도나 FA 제도 등은 그 제도 하나만을 주제로 하는 논문이 있을 만큼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제도들이 선수의 권리를 침해하면서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것은, 아직 한국의 스포츠 산업이 선수들과 구단이 대등하게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프로 야구 선수에게도 대리인을 선임하여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스포츠 규약의 시정을 권고한 바 있지만,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리인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훈련 기간과 은퇴 시점을 감안할 때 짧은 활동기간이나마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싶은 것이 팬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프로 스포츠 구단 중 순수한 의미로 흑자를 보고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 한국에서 선수의 권리를 하나 하나 보장해준다면 이는 프로 스포츠 산업 전체의 공멸을 가져와 선수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이러한 분쟁의 해결은 선수의 권익 보호와 스포츠 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가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를 보완하여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결론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스포츠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야구(MLB)와 유럽의 축구(UEFA, FIFA)에서 스포츠규약을 변경함으로써 선수들의 권익이 향상된 사례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미국의 야구 선수(MLB)들은 한국과 비교할 때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이러한 권리를 보유하게 된 배경에는 선수노조가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KBO에서 10구단 창단을 연기하자 선수들이 올스타전을 거부했던 분쟁이 발생했었습니다. 당시 선수들이 주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선수노조의 설립입니다.


 현재 선수의 교섭력은 구단과 단체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MLB선수들도 선수노조가 설립될 당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들은 끊임없는 소송과 협상을 통해 현재의 권리를 확보하였습니다. 선수노조의 가장 큰 무기는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선수노조는 1994년 연봉상한제도 등에 반대하여 월드시리즈를 보이콧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노조로 인한 선수의 교섭력 향상으로 인해 MLB 선수들에게는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때 스콧 보라스와 같은 에이전트를 선임할 수 있고, FA 선수의 이적시 현금 보상이 없고, 일정 조건을 충족한 선수는 구단의 일방적인 이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습니다. 


 물론 MLB는 한국의 야구 시장과 그 규모부터 다르며, 미국과 한국의 적용법규도 다르기 때문에 MLB에 선수노조가 있으니 한국에도 선수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야구 산업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다면 선수노조의 설립은 이러한 제도들을 보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법률에 의한 판결로 인해 국제축구연맹(FIFA)규정이 변경되어 선수의 권익이 향상된 사례가 있는데, 바로 보스만 룰이 그것입니다. 전 세계 각국의 축구협회는 FIFA의 규정에 따라 각국의 대표팀, 프로리그 등을 운영하여 세계 전체를 하나의 축구 시장으로 형성함으로써 FIFA 규정은 전 세계 회원국에게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 FIFA 규정 중에는 계약이 만료된 선수가 국제 이적시에 이적료를 물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보스만은 이 규정의 부당함을 주장하여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여 승소를 한 바 있습니다. 결국 FIFA 규정은 이를 계기로 개정이 되었고, 이를 보스만 룰이라 부릅니다.


 이 보스만 판결은 스포츠 규약이 클럽간의 재정적 균형, 경기력의 균형, 유망 선수의 육성, 국가 및 지역 연고 의식, 국내 선수의 확보, 구단 간 전력의 균형 등의 어떠한 정당화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점은 선수 시장에 있어서의 구단 간의 경쟁을 억제하지 않고 노동자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사례입니다. 


 스포츠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과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소규모 사회이고, 이에 각종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운동선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우선 선수와 구단간에는 선수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전속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고, 선수들도 수익자가 제공하는 반대급부를 분배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 구단, 수익자가 함께 보다 큰 스포츠 사회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이고, 스포츠 산업의 발전이 선수의 권익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보다 우수한 인재의 스포츠 산업 참여를 유도케 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해외의 유명선수들도 한국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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