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진 (한양대학교)
지난 2011년 대구에는 지구촌 사람들이 주목하는 Event가 개최되었다. 우리는 이 대회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Mega Event가 자국에서 진행되었어도 이번 여수 세계박람회와 같이 온 국민이 합심하여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개최되기 한해 전, 유럽에서는 유럽육상선수권대회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당시 스페인에 일정이 있어 잠시 체류하던 중 우연히 이 대회를 관람하였다. 이미 유럽인들 사이에서 육상종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축구 못지않다는 사실을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던 필자는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의 관중 문화와 경기방식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력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려 노력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모습 중 하나는 유럽각지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하여 방문한 관광객들이 저마다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개중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하여 경기가 보이는 구석 한 켠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는 진풍경들이 경기장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프랑스 육상을 대표하는 ‘크리스토프 르매트르’라는 선수이다.
더 이상 단거리 종목은 흑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르매트르라는 선수는 100m와 200m를 주종목으로 뛰는 스프린터이다. 그러나 온 유럽인들이 이 선수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연 이 선수의 뛰어난 경기내용도 있을 수 있으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백인’이라는 사실에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이전에 육상종목에 출전하는 백인들은 트랙종목 보다는 필드나 투척종목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트랙종목은 흑인들만이 하는 전유물이라는 이상한 선입견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스피드 스케이팅의 ‘샤니 데이비스’나 테니스의 ‘윌리엄스’자매와 같이 특정 종목에 적합한 인종이 있다는 정설을 무너뜨린 이들이 하나 둘씩 스포츠 무대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르매트르 선수의 인지도는 대중적으로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 종목에서 우사인 볼트나 타이슨 게이와 같이 엄청난 스포츠 스타들이 즐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매트르 선수는 백인으로서는 처음으로 9초대 벽을 허문 선수로서 이미 21세가 되던 201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00m, 200m, 400m 등 3관왕의 위업 즉,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스프린터이다.
간단히 르매트르의 경기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전매특허는 놀라운 막판 스퍼트로 백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스타트와 탄력을 오로지 훈련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스타트와 탄력에 장점이 있는 우사인 볼트가 그간 지적되어 온 뒷심을 보완하기 위하여 비시즌에 400m 선수들과 동일한 훈련내용으로 연습을 하거나 경기에 참가하는 점과 일맥상통한 부분으로서 르매트르도 그간의 단거리 훈련법을 전면 부정하는 즉,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연습의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의 친구의 소식통에 따르면 그에게 거는 프랑스인들의 기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한다.
가능성 앞에 한계는 없다.
앞서 언급한 스포츠 스타에서 알 수 있듯이 적어도 스포츠 무대에서는 인종 간의 한계는 없다. 물론 생리학적으로 인종에 따라 각기 다른 근육과 체격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어느 저명한 스포츠 사회학자의 견해와 같이, 경제적 요인에 따라 그간 해당 종목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경기력이 빛을 발하지 못한 것도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 그간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피겨 종목이나 수영 종목에서 아시아인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또한 이미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은 자국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들을 토대로 그들에게 적합한 주법이나 훈련법들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일본 육상 단거리 선수들은 그간 알려진 보폭 중심 즉, long-stretch 주법이 아닌 pitch 중심의 short-stretch 주법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결실로 일본은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10초 00(현재 아시아기록 보유자인 프란시스 사무엘은 나이지리아 태생으로 토종 아시아 계통으로 보기 어려움)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한국 육상은 자국에서 개최한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아시아에서는 86년 장재근 선수 이후로 트랙종목에서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음)도 획득하지 못한 상태이며, 이는 우리나라 육상 현주소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고 사료된다.
한국 육상의 더 나은 미래
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매료되는 이유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매 경기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는 기록경기인 육상에서도 가능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통해 충분한 재원과 노력이 더한다면 한국 육상도 머지않아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될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종목일수록 선수들의 능력보다는 지도자들의 능력을 더 요구한다. 즉, 좋은 배가 있어도 그 배를 지휘하는 선장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언제든 좌초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하여야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육상이 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한 지도자에게 오랜기간 배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과거 80년대 아시아에서 여자 중거리를 주름잡은 임춘애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 지역에서 그것도 한 지도자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러한 선수관리 시스템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해당 지역에서는 선수 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많은 유망주들도 발굴되고 있다.
지도자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분명한 점은 많은 육상인들도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으며, 개선하려는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나은 육상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적위주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자세와 연구하는 자세들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변화된 모습들이 육상종목에서 진행된다면 적어도 지금의 한국 육상의 현재보다는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 가히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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