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병구 (영서초등학교)
최근 S대학의 농구부 해체논란은 단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스포츠의 현 시대상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미 대학 내의 운동부 운영에 대한 존폐여부는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사안으로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관련 운동부를 해체하거나 관련 학과를 폐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학 내 운동부가 존립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학생 및 졸업생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조성되어져야 한다. 물론 일부종목에서 시행되고 있는 ‘홈&어웨이 경기’는 장기적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정기전이 대학 내에 시급히 마련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기전은 대․내외적으로 양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명문사학들이 채택하고 있다. 필자가 졸업한 모교에서도 매년 경기고등학교와 아이스하키 종목을 통해 양교의 우의를 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동문회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기전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시점은 정확하지 않으나 ‘배재고와 양정고의 정기전’을 시초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정기전은 단연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으로 양교는 매년 9월이 되면 5개부(농구, 축구, 야구, 럭비, 빙구)가 모교의 명예를 걸고 한판 진검승부를 펼친다.
배재고와 양정고의 정기전은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개최한 경축 체육대회가 계기가 돼 1946년 11월 서울운동장에서 첫 번째 정기전이 시작되었다. 당시 정기전에서 보여준 카드섹션, 다양한 응원가를 활용한 열성적인 응원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응원문화였다. 그러나 두 학교의 정기전은 한국전쟁과 4․19혁명, 계엄령으로 10여 차례 정도 정기전이 열리지 못하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연고전은 8년 후인 1954년에 진행되었다. |
또한 연고전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사로잡은 양교 응원단의 독특한 응원문화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탄생시키고 있다. 이는 정기전만이 가지고 있는 진풍경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과거 프로스포츠 출범 이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하나의 스포츠 이벤트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는 다르게 지금의 연고전이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문화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기전이 열리는 이틀 동안(보통 정기전은 9월에 개최) 최대 5만명 가량이 모이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고전이 진행되는 이틀 동안 많은 재학생 및 졸업생 그리고 사회 인사들이 참여하여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장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체육대회를 벗어나 스포츠를 통한 화합의 장이라 볼 수 있으며, 적게는 운동부 경기력 향상에 일조하고 크게는 본교와 관련한 모든 이들의 애교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한편,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대학 간 정기전을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인식하여 재학생 및 동문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합심하여 자신이 응원하는 학교를 응원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미국의 Ivy league와 영국의 Rowing racing(Cambridge univ와 Oxford univ의 정기전) 정기전으로서 해당 대학의 재정 증가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현재 아이비리그는 이전과 달리, 체육특기자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를 통해 많은 기부금이 유치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애교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최근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레미 린’선수가 졸업한 하버드 대학의 경우, 체육특기자들에게 장학금 혜택이 확대되자 100위권 밖이었던 랭킹이 전미 20위권 내에 진입하여 경기력 향상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업과의 병행은 체육특기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
이와 같이 스포츠를 통한 정기전은 학생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대학 스포츠 문화 발전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들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어 해외사례와 같은 동일한 기대효과를 가져오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의 우수대학들이 양교 발전 및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차원에서 양교 간 정기전이 진행된다면 어려운 대학 스포츠 현실에서 벗어나 해당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대학문화와 연계한 새로운 대학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여 본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대학스포츠 발전을 위하여 대학 총장들에 의해 설립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주도적으로 대학 간 정기전을 유도한다면 현재 프로스포츠에 밀려 대학스포츠의 존립자체가 위기인 현 상황을 타파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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